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종식 시기 알 수 없다...정부, 정치적 판단 근본적 패착 오류" 최재욱 고대 의대 교수


[장세정의 직격인터뷰]
코로나 토착화해 종식 힘들어…독감 수준 치사율로 낮춰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이후 꼭 두 달이 지났다. 누적 확진자는 8000명을 넘었고 사망자는 100명에 육박하고 있다. 그런데도 코로나19 종식 시점을 기약하기 어렵다. 대한의사협회 과학검증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최재욱(58) 고려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를 만났다. 그는 2015년 발생해 국내에서만 38명이 숨진 메르스(MERS) 사태 관련 백서 제작에 참여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교수가 중앙일보 인터뷰에 앞서 안암병원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장세정 기자


-지난 2개월간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진단하면.

“인구당 확진자 수는 중국의 3배나 될 정도로 제대로 막지 못했다. 초기에 정부 방역 당국과 정책 결정자의 안이한 대처, 늑장 대응, 정치적 고려가 의료계 등 전문가의 판단을 압도해서 방역에 실패했다. 초기에 입국 제한을 안 하는 바람에 시간을 많이 벌지 못했다. 전수조사를 못 하면 표본조사라도 해서 지역사회 감염에 대한 선제적 대응 시스템을 가동해야 했는데 그걸 못해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초래했다."

 


-정부가 왜 전문가들 건의를 흘려듣나.

"행정 만능, 정치 만능의 풍조와 맞물려 있다. 정치가와 행정가의 권력을 민간 전문가에 나눠주기 싫은 독점적인 속성이 있다. 처음엔 의료계와 민간 부문이 정부에 협조하기 위해 협의체도 만들고, 도와주려고 엄청 노력했다. 그런데 중국 입국 제한 문제를 놓고 갑자기 확 뻐그러졌다. 그때부터 정부 입장과 달리 입국 제한을 주장하면 모두 적으로 몰았다. 귀를 막고, 모든 채널을 막고 대화도 안 한다. 초기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염두에 두고 정치적으로 그랬다고 봤다. 지금 와서 정책 과오를 인정할 수 없으니까 같은 진영 의사들을 동원해 이런저런 군색한 논리를 편다."

-언제쯤 종식될지가 최대 관심사다.

“절대 종식 안 된다. 토착화했기 때문이다. 통제 시점도 여전히 예측 불가다. 신천지와 대구 관련 숫자는 감소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지역사회 감염은 통제가 안 된 상황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지만 이걸로는 끝까지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언제 또다시 터질지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정세균 총리, 이시종 충북도지사, 문 대통령, 이재명 경기도지사, 양승조 충남지사, 추미애 법무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최재욱 고려대 의대 교수가 안암병원에서 문진표를 작성하는 외래환자들 사이에 서 있다. 장세정 기자

 


-무엇이 방역의 1차 목표가 돼야 하나.

"코로나19의 국내 치사율은 약 1.0%다. 어떻게 해서든지 노력해서 치사율을 일반 독감 수준(한국은 약 0.1%)으로 낮추는 게 최대 목표가 돼야 한다. 치사율이 그 정도로 떨어져 의료 시스템으로 어느 정도 통제될 때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 중환자실이 부족해서 치료를 못 받아서 죽는 사례가 다시는 나오지 않아야 한다. 대구에서 병실이 없어 대기하다 4명이 숨졌다. 병원 폐쇄를 막겠다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 건강권뿐 아니라 의료법상 진료권을 훼손하는 거다.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한 것도 아니고 질병관리본부 권고 사항으로 국민이 진료조차 못 받는 것이 말이 되나. 100% 의료법 위반이다.”

-제일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는.

"가장 큰 문제는 서울·경기 지역사회 감염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지역사회 감염을 ‘빙산의 일각’에 비유했다. 이 빙산은 5%만 물 위에 떠 있고 95%는 물속에 있다. 지역사회에 잠재해 있어 나타나지 않다가 서울 구로 콜센터처럼 병원에 입원할 정도가 되면 방역 당국에 포착돼 5%가 드러난다. 열심히 불을 끄면 또 다른 5%가 올라온다. 이런 식으로 계속 잔불이 튀어나온다."



-결국 물속에 있는 '몸통 빙산'을 제거해야 할 텐데.

"그런데 정부가 그걸 아직 안 한다. 얘기도 안 한다.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만 입도 뻥끗 안 한다. 대구에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발열이나 감기 증상이 있으면 전수조사했다. 독감 검사 하듯 그렇게 전국적으로 전수조사해야 한다. 다른 나라들도 시간을 벌려고 국경을 봉쇄한 뒤 모두 그렇게 한다. 지역사회 감염을 본격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감시해서 감염 규모를 컨트롤해야 한다. 예컨대 내일부터 2주간 발열이나 감기 증상이 있는 국민은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하자."

최재욱 고대 의대 교수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지역감염 통제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정동 기자

-5100만 인구를 어떻게 다 하자는 건가.

