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누가 여론조사 믿나


못믿을 여론조사

응답률 10%? 국제기준으론 3%
與野 열혈 지지층만 답하는 셈


    최근 총선을 앞두고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응답률이 국제 기준(미국여론조사협회·AAPOR)으로는 3%에 그치는 것으로 31일 밝혀졌다. 국내 기준 10% 안팎으로 공표된 응답률이 실제로는 3분의 1 이하로 떨어지는 것이다. 전화 100통을 걸면 겨우 3명이 응답하는 수준이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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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여야(與野) 정당의 가장 적극적인 지지층만 주로 응답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조선일보가 입수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 자료에 따르면 3월 19일까지 여심위에 등록된 총선 여론조사 2199개의 응답률 평균치는 9.1%였다. 이 중에서 전화 면접원 조사의 평균 응답률은 15.5%였고, ARS (자동응답시스템) 조사는 평균 응답률이 4.9%였다. 하지만 이 응답률도 국제 기준을 적용하면 실제보다 부풀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선 여론조사의 응답률을 '전화를 받은 사람 중 끝까지 응답해준 사람의 비율'로 계산한다. 하지만 미국 등 국제 기준은 '전화를 했는데 아예 안 받은 접촉 실패 수'까지 분모에 포함해 계산한다. 이 기준으로 응답률을 계산하면 여심위에 등록된 총선 여론조사의 평균 응답률은 9.1%에서 3.1%로 뚝 떨어진다. 전화면접원 조사의 경우엔 평균 응답률이 4.7%, ARS 조사는 2.0%에 불과했다. 극소수의 적극적 정치 관심층만 여론조사에 응답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는 지난해 10월부터 선거 여론조사 자료를 등록할 때 '접촉률'도 함께 공개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접촉률이란 여론조사를 위해 걸은 전화 통화 수(전화를 아예 안 받은 경우도 포함) 중에서 전화가 연결된 비율이다. 우리 여론조사의 응답률 개념이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전화를 받은 비율인 접촉률과 중도에 끊지 않고 끝까지 응답하는 응답률을 곱하면 미국식 응답률이 나온다.

여심위 관계자는 "미국여론조사협회 기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응답률'은 '조사 협조율'의 개념"이라며 "국제적인 응답률 기준은 부재중이거나 통화중 등으로 연결이 안 된 사람까지 포함해서 응답률을 계산한다"고 했다. 그는 "부재중이거나 통화중인 사람에게도 다시 전화해서 응답을 얻어내야 조사 품질이 향상된다"며 "그동안 조사 품질에 대한 평가 지표가 없었기 때문에 이를 보여주기 위해 접촉률을 도입한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가 입수한 여심위 자료에선 선거 여론조사 응답률이 2017년 대선(17.0%), 2018년 지방선거(10.2%), 2020년 총선(9.1%) 등으로 계속 떨어지는 추세였다. 여론조사 회사 관계자들은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면 모르는 번호가 뜨니까 아예 안 받는 경우가 많고, 받더라도 여론조사 회사라고 하면 바로 끊는 사람이 대다수"라고 했다. 이런 와중에도 여론조사에 응답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인 유권자'가 아니라 정치에 관심이 매우 높은 '적극적인 정당 지지층'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는 "갈수록 여론조사 응답률이 하락하는 것은 의견 표시를 꺼리는 응답자가 늘어난 것"이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보수 야당 지지자들 의견이 적게 반영되고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또 "역대 선거에서 야당 지지율은 실제보다 여론조사에서 낮게 나오곤 했다"며 "여당과 야당의 지지율 격차가 현재 공개되는 여론조사 결과에 비해 많게는 6%포인트 정도 좁혀질 수 있다"고 했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최근 여론조사에선 여론조사 응답을 적극적으로 할 가능성이 큰 계층, 즉 정치적으로 '양극단'에 있는 계층이 과도하게 참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한 교수는 "여론조사에 적극 응답하는 계층이 실제로 투표에 참여할 가능성도 크다"며 "코로나 사태로 총선 투표율이 낮아질 경우 현재의 여론조사들이 역설적으로 투표 결과와 크게 어긋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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