공공의료 수준을 80대 20으로 끌어올려라 [신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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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 수준을 80대 20으로 끌어올려라

2020.04.17

코로나19 전염병이 혼돈을 일으키며 국가별로 감염 예방과 치료 및 대처 방법이 마구 뒤섞여 갈피를 못 잡고 있습니다. 정보를 감추다 핵폭탄 같은 확산피해를 당한 국가(중국 등), 국경을 꽁꽁 걸어 잠가 감염자 유입을 차단해 사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국가(몽골, 베트남 등)가 있는가 하면, 늑장 대응하여 사망자가 급증한 국가(미국, 유럽 등)도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눈여겨볼 것은 미국의 열일곱 개 정보기관이 수집한 정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계속 경고했음에도 행정부가 이를 접수하지 않은 점입니다. 미군 정보기관은 전시도 아닌 평시에 코로나로 인해 미국 군대의 전투력이 약화될 것을 크게 우려했습니다. 1898년의 미국과 스페인 전쟁에서는 장티푸스와 이질이, 제1차 세계대전 동안은 인플루엔자와 말라리아가,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는 말라리아와 전염성 간염으로 인한 피해가 전투 부상으로 인한 손실보다 더 컸습니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이번에도 그와 같은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럼에도 미국은 국민은 물론 군의 방역에 미온적이었고, 오히려 병사들을 역병에서 구하는 것이 우선이라던 해군제독의 옷을 벗겼습니다.

세계 234개 국가와 지역에서 코로나 전염병과 치열한 전투 중입니다. 16일 현재 감염자가 2백만 명 이상이고, 사망자도 13만 명을 훌쩍 넘었습니다. 국내 감염자 수는 1만 명을 넘어 세계에서 스물세 번째입니다. 사망자는 229명으로 스물일곱 번째로 많습니다. 사망자 수가 많은 대부분의 나라 특징은 공공의료 기관이 민간보다 뒤처집니다. 나라마다 치료약 개발 또는 발견을 위해 효험이 있다는 약과 치료방법을 모두 시험하고 있습니다만 바이러스가 기다리지 않습니다. 벌써 여기저기서 변종이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이어집니다. 어쩌면 백신 개발이 더 멀어질지도 모릅니다. 많은 이들이 애타게 기다리다가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감염병 대처방법으로는 예나 지금이나 주로 비상경제 체제에 의한 현금 살포가 주류입니다. 우선 먹고 살게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병에 걸린 사람 목숨을 살리는 일도 매우 중하지만 산목숨을 연명하게 하는 것도 뒤질 수 없습니다.
세종은 평안도 감사가 “도내에 들어와서 각 성(城)을 지키는 인민들 중 역병을 앓는 사람들이 많으니, 약재와 의방을 청합니다.”고 하자 이를 허락하여 급히 약재를 보내고 치료방법을 알려줬습니다. 광해군 때는 “함경도에 역병이 창궐하여 2,900명이 죽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당시 인구가 1,000만 명도 안 되었으니 현재 우리나라 코로나19 사망자보다 수는 물론 비율로도 훨씬 대단했습니다. 거리에는 시체가 널려 있었을 겁니다. 마치 미국의 뉴욕에서 시체 처리를 못해 냉동 창고나 컨테이너 등에 임시 안치한 것보다 열악한 상황이었나 봅니다. 광해군은 시체 처리보다 산 사람을 우선 챙겼습니다. “죽은 자의 처자 등에게는 식물(食物, 먹을 수 있거나 먹을 만한 음식 식품)을 빨리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지금 사정도 마찬가지지요. 국가가 100조 원 이상으로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나섰는데 단기처방으로는 잘하는 일입니다. 돈 주는 속도가 너무 느린 것 말고는 탓할 일이 없습니다. 빨리 공평하게, 불평불만 없이 지급되어야 합니다. 직접 생산 업종은 말할 것도 없고, 생산 업종을 보조하는 분야 업종들은 아사 직전입니다. 이를 막아야 코로나 위기가 끝났을 때 곧바로 급상승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항공 해운 등 운송업계를 들 수 있습니다.

이런 분야를 두루 점검하여 내일을 대비하는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통계청(2018년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의료기관의 병원수 3,937개 중 공공의료기관은 224개(5.7%)이며 병상수는 641,044 중 63,924(10%)입니다. 적지 않아 보이지만 실은 허접하기 짝이 없습니다. 보건 분야 최고 당국자조차도 “실상은 ‘98대 2’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감염병은 물론 총상 화상 암 등 각분야 최고 병원은 민간이 운영 중입니다. 그는 민간과 공공 비율을 “80대20” 정도로 시설과 내실을 확충해야 공공의료 체계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폭군이라고 내몰린 광해군조차도 “감염병이 한성 함경도 강원도 등에 이미 전염되어 곳곳이 다 그러합니다. 앞으로의 걱정이 또한 지금 정도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니 미리 대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벽온방*이란 책은 장수가 많지 않아 만들기가 쉽습니다. 속히 교서관으로 하여금 많은 수를 인출하게 한 다음 중외에 널리 나누어 주어 위급한 사태를 구원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라는 승정원의 장기(長期)적인 제도 수립 제안을 받아들여 곧장 시행했습니다. 지금도 머뭇거려서는 안 됩니다. 국립의료원을 비롯한 공공의료기관의 시설과 의료 및 연구 수준 향상에 적극 투자해야만 이번보다 더 큰 위기가 닥쳐와도 허둥대지 않을 것입니다. 추가경정 예산의 1%만이라도 공공의료 수준향상으로 돌렸으면 좋겠습니다. 국립의료원이 중심이 되어 수익에 연연하는 민간분야가 감당할 수 없는 곳까지 반드시 준비해야 합니다.

*벽온방(僻瘟方): 조선시대의 의서(醫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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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신현덕

서울대학교, 서독 Georg-August-Universitaet,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몽골 국립아카데미에서 수업. 몽골에서 한국인 최초로 박사학위 방어. 국민일보 국제문제대기자,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 경인방송 사장 역임. 현재는 국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서독은 독일보다 더 크다, 아내를 빌려 주는 나라, 몽골 풍속기, 몽골, 가장 간편한 글쓰기 등의 저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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