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증산경쟁發 ‘저유가’ 파장..."세계 경제 디플레 우려" Oil prices fall to 17-year low as Saudi Arab


불황중 저유가는 축복 아니다… 저물가 장기화로 디플레 우려

코로나-증산경쟁發 ‘저유가’ 파장


    올해 초만 해도 배럴당 60달러 선을 오르내리던 국제유가가 20달러대로 곤두박질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 산유국들의 증산 경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각국에서 경기부양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코로나19의 불길이 언제 잡힐지 알 수 없어 저유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한국은 오랫동안 저유가를 축복으로 여겼다. 가계 입장에서는 자동차 기름값이 싸지고, 기업들은 원자재와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다. 기업들의 생산비가 감소하면 소비자들은 물가 하락으로 소비를 늘릴 수 있고, 기업들은 원가 절감 비용을 신규 투자로 돌리면서 경기가 상승하는 선순환이 발생한다.


Oil prices fall to 17-year low as Saudi Arabia-Russia standoff continues, coronavirus hits demand

 

Saudi Arabia signaled no breakthrough in the oil price war with Russia, saying it was not in talks with Russia to stabilize the oil market despite Washington pressuring both sides to end the price war.
In early March, OPEC and non-OPEC allies, sometimes referred to as OPEC+, failed to agree on the terms of deeper supply cuts.
Countries have gone into lockdown due to the coronavirus pandemic, with flights all over the world canceled as airlines ground their planes, hitting economic activity and fuel dem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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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cnbc.com/2020/03/30/oil-falls-amid-saudi-arabia-russia-price-war-coronavirus-hits-demand.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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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요즘에는 저유가를 보는 시각이 예전보다 복잡해졌다. 반드시 좋은 측면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가 좋은 시기에 유가가 낮아지면 비용 절감 요인이면서 기회가 되지만, 지금은 세계적으로 경기가 안 좋고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에 상황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저유가를 이용해 기업들이 제품을 싸게 만들어도 내다팔 곳이 없다는 것이다. 국내 경제를 봐도 기름값 하락의 혜택보다는 오히려 저물가 장기화에 따른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을 더 걱정해야 할 처지다.

 


수요는 줄었는데 생산 늘면서 역(逆)오일쇼크 발생

국제유가의 폭락은 최근 한두 달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1월 중순만 해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60달러대 초반, 북해산 브렌트유는 60달러대 중반에서 거래됐다. 미국이 올 1월 3일(현지 시간) 드론으로 이란 군부 실세인 가셈 솔레이마니를 사살하자 중동 지역의 긴장이 높아진 결과다.

하지만 그로부터 두 달 남짓 지난 현재 유가는 그때의 3분의 1 수준이다. 27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WTI는 배럴당 21.51달러로 마감했다. 국제유가는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실물경제의 침체로 지속적인 하락 압력을 받는 와중에, 이달 중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산유국들의 감산 협의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20달러대로 급전직하했다.

이런 상황은 쉽게 바뀌지 않을 조짐이다. 우선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석유 수요가 워낙 빠르게 줄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코로나19로 30억 명의 인구가 집에 머물면서 일일 석유 수요가 2000만 배럴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 하루 석유 수요가 1억 배럴인 것을 감안하면 5분의 1이 남아도는 셈이다. 골드만삭스는 다음 달이면 세계 석유 수요가 일일 1870만 배럴, 에너지 컨설팅 회사인 리스타트에너지는 1600만 배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1∼3월) 석유 수요가 하루 360만 배럴 줄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충격이 훨씬 크다.

 


하지만 원유 생산국들은 이런 수요 감소에도 오히려 생산량을 늘리며 사태를 악화시켰다. 이달 6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의 대표 격인 사우디가 원유 생산량을 줄이자고 제안했지만 비(非)OPEC 산유국인 러시아가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그러자 사우디는 평균 970만∼1000만 배럴 수준인 일일 생산량을 4월부터 1200만 배럴로 오히려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서로 누가 저유가를 오래 버틸 수 있는지 치킨게임을 벌이면서 석유 시장의 패권을 가져오겠다는 의도다.

저유가로 셰일 업체들에 타격이 불가피해진 미국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미국 정부는 산유국들의 감산을 유도하기 위해 이들의 협의에 적극 개입하는 한편, 최대 7700만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구매해 유가를 끌어올리려 했다. 그러나 이 구매 예산이 2조2000억 달러(약 2700조 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에서 빠지면서 국제유가는 또다시 폭락했다.



