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충격] "이번엔 뚫고나갈 실탄이 없다"


12년만에 닥친 글로벌 경제위기… 이번엔 뚫고나갈 실탄이 없다


[코로나 확산]


방어수단 부족 - 2008년 美금리 5%대, 지금 1%… 내릴 여력 적어

中경제 경착륙 - 10년전 버팀목 됐던 10%대 성장률, 이젠 반토막

국제유가 폭락 - 사우디·러 증산경쟁, 美셰일업계 도산땐 금융위기


   "11년간 지속된 증시 호황(bull market)이 곧 막을 내릴 것이다."


11일(현지 시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수석투자전략가 데이비드 코스틴은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한 2009년 이후 11년간 이어져 온 미국 증시 상승세가 우한 코로나 충격으로 끝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가 그동안 금리 인하 등 막대한 자금 풀기로 연명해 왔지만, 우한 코로나 사태로 심각한 위기를 맞은 것이다. 이날 세계보건기구(WHO)가 우한 코로나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병)을 인정한 뒤 전 세계 증시가 연쇄적으로 급락하며 패닉에 빠졌다. 12일 한국·일본이 4% 안팎 하락했고, 이어 개장한 영국과 독일 등 유럽 증시가 한국 시각 13일 0시 현재 10% 가까운 폭락세를 기록했다. 뒤따라 미국 뉴욕 증시도 개장 즉시 7% 넘게 떨어지며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이번 코로나발(發) 경제 위기는 내수·제조업에 이어 금융까지 충격받는 복합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경기 침체의 골이 깊을 거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①실탄 바닥난 미 중앙은행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7년과 2008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0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연 5%대에서 0%대로 급격히 낮췄다. 그러나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1%로 평상시 인하 폭(0.25%포인트)을 적용해도 네 발밖에 실탄이 남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실탄이 거의 떨어진 연준의 금리 인하 조치로는 경기를 떠받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일 연준이 예정에도 없던 긴급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하했지만 미국 증시는 약발을 받기는커녕 3% 가까이 급락했다. 유럽과 일본은 제로 금리여서 더 이상 내릴 여지가 없는 상태다. 또 금융 위기 때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주요 20국(G20)의 국제 공조를 이끌어냈지만, 각국과 마찰을 일으키는 트럼프의 리더십 아래에선 이 같은 협력을 이끌어 내기 힘든 상황이다.


②유가 급락, 미 셰일오일 기업 타격

세계 석유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산유국들의 무한 증산 경쟁은 세계경제를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증산 경쟁에 아랍에미리트(UAE)까지 가세하며 작년 말 배럴당 60달러를 웃돌던 국제 원유(서부 텍사스산 중질유) 가격은 30달러대로 반 토막 넘게 떨어졌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11일 "사우디 정부가 원유 가격이 12달러까지 떨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가가 급락하면, 물가 하락 전망에 소비가 줄고 기업 투자와 임금이 차례로 감소해 경기 하강으로 연결되는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속 경기 침체)에 빠지게 된다. 이와 함께 저유가가 오래 지속되면 셰일오일 등 미국 에너지 업체들의 자금난이 불거져 글로벌 금융 위기로 번질 수 있다. 미국 증시가 쇼크 증상을 보인 이유에는 미국 에너지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그래프


③경제 위기 10년 주기설 고개 들어

국제 금융가에선 "1997년 IMF 외환 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에 이어 '경제 위기 10년 주기설'이 찾아올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우한 코로나 확산으로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9조1700억달러(약 1경1050조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 세계 GDP의 10%가량이 줄어드는 셈이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우한 코로나의 후폭풍은 확장된 글로벌 금융 위기의 모습으로 8~9월쯤 밀어닥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그동안 세계의 소비시장이자 생산 공장 역할을 했던 중국이 코로나 발원지로 직격탄을 맞아 충격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 때에도 중국은 9~10% 성장하며 회복을 주도했지만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는 말이다. 오히려 중국의 부채 폭탄은 언제 터질지 모를 위험 요소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작년 2분기(4~6월) 중국의 기업·가계·정부가 진 총부채는 219조1000


억위안(3경7800조원)으로 GDP 대비 253%가 넘었다. 2008년(138%)의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준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올해 중국이 10여년 전보다 반 토막 난 4~5%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시사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우한 코로나는 빚더미 위에서 성장한 중국 경제를 붕괴시키는 촉매제(catalyst)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형석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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