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없는 추락 건설업종 주가, 2000년대 최저치 수준 기록

추락하는 건설株…코로나發 대위기 오나


시공능력순위 1~4위 건설사 대장주 '곤두박질'

코로나19 여파 국내외 건설경기악재 쏟아져

지방분양시장 대규모 청약 미달...미분양 우려


   '코로나19(우한폐렴)' 사태가 이어지면서 건설업종 주가가 200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며 무섭게 곤두박질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충격파가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형 건설사마저 국제유가 폭락과 함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까지 겹쳐 해외수주도 캄캄한 상황이어서 장단기 실적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10:06 현재 증시 동향/다음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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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한국거래소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시공능력평가순위 1위 삼성물산은 유가증권시장에서 8만9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3년간 주가를 보면 삼성물산은 2017년 10월 최고 15만1500원을 기록해 절반가량 떨어졌다. 8만원대로 내려선건 최근 10년새 처음이다.




2위 현대건설 역시 2018년 6월 8만원에 육박했던 주가가 지난 27일 70% 폭락한 2만5100원에 장을 마쳤다. 건설경기가 좋았던 2011~2012년에는 9만1000원까지 올랐었다.


업계 3위인 대림산업은 최근 3년새 최고가였던 2019년 6월 12만2500원에서 절반가량 떨어진 6만1300원을 기록했다. 4위 GS건설은 2018년 이후 최고 5만6500원에서 지난 27일 1만8450원으로 67.3% 내렸다.


건설업계 대장주의 이런 추락은 최근 대내외적으로 잇따라 터진 악재 때문이다. 국내에선 정부의 대출규제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 규제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분양시장이 불투명해졌고 해외에선 팬데믹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이 어어졌다.


이로인해 중동과 동남아국가들이 플랜트, 도로 등 대형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발주를 연기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는 이달 23일로 예정됐던 35억달러(4조2700억원) 규모의 자푸라 가스처리 플랜트 프로젝트 입찰 마감을 5월로 연기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현대건설 등 국내 대형건설사들이 입찰을 준비하고 있었다.


실제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올린 전체 수주실적은 6억3367만달러 규모로 전달(37억2232만달러)의 17%에 불과한 수준으로 급락했다. 코로나19 영향이 없던 1월(56억4603만달러)에 비해선 11%에 불과하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현재 한국인에 대해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린 국가는 80여곳이다. 특히 사우디, 카타르, 쿠웨이트, 이라크,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국내 건설사들이 플랜트, 도로공사 등 사회기반시설 수주를 많이 해온 곳들이 포함돼 수주활동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중동, 동남아 등 예정된 대부분 프로젝트가 미뤄진데다 입국제한으로 정상적인 수주영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특히 동남아에선 4월에 대형 입찰이 많이 예정돼 있었는데 지금 분위기라면 계획대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뜨겁게 달아올랐던 국내 분양시장도 코로나19에 따른 부동산경기 위축 우려로 차갑게 식고 있다. 지방에서는 청약 미달사태가 이어지며 미분양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 25일 경기도 양주에서 분양한 '송추 북한산 경남 아너스빌'은 583가구 모집에 513건만 접수돼 미달을 기록했다. 같은날 파주에서 분양한 '파주연풍 양우내안애 에코하임'도 160가구 모집에 45건만 신청돼 대부분의 주택형이 미달됐다. 그동안 흥행을 기록하던 수도권마저 미달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일 강원도 속초에서 분양한 '속초2차 아이파크'도 549가구 모집에 494건이 신청돼 일부 주택형이 미달을 기록했다. 원주에서 분양한 '원주 세경3차'는 349가구 모집에 단 4명만 신청했다.




일각에선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 지방 미분양 물량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나게 되면 중소형 건설사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당시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인해 시공능력순위 100위권 회사 중 22개사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또한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며 신용도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성태경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해 경기침체가 가속화하고 주택시장이 급락할 경우 건설사 신용도 전반의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라며 "건설사의 수익성 하락 폭이 예상을 넘어서거나 실적 저하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경우 개별 업체별로 신용등급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코스피 건설지수/다음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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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 속에 건설사들은 정부가 대규모 예산을 편성해 경기를 부양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늘려서라도 소비진작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SOC 예산이 추가경정예산(추경)에 1조5000억원이 포함됐던 반면 이번 코로나19 추경에서는 빠졌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에 준하는 상황이 올 것으로 보인다"면서 "추경에 SOC 예산을 포함해 건설업에 일거리를 줘 고용을 늘리고 그 돈이 소비진작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시장에서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주택공급 확대 등 규제완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할 수 없다면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실수요자를 위해 대출규제를 완화하는 등 주택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3기 신도시와 같은 주택공급이 확대될 수 있는 정책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송학주 기자 hakju@newdailybiz.co.kr 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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