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의 트라우마, 지금부터"


중국 우한의 트라우마, 지금부터 시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 우한의 시내 통행이 25일 재개됐다. 도시 간 이동은 4월 8일부터 가능하지만 우한의 활동 재개는 그 자체로 중국의 '코로나 전쟁 승리'로 포장됐다.

코로나 감염됐다 완치된 우한 일가족 7명
“계속 숨가쁘고 어지러워”, 후유증 극심
우한 화장장 업무 재개...눈물 삼키는 유가족
화장장 ‘유골 수령 장소’ 표지판 ‘충격’
코로나 사망자 위한 공동 묘원도 조성

 

후베이 셴허 호수 묘원은 신종 코로나 감염으로 사망한 우한 시민들에게 1000개의 묘지를 무상 기증한다고 밝혔다. [시앤허 호수 묘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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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대 피해지인 우한의 사망자 수는 2538명(29일 현재 공식 통계)에 이른다. 최소 1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가까운 가족을 잃은 고통을 겪고 있는 셈이다. 누적 확진자 5만 6명 중 4만여 명이 완치됐지만, 신체적 후유증을 앓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 우한의 인구는 1018만 명(2018년 기준)으로 서울(973만)과 비슷하다.

본지는 27일 우한 시민 펑칭(彭请·30)씨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펑씨는 가족 전체가 지난 1월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다. 본인과 부모, 남동생, 남편과 시부모까지 7명이다. 다행히 사망한 사람은 없지만 코로나19의 후유증은 길고 심각했다.

 


감염의 시작은 1월 22일 어머니가 발목 골절로 우한 제3병원에 입원하면서였다. 춘제(春節·중국 설)를 하루 앞두고 사돈이 다치자 시댁 식구까지 모두 병문안을 왔다. 입원실은 11층이었고 호흡기 내과는 19~20층에 있었다. 문제는 엘리베이터가 공용이었다는 점이다. 펑씨는 “아파지고 나서 알았다. 엘리베이터에 기침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 우한 봉쇄 하루 전날이었다.

사흘 뒤 어머니는 퇴원했고 이후 가족들이 하나둘씩 아프기 시작했다. 아버지(58)가 제일 먼저 확진 판정을 받았다. 39도까지 열이 올랐지만, 병실이 없어 집에서 1주일을 버텨야 했다. 펑씨는 "이때가 가장 힘들었다"며 "가족들이 전부 아픈데 도와줄 병원도, 사람도 없었다"고 했다. 간신히 임시 의료 시설인 팡창(方舱) 의원에 입원했고, 그 뒤 어머니와 동생도 줄줄이 같은 병원으로 실려 갔다.

펑칭(30)이 신종 코로나 완치 판정 이후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 탕약과 양약을 같이 먹고 있다. [펑칭 제공]



펑씨는 남편과 같이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을 먹으며 집에서 버텼다. 6살 난 아이는 바로 친척 집에 보내 피해가 없었다. 시부모는 확진 판정을 받았으나 경증이었다고 한다. 2월 말 아버지는 퇴원했고 대부분의 가족이 핵산 검사 음성 판정을 받았다.

펑씨는 “7명 모두 완치 판정을 받아 다행이지만, 모두 아직까지 후유증에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세가 가장 심했던 아버지는 폐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조금만 걸으면 호흡이 가쁘고 숨쉬기가 힘든 상태다.

어머니는 완치 후에도 어지럼증에 시달리고 있다. 원래 고혈압이 있어 평소에도 어지러움이 있었지만, 신종 코로나 감염 뒤 증상이 심해졌다고 했다. 펑씨는 위장이 계속 좋지 않다고 한다. 음식을 먹으면 토할 것 같아 죽만 먹고 있는 상태다. 남편 역시 조금만 걸어도 금방 피곤해한다고 한다.

 


중국 전문가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장기 손상이 발생해 후유증이 올 수 있다. 퉁차오휘(童朝暉) 베이징 차오양(朝陽) 병원 부원장은 "폐 섬유종과 심근(심장근육)의 정상 수준 회복이 가능한지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며 “일반적으로 폐 기능은 중증일수록 회복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심근을 손상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검사를 계속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환자의 심폐 손상은 분명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재활을 서둘러선 안 된다"라고도 조언했다. 신종 코로나의 영향이 장기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한 한커우 장례식장에서 화장한 유골을 받아오는 유가족들. [웨이보 캡쳐]



희생자 가족들의 트라우마도 감지되고 있다. 통제 해제에 맞춰 우한시 화장장이 지난 23일 업무를 재개했다. 그동안 전염 위험 때문에 감염자 시신은 화장장 측이 조용히 화장하고 병원과 화장터에 임시 보관해 왔다. 유가족들은 접근할 수도 없었다. 뒤늦게 문을 열자 유가족들이 한꺼번에 몰렸다.

화장장의 모습을 웨이보(微博·중국식 트위터)에 올린 류핑(刘萍)은 "아버지가 뇌종양으로 병원 치료를 받다 신종 코로나 때문에 퇴원해 집에서 돌아가셨다. 나도 코로나로 인한 간접 피해자"라고 썼다. 그러면서 "긴 줄에도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며 "모든 것이 극도로 우울했으며 대부분의 사람이 유골을 붙들고 조용히 떠났다"고 말했다.

우한 한커우 장례식장에 화장한 유골을 받으러 오는 길을 안내해 놓은 간판 [웨이보 캡쳐]

 


'신종 코로나 기간 화장한 유골을 수령하려면 안쪽으로 진입하기 바람'이라는 간판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화장장 측은 혼잡을 막기 위해 안내판을 세운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비통한 유가족들에 대해 지나치게 자극적인 표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후베이성 정부는 우한에 있는 셴허(仙鶴) 묘원 중 1000구의 묘지를 신종 코로나 감염 사망자 유가족들에게 무상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묘원을 공개한 사진은 산 전체가 흰 묘비로 뒤덮인 모습이었다. 우한 지역 사망자들이 순차적으로 안장되면서 '코로나 공동 묘원'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우한의 사망자가 2538명에 달하는 만큼 면적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매장 비용은 무료다. 원할 경우 장례 의식도 제공한다. 묘원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희생자 가족들을 위로하는 공공 복지계획의 일부”라며 "현재 개인별 안장 위치 등을 협의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성훈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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