"현재 가동 중인 독감 표본 감시 체계를 활용해 표본조사부터 하면 된다. 지역적으로 인구수 대비 샘플링을 정해 놓고 병원도 지정돼 있다. 국내 기업이 항체 키트 기술을 한 달 전부터 갖고 있는데 정부가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다. 민간 의료계가 참여하면 정부는 통제가 안 된다고 생각하니까 그게 싫은 거다. 특히 표본조사 과정에서 지역사회에 잠재했던 환자들을 대거 찾아내면 환자가 단기간 급격히 늘어난다. 그러면 총선에 부담되니까 싫은 거다. 빨리 끝내고 싶은데 그게 아니니까 거기까지 안 가는 거다."

 


-총선을 의식해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를 덮는다는 건가.

[장세정의 직격인터뷰]
의협 코로나19 과학검증위원장
최재욱 고려대 의대 교수
첫 확진 이후 두 달, 정부 대응 실패
총선 부담 고려한 정치가 방역 압도
지역사회 감염 통제 못 하면 도루묵
발열·감기 증상 국민 모두 검사해야

“거듭 말하지만 정치적 고려가 전문가의 결정을 압도했다. 그래서 코로나19 검사 범위에 제한을 두는 방식으로 정부가 여태까지 통제해왔다고 본다. 처음에는 중국 우한 다녀온 사람 아니면 검사를 안 해줬다. 우리가 악악거리니까 그나마 조금씩 검사 대상을 해외 여행력 있는 사람까지 확대했다. 그러다 '판도라 상자' 같은 29번 환자가 나왔다. 그 환자는 해외 여행력도 없고, 확진자와 접촉도 하지 않았다. 의료계가 지역사회 감염의 실체를 마침내 본 거였다. 앞서 의사협회가 ‘지역사회 감염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병원 폐쇄를 우려해 검사를 못 하는 상황이었다. 그 과정에서 신천지 신도인 31번 환자를 찾았고 이 한 명을 통해 몇천명을 찾아냈다. "

-국내 환자 완치율(약 22%)은 왜 이리 낮나.

"확진자의 80%는 경증이다. 14일간 격리 끝나고 두 번 검사해서 음성이 나오면 퇴원이니 완치율이 높아져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첫째, 격리 기간을 3주로 늘렸다. 둘째, 검사를 세 번이나 네 번 한다. 질본은 '퇴원해도 양성이 나오는 경우가 있어 좀 더 완벽히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검사 방법이 정확하고 확신을 갖고 있으면 안 해도 된다. 뭔가 자신이 없는 거다."



-감염병 재난이 반복되는 이유는.

"메르스 사태 끝나고 국가와 민간 부문과 의료계가 모여서 민관 합동 TF를 만들었다. 거기서 국가 감염병 전문 병원 설립 등 10대 과제에 합의했다. 이 정부는 '제2의 메르스를 반드시 막겠다'고 공약했지만, 정치적 구호로 끝났다.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입법을 하든지, 조직을 바꾸든지, 구체적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걸 위해 아무도 일을 안 했다. 국회 바뀌고 정권 바뀌니 모두 꽝 됐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된 거다."

퇴진 압박을 받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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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위기관리 소통, 섣불리 낙관론을 이야기하지 말라"

코로나19 와중에 문재인 정부는 위기관리 소통 능력의 바닥을 드러냈다. 마스크의 경우 처음엔 KF94를 꼭 끼라고 하더니 정부가 수급에 실패해 대란이 일어나자 안 써도 된다고 갑자기 말을 바꿨다. 한마디로 원칙과 기준 없이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국민의 신뢰를 잃었고 혼란을 부채질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머지않아 종식' 발언을 섣불리 꺼냈다가 국민의 경각심을 떨어뜨려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재욱 교수는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총력 대응을 주문한 초기 메시지는 합리적이고 좋았는데 중국 입국 제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갑자기 논점이 빗나갔다. 메시지가 모두 정치적으로 변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대표적으로 위기 소통에 실패한 사례로 꼽힌다. 그는 국회에서 감염 확산에 '한국인 책임론'을 폈고 마스크 대란엔 '의료진 책임론'을 펴다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최재욱 교수는 "위기관리 소통의 ABC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의료인뿐 아니라 방역 업무에 종사하는 모든 국민의 사기와 의지를 꺾었고 상처를 준 만큼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복지부와 질본이 2016년에 낸 매뉴얼이라도 지켰으면 이렇게 엉터리로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매뉴얼에는 ▶낙관론을 이야기하지 말라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해라 ▶국민의 불안과 두려움을 무시하지 말고 공감하라 ▶정부가 생산하는 모든 정보 공개는 정확도가 아니라 신속에 방점을 두라 등이 들어 있다.

최 교수는 "공중보건 위기 관련 모든 브리핑은 위기관리 소통 전문가가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차관을 비롯해 행정 하는 사람은 배석하다 꼭 필요할 때만 잠깐 이야기하고 뒤로 빠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교수는 인터뷰에서 "지난 두 달 간 정치가 방역을 압도했다"고 지적했다. 장세정 기자

 


최재욱=고려대 의대 졸업, 동 대학원 예방의학 박사. 고려대 보건대학원장 역임. 2015년 메르스 대책본부에서 감염병 정책위원장을 지냈다. 고려대 환경의학연구소 소장으로 일하며 한국국제보건의료학회 회장으로서 저개발 국가에 대한 보건·의료 지원 사업에 앞장서고 있다.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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