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월성 원전 수명 잘못 예측..."올스톱 될뻔"


[단독] 월성 원전 수명 잘못 예측한 정부, 올스톱 될뻔했다

월성 원전 사용후핵연료 포화시점 2022년 3월로 발표
논란 일자 전문가 집단에 의뢰하니 약 2개월 앞당겨져
새 저장시설 제때 못 지으면 월성 2·3·4호 올스톱 위기


    정부가 월성 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인 맥스터(건식 저장시설의 일종)의 포화시점을 2022년 3월로 발표했지만, 뒤늦게 전문가들에게 분석을 의뢰한 결과 2022년 1월에 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맥스터가 포화되면 현재 가동 중인 월성 2·3·4호기를 모두 정지시켜야 한다. 월성 2·3·4호기를 계속 가동하려면 새 맥스터를 제때 지어야 하는데, 정부가 임의로 맥스터 포화시점을 추정해 자칫 월성 원전 가동이 ‘올스톱’ 될 상황이었다.

월성 원전/팬앤드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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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학계 관계자는 4일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연구팀이 산업부에 월성 원전의 맥스터 포화시점이 정부의 예측보다 1개월 이상 단축될 것 같다는 분석 결과를 전달했다"며 "최종 연구 분석결과는 총선 직전인 이달 13일 전후로 산업부에 전달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12일 산업부와 원전 관련 여론 수렴 기관인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는 월성 3호기가 가동을 8개월가량 멈추자 이 기간에 사용후핵연료가 나오지 않았다며 맥스터의 포화시점을 기존 예측보다 4개월 늦춰 2022년 3월로 발표했다. 또 포화시점 19개월 전에 착공해야 하는 신규 맥스터 착공 데드라인도 기존보다 4개월 늦춘 8월로 잡았다.

 


그러나 이런 추정이 정확하지 않다는 논란이 일자 뒤늦게 전문가 집단인 한국방폐학회에 포화시점을 산정해달라고 의뢰했다. 학회는 원자력 전문가 집단으로 원전 전공 박사와 각 대학 교수진들로 구성된 단체다.

학회는 산업부가 4개월로 추정한 분석방법을 전달받은 후 이를 자체 분석해 포화시점이 2개월가량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것을 산업부에 전달했다. 원자력 학계 관계자는 "산업부는 월성 원전 2·3·4호기에서 각각 매일 13.6다발의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하는 것을 전제로 해 2022년 3월초를 포화시점으로 봤는데, 이건 최근 4년 간의 데이터만 분석한 것이라 정확도가 떨어지는 분석이었다"며 "호기 당 발전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많게는 15다발, 적어도 14다발의 사용후핵연료가 나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를 무시한 결과"라고 했다. 다발은 사용후핵연료의 단위로 1다발에선 시간당 약1000시버트(㏜)(1000㏜/h)의 방사선이 발생한다.

이 관계자는 "2007년부터 2018년까지의 장기데이터를 토대로 시나리오별로 분석을 할 계획이라고 산업부에 설명했고 산업부가 추산한 3월초보다 한 달 이상 빠른 1월초·중순이 포화시점으로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당초 산업부는 2월 중으로 정식 연구용역을 의뢰할 계획이었지만 포화시점이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한국수력원자력 등 관계자들과 함께 6~7차례 방폐학회를 방문하며 연구결과가 나오는 과정에 대해 상세히 물었다. 정식 연구용역계약은 3월 중순에야 체결됐고 결과는 총선이 예정된 이달 둘째 주에 산업부에 전달된다. 학회 내부에서는 정부가 왜 수차례 학회를 접촉하며 정식용역 체결을 미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관료들이 정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자의적으로 원전 수명을 늘려 발표한 것 같다. 이런 식으로하다 월성 원전의 신규 맥스터 건설이 늦어져 원전이 멈춰서면 또 한국전력의 적자가 커지는 원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전 적자가 누적되면 결국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은 더 커지는데 관료들이 자충수를 두는 것 같다"고 했다.

 


한국전력(015760)은 월성 1호기를 조기폐쇄하고 원전 이용률을 낮춘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2080억원, 1조356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되기 전인 2016년과 2017년에는 각각 12조16억원과 4조9532억원의 영업이익(연결기준)을 냈다.
세종=정해용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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