비산유국에 선물이었던 저유가, 요즘엔 부정적 영향 부각

저유가 상황이 오래 계속될 조짐을 보이면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우선 가계 소비에는 저유가가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매년 통계청이 발표하는 가계동향조사(지출부문)에 따르면 국내 가계소비에서 유류비 등 석유 관련 소비 비중은 5∼6%를 오르내린다. 2∼3% 수준인 미국과 일본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높은 편이다. 저유가로 공산품의 생산비가 줄면서 가격이 떨어지고 유류비까지 감소하면 가계의 지갑 사정에는 상당한 도움이 된다.

실제로 최근 국제유가의 하락은 휘발유 값의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셋째 주 L당 1535.4원이었던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올해 1월 넷째 주 1571.2원까지 10주 연속 올랐다. 그러나 지금은 9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L당 약 1430원 선까지 내려왔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계 살림에 휘발유 값 하락이 그나마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유가 하락이 저물가 상황을 가속화해 경제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개월 연속 1%를 밑돌았고 올해 초에도 상황이 나아지진 않았다.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은 마당에 유가 하락이 디플레이션 우려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기업들에도 유가 하락의 영향은 양면적일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유가가 내리면 기업들은 제품 생산이나 공장 가동에 드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개선되고 투자를 늘리면 경기가 좋아지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유가가 점차 낮아지는 수준이 아니라 요즘처럼 ‘폭삭’ 가라앉은 상황이라면 문제가 다르다. 유가 폭락이 글로벌 실물경제의 극심한 침체를 반영한 결과라는 점에서 수출 기업들에 좋지 않은 신호이기 때문이다. 특히 산유국과 신흥국 경제가 저유가 충격을 받으면서 그 영향이 우리나라의 연관 산업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국내 석유화학업계다. 글로벌 경제 부진으로 석유 수요가 줄어들고 수출단가가 떨어지면서 업계는 올해 1분기(1∼3월) 수천억 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월 석유화학 부문의 수출단가는 t당 1000달러로 1년 전보다 173달러(14.7%) 낮아졌다.



석유화학업계가 어려워지면서 수출 차질도 현실이 됐다. 석유화학과 석유제품의 2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7%, 0.9% 줄었다. 이 두 부문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15% 수준으로 약 18%를 차지하는 반도체와 맞먹는다.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 등에 공격적으로 공장을 설립 중인 석유화학업계에서는 투자 진행을 보류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형 화학업체 관계자는 “해외 신규 공장 설립 프로젝트도 당분간 진행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중동 지역이 주요 고객인 해외 건설시장도 수주 실적이 급감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이달 1∼20일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시장 수주 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79% 감소한 1억7000만 달러에 그쳤다. 해외 건설시장은 올해 초만 해도 괜찮은 듯했지만 유가 급락으로 중동 국가들의 재정이 악화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산유국들이 긴축 재정에 돌입하면서 규모가 큰 건설계약이 연기되거나 무산될 우려가 커진 것이다. 사우디는 최근 “재정 적자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정부지출을 5%(133억 달러·약 16조3510억 원) 줄이겠다”고 밝혔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이상 유지돼야 수익이 나는 해양플랜트 사업도 상황이 좋지 않다. 육지의 유전보다 시추 비용이 많이 드는 해양 유전은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발주 취소나 연기가 우려되고 있다. 국제 교역 감소로 조선업체들의 선박 수출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해운 및 항공업계는 전통적으로 저유가의 수혜를 입는 업종이지만 코로나19로 사람과 물류의 이동이 봉쇄되면서 이를 기대하기도 어려워졌다.

 


“유가 회복 여부는 코로나19에 달려”

국제유가의 하락 국면은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단 유럽과 미국 등으로 퍼진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 4월부터는 사우디가 공언한 증산 물량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예정이라 시장이 또다시 충격을 받을 조짐이다.

바닥이 어디인가에 대한 전망도 무의미한 수준이다. 리스타트에너지는 “올해 유가는 배럴당 1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면서 “브렌트유가 사상 최저인 배럴당 10달러 미만으로 하락했던 1998년과 같은 운명을 맞이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준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팀장은 “과거 유가 하락 때처럼 원인이 수요나 공급 중 한쪽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두 측면이 복합돼 있다”면서 “원유 가격이 회복되려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수요가 살아난다는 본격적인 시그널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최혜령 경제부 기자 herstory@donga.com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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