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들이 이렇게까지 살 수 있나, 이런 광경은 정말 처음"


실탄 47兆 장착 개미군단, 그 선봉엔 땅개미·왕개미

아파트 판 땅개미·현금부자 왕개미, 코로나發 주식 세일에 대거 참여

개인투자자, 외국인·기관 팔때 22조 순매수 "처음 보는 광경"

사들인 주식 절반이 삼성전자… 전문가들 "자칫 낭패 볼수도"


    "개인들이 이렇게까지 살 수 있나, 이런 광경은 정말 처음 본다."(20년 차 증권사 임원)

코로나 쇼크로 국내 증시가 요동치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식 투자 광풍(狂風)이 불고 있다. 지난달 개인들의 주식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 금액은 11조4901억원으로, 역대급 '사자'를 기록했다. 개인 순매수 금액이 한 달에 10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요즘 둘만 모이면 주식 얘기를 한다고 하는데, 지난달 하루 평균 주식 거래 대금은 18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갈아 치웠다.

일러스트=박상훈



풍부한 자금 동원력 역시 놀라울 정도다. 증시 대기 자금으로 통하는 투자자 예탁금은 1일 47조6700억원까지 늘어나면서 연일 사상 최고치 행진 중이다. 윤태환 KB자산운용 액티브운용본부 팀장은 "제로 금리 시대에 부동산 시장은 대출 규제나 세금 등으로 상승 탄력이 꺾였는데, 코스피지수는 연초 대비 20% 이상 내렸다"면서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을 피해 빠져나온 자금과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땅개미, 왕개미… 개미 군단 파워

올 초 반포 아파트를 팔아 10억원가량 여유 자금이 생긴 50대 직장인 이모씨는 난생처음 증권 계좌를 만들고 주식을 샀다. 집 판 돈으로 주식을 사는 '땅개미'다. 이씨는 "부동산 투자는 자금 출처 조사를 받아야 하고 공시 가격도 올라서 세금이 부담스럽다"면서 "주식은 관심이 없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20% 급락한 걸 보니 저가 매수 타이밍이라고 생각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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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명진 NH투자증권 청담WM센터장은 "요즘 증권사마다 신규 계좌가 한 달에 수십만 건씩 열리면서 뉴머니(새 돈)가 유입되고 있다"면서 "지점에서 고객들이 가져가는 번호표는 하루 평균 30~40장 정도였는데 요즘은 100장 넘게 나갈 때도 있다"고 말했다.

유례없는 초저금리에 과거 학습 효과가 겹쳐지면서 시중 부동 자금 1000조원의 머니무브(자금 이동)도 가속화하고 있다. 단기 투자 상품에 뭉칫돈을 넣어놓고 투자 기회만 노리던 현금 부자 '왕개미'들이 코로나발 빅세일에 대거 참여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기준 1억원 이상 개인들의 주식 매수 주문 건수는 35만건에 육박했다. 작년 3월과 비교하면 3.6배 증가한 수치다. 박진환 한국투자증권 랩운용부서장은 "10년 주기로 증시 급락을 겪어봤던 50~60대는 이번 위기도 시간문제일 뿐 반드시 극복할 것이란 믿음이 있다"면서 "주가가 추가 하락하면 자녀에게 증여해 주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기승전 '부동산' 대신 기승전 '삼전'

개미들의 주식 매수는 삼성전자에 집중돼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개인들의 순매수 금액 중 47%가 삼성전자(우선주 포함)였다. 30대 직장인 황모씨는 "주식회사 대한민국에 투자한다면 엔진인 삼성전자에 투자해야 한다"면서 "마스크 30장 살 돈으로 대한민국 굴지의 회사 주주가 되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경기 회복 기대감에 지난 1월 사상 최고치(6만2800원)를 찍었지만 코로나 쇼크로 하락해 3일 4만7000원에 마감했다.

김은영 한화투자증권 강서지점 차장은 "신용카드로 삼성전자 주식을 살 수 있는지 물어볼 정도로 고객들은 삼성전자에 꽂혀 있다"면서 "아직 코로나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들어서지 않았기 때문에 '묻지 마 투자' 식으로 뛰어들면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은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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