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입국 격리자 폭증..."무봉쇄 코로나 대책 포퓰리즘인가?"


해외 입국 격리자 매일 7000명 폭증… 정부는 "문제없다"

2주 뒤면 자가격리 10만명… 1대1 관리도 한계
지자체 공무원이 전담 관리하는데 기존 업무와 병행, 업무부담 커져
"정부, 외국인 입국금지는 안하고 지자체에 부담 떠안긴다" 지적



    다음 달 1일부터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2주 격리를 의무화하게 되면 격리 대상자가 하루 7000여명씩 불어나게 된다. 불과 2주면 10만명에 달하게 된다. 방역 당국과 지방자치단체, 지역 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어나면 코로나 확산이 다시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가 격리자는 지자체 공무원이 일대일로 매일 연락하면서 격리 장소 이탈, 감염 의심 증상 발현 등을 확인해야 한다.

거스름돈도 소독 - 30일 서울 남산 3호 터널 요금소에서 직원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예방하기 위해 혼잡통행료 거스름돈을 자외선 지폐소독기에 넣어 소독하고 있다. 서울시설공단은 지난 25일부터 남산 1·3호 터널 혼잡통행료 거스름돈으로 쓰는 지폐를 전량 소독해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상훈 기자

 


자가 격리자는 지난 29일 기준 1만4009명이다. 22일 유럽발, 27일 미국발 입국자에 대한 자가 격리가 시작되면서 이 중 해외 입국자가 절반 이상인 7324명(52%)을 차지하고 있다. 모든 입국자로 대상이 확대되면 집이나 시설 등에 격리되는 입국자가 급증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지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30일 "자가 격리자가 가장 많았을 때 3만4000명 정도였지만 지금은 1만4000명 수준"이라며 "자가 격리 앱을 통해 효율적으로 관리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추가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박은철 연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입국장을 열어놓은 채 지자체 공무원들에게 부담을 떠안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민들이 발칵 뒤집혔다. 지난 26일 확진된 40대 폴란드 남성이 자가 격리를 위반하고 편의점, 놀이터, 동물병원 등을 돌아다녔다는 주민 제보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용산구는 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다가 뒤늦게 "추가 역학조사를 통해 동선을 파악하겠다"고 했다.

 


외국인만 문제가 아니다. 자가 격리자 일탈 사례는 계속 나오고 있다. 충남 태안에선 28일 미국에서 귀국한 70세 여성이 29일 자가 격리를 지키지 않고 집에서 10㎞ 떨어진 바닷가에서 굴을 따다가 적발됐다. 제주도는 자가 격리 중에 주거지를 벗어난 47세 남성을 고발 조치 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로 돌아오겠다는 국민을 막을 수 없고, 외국인 입국 금지도 안 하는 상황에서 자가 격리가 차선의 방법이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모든 입국자를 2주 자가 격리하면서 하루 7000명, 보름이면 10만명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자가 격리자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관리하느냐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담 공무원이 일대일 마크한다는 원칙은 좋은데 꼼꼼히 하지 않으면 형식에 그칠 것"이라며 "실효성 있게 자가 격리를 할 수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앱' 철석같이 믿는데

박종현 범정부대책지원본부 홍보관리팀장(행안부 안전소통담당관)은 30일 브리핑에서 "'자가 격리자 안전보호 앱'을 잘 활용하면 큰 문제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행안부가 지난 7일 개발·배포한 이 앱은 GPS(위성 항법 장치)를 이용해 격리자가 지정 격리 장소를 이탈하면 전담 공무원에게 경보가 울리도록 설계됐다. 하루 평균 3~4건 무단이탈자가 이 앱으로 적발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나가면 된다"며 허술함을 지적한다.



자가 격리 앱 설치율도 29일 기준 입국자 81.8%, 국내 자가 격리자 65.4%로 빈틈이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입국자는 25일부터 설치 의무화를 했지만 국내 격리자는 본인 동의를 받고 설치하고 있어 설치율 차이가 난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 업무 부담은 늘고 있다. 서울시 한 구청 관계자는 30일 "1500명 구청 직원 중 모니터링 요원 60명 차출해 운영하다가 오늘부터 114명으로 늘렸다"며 "원래 맡은 업무도 하면서 병행해야 해서 부담이 갈수록 커질 것 같다"고 했다.

정부 "외국인 입국 줄어들 것"

정부는 해외 입국자 가운데 국내 거주지가 있는 장기 체류자는 본인 집에서 자가 격리하지만, 거주지가 없는 관광객 등 단기 체류자는 정부가 준비한 임시 시설에 14일 동안 격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에 대한 수용 능력이 있는지도 논란 거리다.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이날 "최근 열흘간 외국인 입국자는 하루 평균 1848명인데 2주 의무 격리 조치와 예년 입국 기록을 분석해본 결과 국내 입국 외국인은 하루 100명 미만(5.2%)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경우 현재 확보한 1600명의 수용 가능 시설이 있어 시설 격리에 무리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2000명에 육박하던 외국인 입국자가 다음 달 1일부터 바로 하루 100명 수준으로 줄어들지 장담하기 어렵다. 장성인 연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외국인 격리 시설 이용 비용을 하루 10만원씩 물린다고 해도 그들을 위한 정부 당국의 행정력이 들어가게 된다"며 "사태 초기 강력한 입국 금지를 했으면 굳이 내지 않았을 비용을 이제야 치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상우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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