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충격] 한국경제, 지금이 더 위험한 이유


일주일간 3번의 블랙데이···경제, 지금이 더 위험한 이유 5가지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13일 코스피지수는 3.43% 내린 1771.44로 마감했다. 장중 낙폭이 8%를 넘어서며 169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2392억원가량 주식을 내다 팔았다.


증시 동향(14:45현재)/다음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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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국 증시도 맥을 추지 못했다. 일본 닛케이 225지수는 오전 한때 하루 전보다 10% 이상 하락한 1만6690.60까지 추락했다. 홍콩도, 대만도 마찬가지였다. 외환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13일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12.80원 하락(환율 상승)한 달러당 1219.30원으로 마감했다. 

 

선진국도, 개발도상국도, 지역 구분도 없다. 모조리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형국이다. 2020년 새해의 문을 열 때, 작은 바이러스 하나가 세계 경제를 뒤흔들 거란 예상은 없었다. 하지만 “괜찮겠지”→”설마”→”아차”까지 불과 석 달이 걸리지 않았다. 불안한 투자자가 자산 현금화에 나서면서 금융시스템이 요동치고, 감염 우려에 실물 경제까지 사실상 제 기능을 멈췄다. 경제위기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한국이 처한 상황, 대처 여력 등을 고려할 때 내상이 작지 않을 거로 보인다.


3일 오후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가 나타나고 있다. 연합뉴스



 

①전 세계적 위기로 확산

한국이 겪었던 수차례의 경제위기를 복기하면 지금과 차이가 있다. 1987년 블랙먼데이는 미국과 유럽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하지만 자본시장 개방(1998년)이 늦었던 한국은 당시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반대로 1998년 외환위기는 아시아 중심의 위기였다. 한국 내부의 부실한 금융시스템이 출발점이었고, 국내에선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미국 등 서구 경제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2008년 금융위기는 전 세계적으로 파장이 컸다. 다만 국가별, 대륙별로 강도 면에서 차이가 있었다. 한국은 비교적 영향을 덜 받았고, 회복도 빨랐다.


* 용어사전블랙 먼데이(Black Monday)

1987년 10월 19일 미국 뉴욕 다우존스 산업지수가 하루 만에 22.6% 급락한 사건을 말한다. 미국 증시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인데 대공황 때도 볼 수 없었던 낙폭이었다. 이후 여러 이유로 시장이 급락하는 걸 지칭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일단 전 세계적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1일(현지시각) 코로나19에 대해 세계적 대유행, 즉 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다. 1968년 홍콩 독감,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신종플루) 이후 세 번째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팬데믹으로 글로벌 모든 자산에 체계적 위험이 발생한 것”이라며 “외국인이 한국 자본시장의 40%를 차지하는 현시점에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②수습 장기화 불가피

사실상 코로나19는 상반기 내 종식이 어렵다. 발원지 중국은 일단 수습 단계에 접어들었다. 한국도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만, 정점은 지났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은 이제 확산이 시작됐다. 방역망이 취약한 중동, 아프리카 지역으로 퍼지면 걷잡을 수 없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13일 코스피·코스닥 지수 등락. 그래픽=신재민 기자


주혜원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전 세계 동시다발로 발생하지 않고 군집이동식으로 발생하는 점, 잠복기가 긴 점, 백신·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은 점을 볼 때 사태가 상당 기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돼도 전 세계적으로 보급되려면 꽤 긴 시간이 걸린다.

 

국제금융센터은 코로나19가 올 하반기까지 진행될 경우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1.3%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엔 세계 GDP 성장률이 –5%에 달할 것이란 전망(영국 이코노미스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맞먹는 충격이다.  



 

③글로벌 공급체인 의존도 커진 한국

예전과 달리 한국은 단순 수출국에서 글로벌 공급체인의 중심국으로 성장했다. 해외 생산기지도 과거보다 많이 늘었다. 특히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품 등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것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해외 의존도 자체가 높아졌다”며 “중간재를 중심으로 2003년 사스 때와 비교해 한국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2019년 25%)이 훨씬 커졌다”고 말했다.  


국제선 운항이 대부분 중단되면서 12일 오후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전광판이 텅 비어있다. 연합뉴스


입국제한 조치로 당장 일본과의 교역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한국은 소재·부품의 기술력에서 여전히 일본 의존도가 높다. 일본에서 소재·부품을 수입해 중간재로 가공한 뒤 중국에서 최종 생산하는 모델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제조업 벨류 체인 자체가 일시적으로 정상 가동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며 “중간재, 자본재 공급을 담당하는 한국의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④출렁이는 실물경제

시장에선 이번 사태가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전 세계적인 시스템 위기로 발전하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금융위기 이후 위험 자산 투자 규제가 강화돼 당시보다 자산 건전성이 좋다는 게 핵심 근거다. 금융만 보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실물경제가 함께 무너지고 있다. ‘펀드멘털은 좋다’와 같은 지지대가 없는 상황이란 뜻이다.



 

실물경제는 왕래와 거래에 기반을 두는데 감염 공포는 이를 단시간에 파괴했다. 2월 하루 평균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7% 줄었다. 2월 국내 완성차 업체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26.4% 감소했다. 1999년 이래 2월 중 최저치다. 부품 공급에 문제가 생겼고, 잘 팔리지 않으니 더 만들 이유도 없다. 소비 부진 탓에 반도체와 전자 부문도 흔들린다. 내수는 더 심각하다. 2월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 76.1% 감소했다. 할인점 매출과 백화점 매출도 각각 19.6%, 30.6% 줄었다.  


코로나에 일평균 수출 감소 전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희망퇴직을 권고하는 기업이 급격히 늘고 있는 것으로도 충격을 가늠할 수 있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정부 주도로 성장률이 2%에 턱걸이했을 정도로 실물경제가 취약한 상황인데 기름을 부은 형국”이라며 “통상 자산소득이 근로소득보다 소비성향이 더 높은데 투자 손실이 소비를 위축시키는 악순환도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⑤쓸만한 카드가 없다

12일(현지시각) 뉴욕 증시가 급락하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대규모 유동성 공급 계획 등을 밝혔다. 하지만 주식시장 공포는 진정되지 않았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정례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나서겠다고 발표했지만, 약효가 없었다.


뉴욕증시도 큰 폭의 하락을 반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금리를 낮춰도, 돈을 더 찍어도 별 효과가 없을 거라고 시장이 판단한 셈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마땅한 카드가 없으니 일단 통화정책을 꺼낼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도 내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 인하 대열에 동참할 거로 보인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를 낮춰도 꿈쩍하지를 않으니 2008년과 같은 통화정책 해법으론 한계가 있는 것”이라며 “결국 재정의 역할이 중요한데 서비스업 비중이 높아진 상황에서 제대로 효과를 내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장원석·황의영·문현경·정용환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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