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쿠션의 황제 쿠드롱(Caudron), "당구 천국 한국 너무 사랑해요!"


스리쿠션의 황제 "당구 천국 한국에서 행복해요"

'당구 4대 천왕' 프레데릭 쿠드롱… 한국 PBA 투어 출전, 활약 펼쳐


    "전국 곳곳에 道場 같은 당구장들 숨은 고수 수두룩해 진땀 뺐죠"

"코로나 사태가 얼른 진정돼서 한국 팬들과 빨리 다시 만나고 싶어요. 대회가 다시 열리면 그동안 연습한 제 뱅크샷 보러 와주세요."

'캐롬 4대 천왕' 프레데릭 쿠드롱은 제1회 PBA(프로당구협회) 투어 파이널에서 우승해 초대 통합 챔피언에 오르는 게 올해 최대 목표다. 사진은 최근 서울 강남구 브라보캐롬클럽에서 경기복을 입고 포즈를 취한 모습. /오종찬 기자

 


지난해 출범한 프로 당구 PBA(프로당구협회) 투어에서 활약 중인 프레데릭 쿠드롱(52·벨기에)은 출전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랭킹이 높다. 투어 출범 전부터 국내 팬이 많은 최고 기량의 선수다. 그는 현재 PBA 투어 최종전이 우한 코로나 사태로 무기 연기되면서 고국으로 돌아가 벨기에 리그를 준비 중이다.

쿠드롱은 PBA 투어 첫 시즌을 뛴 소감으로 "국제 대회에서 활약 중인 한국 선수들이 잘하는 줄은 이미 알았지만, 막상 한국 투어에서 뛰어 보니 잠깐 방심하면 곧바로 탈락할 정도로 재야 고수가 수두룩해 깜짝 놀랐다"고 했다.

"별명(머신 건)처럼 주저 없이 한국행"

쿠드롱은 세계캐롬연맹(UMB)이 주관하는 각종 국제 대회를 휩쓴 토브욘 브롬달(59·스웨덴), 딕 야스퍼스(55·네덜란드), 다니엘 산체스(47·스페인)와 함께 '4대 천왕' 소리를 듣는다. 쿠드롱의 별명은 '머신 건(기관총)'. 핀볼처럼 이리저리 튀는 당구공 3개가 제자리에 멈추기도 전 다음 큐를 이미 머릿속에 넣고, 지체 없이 샷을 날리며 얻은 별명이다.

프로당구 PBA 투어는 올해 하반기에 전용구장을 완성하고, 6개 팀이 출전하는 팀 리그 등 새로운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빌리어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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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드롱은 세계캐롬연맹과 갈등하며 출범한 PBA 투어에 '4대 천왕' 중 유일하게 참가했다. 세계연맹은 PBA 투어 출전 선수에게 주관 대회 3년 출전 금지 압박을 가했다.

쿠드롱은 "PBA 투어에서 뛰기로 결정하면서 '범죄자' '배신자'란 비난까지 들었지만, 내 별명처럼 머뭇거리지 않고 한국행을 결정했다"며 "난 그저 좋은 대회에 많이 출전하는 선수일 뿐 정치인이 아니다. 내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한 건 그들(세계연맹)"이라고 말했다. 갑자기 목소리가 커진 쿠드롱은 "내가 60대가 되면 1년에 200경기씩 치를 수는 없다. 더 적은 경기를 집중력 있게 하면서 높은 상금을 탈 수 있는 PBA 투어를 마다할 이유를 찾지 못했고, 지금도 후회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세계연맹 주관 대규모 대회는 우승 상금이 2000만~3000만원인데 PBA 투어는 1억원이다.

쿠드롱 "나도 PBA 부부선수"…아내·한국·당구 스토리
https://www.news1.kr/articles/?3857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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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엔 숨은 고수 왜 이리 많죠?"

쿠드롱은 시즌 초반 잔뜩 체면을 구겼다. 1·2차 대회에서 9위를 기록한 쿠드롱은 3차 대회에서 33위까지 떨어졌다. 빠듯한 해외 대회 일정을 마치고 급히 투어에 합류하는 바람에 시차 적응에 실패했다고 한다. 세계연맹과 다른 규칙 때문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세계연맹 대회는 한 큐를 성공시키면 무조건 1점이지만, PBA는 뱅크샷(당구대 벽을 먼저 맞힌 다음 스리쿠션에 성공하는 것)에는 2점을 준다. 또 PBA 투어는 64강 예선까지는 4인 1조를 이뤄 득점할 때마다 상대 포인트를 뺏어 오는 서바이벌 방식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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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A 투어에선 매우 공격적으로 플레이해야 해요. 도저히 길이 보이지 않는 배치도 뱅크샷으로 척척 득점하는 한국 선수에게 지지 않으려고 뱅크샷을 정말 맹연습했어요. 자기 차례에 점수 못 내면 순식간에 끝나버려요."

 


쿠드롱은 모든 적응을 마친 9월부턴 4차 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피치를 올려 랭킹 포인트를 3위로 끌어올렸다.

쿠드롱은 전국 어딜 가도 당구장이 있는 한국을 '당구 천국'이라고 했다. 그는 "유럽은 당구하면서 술도 즐기는 시끄러운 펍 같지만, 남의 플레이까지 집중해 보면서 당구를 연마하는 한국은 엄숙한 도장 같은 느낌"이라며 "이곳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 갈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사회윤동빈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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