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직격탄 맞은 '중소건설사' 줄폐업


중소건설사 줄폐업…증권사 부동산PF 유동성 우려 확산


지난달 종합건설사 폐업 70%↑

지방아파트 미분양 악영향 여파


부동산PF 공급용 ABCP 22조中

증권사 매입보장 13조 발등에 불


채안펀드 통한 매입 불가능해

금융권 유동성위기 전이 `비상`


    9일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종합건설회사 지안스건설은 6일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1999년 설립된 지안스건설은 충남 천안에 본사를 둔 건설업체로 2017년에는 기성액(공사 실적 자체 평가액) 기준(928억원) 대전·충남 지역 도급 순위 10위권에 진입했던 업체다. 2018년과 2017년 각각 750억원과 984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으며, 해당 기간 영업이익은 2년 연속 20억원을 기록했다.


폐업, 2월 대비 두배 늘어


법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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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스건설은 지속적인 공사대금 채권 회수 실패로 재무 상태가 악화돼 회생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회수 채권이 누적되면서 유동성이 악화됐고 동시에 전반적인 건설업 시장 침체로 사업 포트폴리오 불균형이 심해진 것이다. 지안스건설은 지난달에만 3건의 원금과 이자 연체가 발생했다. 이 회사는 다산인데코홀딩스가 지분 51.45%를 보유하고 있으며 부채 비율은 2016년 169%에서 이듬해 199%, 2018년에는 238%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법원에 따르면 타일·방수 시공업체인 지원건설과 부동산개발사인 동진주택개발도 각각 2월 말과 3월 초 파산을 신청했다. 이들 역시 건설경기 악화로 수주 실적이 감소하는 동시에 인건비와 자재비 등 원가 상승이 겹치면서 사업 유지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생절차를 밟지 않고 아예 폐업하는 건설사는 더 많다.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폐업을 신고한 종합건설사는 36곳으로, 전년 동기(21건) 대비 71% 증가했다. 이달엔 9일까지 폐업을 신고한 건설사만 12곳에 달한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실물경제 위기가 금융시장 위기로 전이될 수 있는 약한 고리로 부동산 PF 유동화증권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실제 부동산 시장에서 위기의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 부동산 시행사와 건설사들은 주로 은행과 저축은행을 통해 부동산 PF를 일으켰다. 하지만 저축은행이 무너진 뒤 그 빈자리를 주로 증권사가 메웠다.


증권사는 건설사나 시행사 매출채권을 자산으로 해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과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해 자금을 공급한 것이다. 문제는 지안스건설처럼 채권 회수에 실패했을 경우 이를 자산으로 발행된 부동산 PF ABCP와 ABSTB까지 부실화해 부동산 시장의 위기가 금융시장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PF ABCP와 ABSTB에서 경고음은 이미 들려오고 있다. 만기가 돌아오는 ABCP와 ABSTB에 대한 차환 발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지난달 한화투자증권은 300억원 규모의 부동산 PF ABCP의 만기가 돌아왔다. 한화증권은 이 중 50억원만 차환을 발행하고 나머지 250억원은 직접 떠안았다가 뒤늦게 롤오버할 수 있었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도 지난달 만기였던 부동산 PF ABSTB 차환 발행에 실패해 자체 자금으로 매입했다.


만기가 도래하는 부동산 PF 유동화증권을 증권사가 떠안는 이유는 증권사가 매입 약정을 하고 발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발행된 22조1083억원의 부동산 PF ABCP·ABSTB 중 증권사가 매입 보장을 약속하고 발행한 물량은 전체의 60%에 육박하는 13조7715억원이다. 증권사별로는 부동산 PF 유동화증권 매입 보장 약정 규모가 키움증권(6110억원), KB증권(4988억원), NH투자증권(4830억원), 미래에셋대우(3286억원), 한국투자증권(3113억원), 메리츠종금증권(2666억원) 순이다. 앞으로 만기가 도래할 물량은 더 많다. 금융투자 업계 분석에 따르면 4월 만기 도래 규모는 10조6000억원으로 집계됐으며, 5월에는 6조1000억원, 6월에는 4조2000억원에 달한다.





증권사 IB 담당자는 "현재 ABCP에 대한 차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심리적으로 수요가 위축된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심리적 위축으로 끝나지 않고 건설사 도산 등으로 위기가 현실화한다면 부동산 PF 유동화가 위기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부동산 PF ABCP는 정부 채권시장 안정화 조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채권안정펀드 등을 통한 매입을 기대할 수 없어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뿐 아니라 부동산 기초자산 부실로 인한 손실도 증권사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무디스가 국내 주요 증권사의 신용등급을 낮출 것을 검토하는 이유에는 바로 증권사 부동산 PF의 이런 구조가 놓여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또한 9일 자본 여력 감소를 반영해 미래에셋대우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S&P는 이날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미래에셋대우가 자금을 조달하고 유동성을 관리하는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증권사에 직접 대출을 해주는 것이 그나마 ABCP로 인한 유동성 부담을 다소 덜어준다.


하지만 증권사는 부동산 PF에 대해 보수적인 자세로 전환했다. 한 증권사 IB 담당자는 "당분간 PF 대출을 중단하기로 하거나 대출 한도를 대폭 낮춘 증권사가 상당수이며, 리스크관리위원회 의결을 더욱 깐깐하게 한 회사도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PF 투자는 증권사, 캐피털사 등이 주로 하는데 최근 심사 중지나 연기가 발생하고 있다"며 "증권사 자금이 집행되려면 현장 실사를 나가야 하는데 대구·경북 지역 사업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실사를 하지 못해 PF 투자가 보류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기철 기자 / 정승환 기자 / 박재영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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