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가..생전 처음 참석한 서해 수호의 날, 먼저 있던 화환 치워버리고 자신이...


서해 수호의 날… 文대통령 조화에 밀려난 참전용사 조화

유족 "먼저 있던 화환 치워버린 건 역대 대통령 중 文대통령뿐"
보훈처 "우린 모르는 일"



   정부가 지난 27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을 열면서 문재인 대통령 명의 조화(弔花)를 제외한 나머지 조화를 모두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치워버렸다고 전사자 유가족과 참전용사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28일 참전용사 권기형(당시 상병)씨가 전날 제2연평해전 전사자 묘역 주변에서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권씨는 제2연평해전 당시 기습당한 참수리357호에서 왼손 손가락이 모두 잘려나간 상태에서도 한 손으로 소총 탄창을 갈아 끼우고 대응 사격하며 가라앉는 함정을 끝까지 지켰던 인물이다.

27일 국립대전현충원 내 ‘제2연평해전 묘역’ 입구에 문재인 대통령 조화가 홀로 세워져 있다(왼쪽). 전날까지 그 자리에 서 있던 참수리357 전우회 등 다른 이들의 조화는 언덕 아래 한쪽에 몰아놨다(오른쪽). 행사를 주관한 국가보훈처는 “우리가 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권기형씨 페이스북



권씨가 올린 사진 1장은 묘역 입구 정중앙에 문 대통령 조화가 홀로 세워진 사진, 3장은 다른 이들이 보낸 조화 10여개가 언덕 아래 한쪽 구석에 이름표들조차 잘 보이지 않도록 몰아 놓인 사진이었다. "이 조화들은 행사 전날까지 묘역 입구에 놓여 있었지만 정작 행사 당일엔 이렇게 치워졌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권씨는 페이스북에 "자기가 보낸 화환 놓아둔다고 먼저 와 있던 다른 화환들을 저리 해놓은 것은 처음 봄"이라며 "우리 참수리357 전우회에서 놓아둔 것은 건들지 말아야지…"라고 적었다. 이어 "다 좋다. (중략) 의전을 위한 것이건, 사진을 위한 것이건, 당신들 차례 끝났으면 원래대로 놓아두든가"라고 덧붙였다.

 


다른 참전용사와 전사자 유가족도 씁쓸한 감정을 내비쳤다.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고(故) 윤영하 소령 아버지 윤두호(78)씨는 "행사 전날 보이던 조화들이 정작 행사 당일 사라져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괜히 일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가만히 있었다"고 말했다. 고 한상국 상사의 아내인 김한나씨는 "역대 대통령 중 미리 놓여 있던 화환을 치워버린 것은 문 대통령뿐"이라며 "황당했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관한 국가보훈처는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원우식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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