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뭔지...9만원 짜리 서울 5성급 호텔도 나와


5성급 서울시내 호텔이 9만원…'눈물의 세일' 나선 호텔들

서울 시내 5성급 호텔들 대부분 10만원대 객실 내놔
워커힐, 신라도 바겐세일 나서
비지니스 호텔은 5만원 미만도
객실 90% 이상 빈 영향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호텔은 이달 초 ‘치어 유 업’(cheer you up)이란 이름의 패키지 상품을 내놨다. 그동안 선보인 그 어떤 패키지보다 혜택이 많다. 우선 조식을 방으로 가져다 준다. 이게 싫으면 꼭대기층 스카이 라운지에서 먹어도 된다. 여기에 더해 저녁도 그냥 준다. 제대로 나오는 정찬이다. 중식, 혹은 이탈리안 코스 중 선택 가능하다. 수영장, 피트니스클럽 사용은 ‘덤’이다. 체크인 시간은 두 시간 앞당겨 오후 1시부터 할 수 있다. 가격은 평일, 주말 똑같이 20만2000원(수페리어룸, 2인 기준).


한 호텔 업계 관계자는 “5성급 호텔 디너 가격이 10만원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밥값만 받고 객실은 공짜로 끼워주는 것과 다름 없다”고 말했다.

5성급 호텔도 대부분 10만원대

국내 호텔들이 이달 들어 ‘바겐세일’에 들어갔다. 코로나19 확산 탓에 방이 텅텅 빈 탓이다.

여간해선 객실료를 크게 안 떨어뜨리는 최고급 호텔 조차 초특가 행사에 동참하고 있다.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광장동 워커힐호텔 등이 대표적이다. 아고다 익스피디아 등 온라인 여행사(OTA)를 통하면 일반 객실, 평일 기준 모두 10만원대 초중반에 예약할 수 있다. 평소 30만원 안팎 하던 것이 ‘반값’도 안 되는 수준에 나왔다. 서울 강남 임피리얼팰리스, 서대문 스위스 그랜드, 용산 노보텔 등의 5성급 호텔들은 10만원 미만에도 일부 나와있다.

3~4성급의 ‘비즈니스 호텔’ 가격은 더 파격적이다. 10만원 이상 하던 것이 5만~6만원까지 내려왔다. 신라스테이, 롯데시티호텔 등 대기업 계열 호텔도 마찬가지다. 종로 글루호텔, 이태원 큐브호텔, 청량리 더 디자이너스 등의 중소 호텔은 2만~3만원대에도 나와 있다. 호텔 업계 관계자는 “서울 시내 호텔방이 이렇게 싼 가격에 무더기로 나온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본다”고 말했다.


내국인 유치 안간힘

지난달 까지만 해도 호텔들은 나름 ‘가격 방어선’을 지켰다. 줄어들긴 했지만 외국인 방문객이 일부라도 있어 버텼다. 이달 들어 상황은 더 안 좋아졌다. 줄어든 외국인 조차 사라졌다. 항공편이 오가지 않으니 호텔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서울 명동 인근의 한 호텔 관계자는 “이달 들어 객실 점유율이 5~6%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털어놨다. 객실 대부분을 놀리고 있다는 얘기다. 다른 호텔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또 다른 호텔 관계자는 “대형 호텔이 중소 호텔보다 사정이 나은 듯 보이지만 인건비 등 고정비가 커 손실액 규모는 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의 손익 분기점은 객실점유율 60~70% 수준이다. 그 이하면 전부 적자다.

바겐세일은 호텔이 마지막 남은 수단을 쓴 것이다. 해외에 나가지 못 한 내국인이라도 잡아 보려는 안간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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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가 없진 않다. 서울 압구정동의 최고급 호텔 안다즈는 지난달 말 ‘1+1’ 행사를 통해 객실 상당수를 소진시켰다. 1박을 하면, 1박을 공짜로 주자 평소 관심 있게 본 사람들이 투숙하러 왔다. 이 행사가 효과를 보자 다른 호텔도 비슷한 행사를 했다. 호텔 라마다 속초도 이달 들어 1+1 행사를 하고 있다. 전화 예약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파격 패키지를 내놓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도 당초 잡아 놓은 행사 목표 물량의 절반 가량을 팔았다.

시그니엘 등은 고가 정책 고수

호텔 업계에선 ‘후유증’을 걱정한다. 가격을 한번 떨어뜨리긴 쉬워도 올리긴 어렵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겐 이득지만 호텔에는 엄청난 손해다. 일본 도쿄, 중국 상하이,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도시와 비교해 특히 낮은 서울 호텔의 객실가가 앞으로 더 큰 격차를 보일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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