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원에 희비가 엇갈린 '긴급재난지원금' ..."철밥통 공무원·공기업 왜 주나"


"안정적인 공무원·공기업 왜 주나"…靑청원 달군 재난지원금

'긴급재난지원금' 어떻게 지급되나?


    1원에 희비가 엇갈렸다. 최대 100만원에 달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이야기다.

3일 정부가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지원 대상인 소득 하위 70%를 걸러내겠다고 밝혔다. 정부부처가 합동으로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려 내놓은 잣대는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4인 가구 기준 '건강보험 본인부담금 23만7652원'이다. 이 기준에서 1원만 많아도 100만원은 물 건너 간다.


코로나19이라는 전례 없는 재난 속,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국민을 돕겠다며 정부가 곳간을 열겠다고 할 때부터 논란은 예견됐다. 소득 하위 70%를 나누는 기준이 모호하고 애매해서다.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아야 할 '하위 70%' 기준과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국민의 생각이 엇갈리는 이유다.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본 '재난지원금'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싼 각양각색의 의견을 엿볼 수 있는 창이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다.

3일 오후 9시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재난지원금'으로 검색해 나온 글은 총 82개다. n번방 사건처럼 수백만건의 청원 동의가 이뤄진 글은 없지만,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음을 뒷받침한다.

청원 목록을 훑어보니 "전 국민에게 다 주자"부터 "건보료 기준은 부당하다"에 이어 "고액자산가와 공무원은 지급대상서 제외하자", 심지어 "국민에게 다 주되, 소득에 반영해 소득세를 물리자"는 아이디어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치권과 학자들의 시각을 반영한 재난지원금 기준이 제시되고 있는데, 실제 수혜자 관점에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데다 평상시 기본 소득이나 사회 안전망에 대한 논의나 준비가 안 된 만큼 국민 합의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 국민 다 주자" vs "진짜 어려운 사람만 주자"

재난지원금이 편가르기를 하고 있다며 허탈감을 드러내는 목소리도 있다. "진짜 뭐하자는 겁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청원인은 "재난지원금 가지고 편 가르고 표 싸움하자는 거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는 "상대적으로 빈곤한 계층을 지원해야 맞는 재난지원금을 주려면 다 주지, 이게 뭐냐"고 반문했다. "1인 가구에 재산도 없고 급여는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고 (중략) 야간근로수당까지 더해 280만원 정도 받는데 상위 30%라 지급 대상이 아니라니 이게 진짜 대한민국 상위 30% 맞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국민 모두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는 청원도 상당했다. 이 청원자는 "70%의 국민을 선별하지 않고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적어도 일정 부분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많은 시간과 행정력이 70%의 기준을 결정하기 위해 낭비되고 있다"며 "더 크고 중요한 문제는 국민의 감정이 나누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설적인 방안도 내놨다. 이 청원자는 "모든 국민에게 지급해 당장 급하고 어려운 사람에게는 유익하게 사용되도록 하고, 여유 있는 사람들에게는 추후 세금 시스템을 통해 내년에 환수하자"고 제안했다.

전 국민 지급에 반대하는 주장도 있다. 전 국민 지급에 반대하는 한 청원자는 "무조건 선거성 선심처럼 지급하는 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재난을 볼 때 국민감정을 폭발할 수 있는 큰 사태를 몰고 올 수도 있다"며 "정부는 상위 하위를 따지기 전에 코로나로 진짜 어려운 생활을 겪는 이들을 찾아서 알뜰하게 지급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논란과 공방에 대해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재난은 국민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임에도 정부는 '부자는 빼겠다'며 70%로 줄긋기를 하다 보니 국민 입장에서는 정부 발표 안에 납득과 수긍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민을 선별적으로 지원하지 않고 신속히 재난지원을 하되, 정부가 앞장서서 형편이 좋은데 지원금을 받는 분들은 한국 경제와 이웃을 위해 지원금을 양보해 달라고 국민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건보료 기준" 형평성 논란도

긴급재난지원금 대상 선정 기준으로 건강보험료를 활용하겠다는 정부의 발표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한 내용의 글을 올린 청원자는 "직장 가입자는 월 단위 소득을 기준으로 삼지만, 지역가입자는 연간 단위로 소득을 반영해 건보료를 책정한다"고 적었다. "직장가입자는 월급 외에 다른 재산이 있어도 순수 월급에 대해서만 건보료를 내면 되지만 지역가입자는 매달 소득이 다르다"고 토로했다.



이어 "재난지원금을 받고 못 받고의 문제가 아니라 건보료 책정 기준이 일정치 않아, 지금 정부 발표로 본다면 지역가입자의 경우 거의 해당 사항이없다"라고 주장했다.

"세금으로 다시 받아가자" 아이디어

긴급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을 주장하는 청원인은 지난 2일 올린 글에서 "전국민에게 지급하고 소득으로 처리한 뒤 연말에 다시 세금으로 받으라"고 제안했다.

이 청원자는 "월급 많이 받는 사람은 받는 만큼 세금 비율도 다르니 어려운 시기에 똑같이 지원해주고 나중에 세금으로 다시 받아가라"며 "누구는 받고 누구는 안받고 너무 억울하다"고 썼다.

지난 1일에도 비슷한 아이디어가 올라왔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주되 소득으로 간주해 세금으로 회수하고, 양보하는 분의 경우 기부금 영수증을 처리해 감세효과를 주자"는 것이었다.

지급 기준에 "모든 소득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소득기준을 볼 때 근로소득만 하지 말고 재산과 불로소득, 사업소득 등 모든 소득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청원자는 "1가구 2주택 이상자들은 반드시 제외시켜야 한다"며 "단순하게 근로소득만 기준으로 하면 근로자들이 가장 손해를 보게돼, 정말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보다 부자 퍼주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무원, 공기업 직원 제외시키자"는 의견도

한편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을 긴급재난지원금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글도 올라왔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나 소규모 기업 근로자와 달리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의 경우 고용이 안정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100만명에 달하는 공무원을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빼자는 의견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행정안전부는 "특정 직업군에 대한 검토는 하지 않고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공무원에 대한 별도 제외는 아직까지는 검토되고 있지 않다"며 "실제 지급대상자는 일부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중앙 정부에 앞서 중위소득 100% 이하를 기준으로 4인가구 기준 최대 50만원의 긴급재난생활비를 지급하는 서울시도 공무원을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지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구당 지급을 원칙으로 하는 상황에서 가구원 가운데 공무원이 있다고 해서 이를 제외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배경을 설명했다.

개인별 지급이라면 직역을 따질 수 있지만 가구당 지원 기준인만큼 중앙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기준 선정 과정에서 특정 직역을 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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