官 개입으로 건설사 갈등만 초래한 '정비사업'


'정비사업 과열수주 막는다더니'…섣부른 官 개입에 건설사 갈등만 초래


신반포15차조합 집단행사 자제 권고에도 설명회·총회 강행

반포3주구 정부 권고 이행, 입찰제안서 한달 뒤 오픈 예정

서울시 섣부른 개입·일관성없는 태도에 변수·부작용 발생


    최근 반포 일대 정비사업장에서 정부와 지자체에 대한 건설사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서울시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사업 진행에 제동을 걸면서 일관성 없는 기준을 제기해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 공사현장. ⓒ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집단행사 금지 불구…서울시 "총회 막을 근거 없다" 뒷짐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5차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오는 12일 인근 웨딩홀 건물 옥상에서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한 대림산업, 삼성물산, 호반건설의 합동 홍보설명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오는 17일에는 시공사 선정 총회까지 강행할 계획이다.




신반포15차는 지난 3월에도 정부와 지자체 권고에도 불구하고 시공사 합동설명회를 강행하려다 서울시, 서초구 반대로 일정을 잠정 연기한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조합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설명회와 총회를 2주에 걸쳐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감염 사태가 진정되지 않아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연장됐음에도 집단행사를 강행하려는 것이다.


게다가 서울시와 서초구청 모두 이를 묵인하는 태도를 취하면서 업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국토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정비사업에 대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유예기간을 3개월 연장해주는 대신 5월 하순까지 이사회, 대의원회, 총회 등 집단행사를 미루도록 했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시와 각 지자체는 조합이 총회를 강행하는 등 사회적 상황에 반하는 행동을 할 경우 도시주거환경정비법, 감염병 예방과 관리에 관한 법률 등 각종 규정을 활용해 고발하고 행정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경고까지 했다.




그러나 신반포15차 조합이 건설사 설명회와 시공사 총회를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서울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신반포15차 조합원은 181명으로 비교적 소규모이며 정부가 권고한 방역지침을 따른다면 조합 총회를 강제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이다.


이에 재건축·재개발조합들은 서울시와 정부가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지 않아 혼란만 유발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 권고에 따라 일정을 미뤄왔는데 패널티가 없다면 총회를 굳이 연기할 필요가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조합, 서울시 권고안 따랐을뿐…특정건설사 결탁설 등에 '몸살'

서울시가 코로나19로 재건축사업 일정을 5월 뒤로 미룬탓에 일부 조합에서는 건설사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당장 입찰과 시공사 선정을 앞둔 반포일대 정비사업장이 사업 연기 직격탄을 맞으면서 잡음이 불거지는 분위기다.

일례로 오는 10일 입찰 마감을 앞둔 반포3주구는 건설사가 제출한 입찰제안서를 한달뒤인 5월18일 공개한다. 


통상 입찰 마감 당일 각 건설사가 입찰제안서를 개봉하고 비교표를 작성한다. 공공관리자 검토이후 조합 이사회와 대의원회를 거쳐 정식으로 입찰이 확정된다.


반면 반포3주구는 이례적으로 한달뒤 제안서를 오픈하는 것이다. 서울시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이사회 개최, 시공사 선정 총회를 모두 5월18일 이후로 연기하라고 권고한 탓이다. 최근 입찰을 마감한 한남3구역도 같은 이유로 한달뒤 제안서를 열게된다.


업계는 반포3주구 입찰마감일에 삼성물산의 참여를 유력하게 보고 있는데 조합은 서울시 권고안을 따를 예정이다.




만약 삼성물산이 최종 입찰에 참여하면 반포3주구 조합에 보낸 제안서 내용은 5월18일 이후 공개된다.


문제는 이를두고 신반포15차 수주전에 참여한 건설사들이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또 다시 연기된 신반포15차 시공사 합동설명회/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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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대로라면 반포3주구 입찰마감일에 제안서를 오픈하고 삼성물산이 반포3주구, 신반포15차에 각각 어떤 조건을 제시했는지 비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서울시 일정연기 권고로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반포3주구와 신반포15차 동시 수주를 노리고 있는데 이 두곳은 규모와 공시비에서 큰 차이가 나는 사업장"이라며 "삼성물산이 신반포15차보다 반포3주구에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을 가능성도 있는데 신반포15차 조합원들은 정확한 내용을 비교도 못한채 시공사를 뽑게 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신반포15차 수주전에서 삼성물산과 맞붙어야하는 경쟁사들은 반포3주구 입찰제안서 개봉이 한달 뒤로 연기됨에 따라 조합원을 설득할 수 있는 기회 를 잃게 됐다고 볼멘소리다.


이에따라 건설사간 신경전만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반포 일대 재건축조합이 삼성물산만 지지하는 것 아니냐며 조합-건설사 결탁설까지 제기중이다.


이와관련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각 조합이 원래 계획했던 일정대로 입찰, 총회를 진행했다면 별 문제가 없었을테지만 서울시가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일정 연기를 권고하면서 모든게 틀어지고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서 재건축사업지 과열 경쟁을 막는다더니 오히려 조합, 건설사 갈등만 유발하고 있다"며 "시장에 섣부른 개입이 어떤 부작용을 낫는지 확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채진솔 기자 jinsolc@newdailybiz.co.kr 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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