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 지분 장악한 '국민연금'..."회사 지배구조에 막강한 영향"


대형건설사 지분 늘리는 국민연금… 지배구조 이슈에 업계 '안절부절'


  국민연금이 대형 건설사 지분을 잇달아 늘리면서 건설업계에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최대주주 지배력이 약한 회사의 경우 국민연금이 기존 대주주와 반대 방향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경우 회사 지배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증시에 상장된 각 대형 건설사의 지분 10% 안팎을 보유하고 있다.


이제 정부 방침에 복종해야?

(에스앤에스편집자주)


국민연금이 최근 대형건설사 지분을 늘리면서 건설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선일보DB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1분기 말(3월 31일) 기준 현대건설 지분율이 지난해 말보다 0.40%포인트 높아진 11.84%가 됐다고 최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대림산업 지분율도 12.75%로 0.46%포인트 확대됐고, GS건설 지분율도 13.05%로 0.12%포인트 커졌다. HDC현대산업개발 지분율은 11.79%로, 무려 1.6%포인트 높아졌다.




국민연금은 지난 3일에는 대우건설 지분 7.24%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삼성물산의 경우 지난 2월 7.48%의 지분을 보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경영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는 국민연금의 건설주 투자가 늘어난 것이 우선 주가 급락으로 투자 매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하지만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해도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국민연금 지분율이 높아지는 게 반갑지만은 않다. 지배구조 개선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며 경영에 개입하는 국민연금의 최근 행보 때문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12월 결산법인 46개사 주총에 상정된 안건 80개에 반대 또는 기권표를 행사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 조현준 효성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 등에 반대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민연금과 시민단체의 직·간접적인 압박을 받은 대림산업에서는 지난달 이해욱 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특히 지배구조와 관련한 이슈를 가진 회사들은 국민연금의 움직임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최대주주 지배력이 약한 대림산업이 그렇다. 대림코퍼레이션(21.67%)과 대림학원(1.27%) 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대림산업 지분율은 23.12%에 그친다.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신경쓰일 수준이라는 의미다.


특히 최근 주식을 매집하는 기타법인이 존재한다는 점도 대림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기타법인은 3월 초부터 이달 10일까지 대림산업을 약 1000억원어치 샀다. 일각에선 경쟁 관계에 있는 회사가 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는데,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만약 한진그룹처럼 경영권 관련 이슈가 생긴다면 국민연금 결정이 회사에 상당한 변수가 될 수 있다. GS건설 역시 최대주주인 허창수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25.53%에 그친다.


뉴데일리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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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은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과 맞물인 이슈를 갖고 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순환출자로 엉켜 있는데, 지주사인 현대모비스 중심으로 이를 풀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현대모비스 지분을 늘려야 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기업공개(IPO)나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과의 합병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국민연금 지분율이 계속 높아지면 이런 일련의 과정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오히려  경영 불확실성을 없앨 수 있는 기회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지난 2월 낸 ‘기업 소유구조에 따른 국내 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의 적극성 비교’ 보고서에서 임현일 부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은 적극적인 반대 의결권 행사를 통한 모니터링 기능을 적절히 수행하고 있다"면서 "기업 측은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진혁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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