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중국發 코로나19 논문 "무차별 인용 유의해야"


중국發 코로나19 논문 쏟아지는데…전문가들 "무차별 인용 유의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연일 관련 논문이 공개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 진원지로 지목되는 중국에서 환자 증가세가 둔화되고 점차 진정을 찾아가면서 중국 연구진이 공개하는 코로나19 관련 논문이 중국내 언론을 통해 연일 소개되고 있다. 


bioRxiv, NEJM, 랜싯, ChinaXiv, medRxiv 온라인사이트 캡처


코로나19는 신종 바이러스이다보니 감염병 전문가들도 바이러스의 정체를 완전하게 알지 못 한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 이들 논문도 코로나19에 대한 임상데이터를 해석하는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편에선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이 확산되면서 이들에 대한 과학적 분석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정확한 정보에 대한 요구가 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연구 논문이 환자가 가장 많은 중국의 현지 상황을 반영했다고는 하지만 과연 얼마나 과학적인 완결성과 타당성을 갖추고 다른 나라의 동료 연구자들에게 신뢰를 받고 있느냐다. 자칫 단편적이고 일부 소수에 해당하는 사례가  마치 대다수 경우에 해당하는 것처럼 소개될 경우 불필요한 공포심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자칫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엉뚱한 방역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도 크다. 출처를 밝히지 않고 재인용되는 사례가 늘면서 가짜 뉴스인지, 검증된 연구인지조차 알기 어려운 기사들도 늘고 있다.  최근 중국과 국내 일부 언론에서 소개된 중국 코로나19 논문들이 얼마나 신뢰할만지 국내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다. 


'사전 논문 사이트'에 올라온 논문 신뢰하기 어려워


최근 코로나19에 대한 논문이 가장 많이 올라오는 곳은 일명 '아카이브'라 부르는 사전 논문 사이트다. 이곳에서는 한 사이트당 하루가 멀다하고 적게는 1~2개, 많게는 6~7개까지 코로나19 관련 연구 결과가 올라온다. 


전문가들은 "사전 논문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논문들은 신뢰하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그 이유는 연구자들이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하는 기간과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코로나19가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첫 발생한 시점은 지난해 12월이다.  이후 최근 쏟아져 나오고 있는 논문들을 작성하는 데 연구한 기간이 길어야 3개월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과학계와 의학계에서 연구자가 논문을 하나 쓰는 데는 통상 수 개월~수 년이 걸린다. 주로 학술지 편집진과 해당 논문 게재 여부를 평가하는 동료 과학자들로부터 게재전 평가를 듣고 결함이 없도록 보완하는 기간이 길기 때문이다. 


연구 목적과 과정, 결론, 연구 결과의 의미 등을 논문으로 정리하면 연구팀은 이것을 게재할 학술지를 선정한다. 이곳에 논문을 투고하면 학술지 편집인들은 이 연구와 동일한 분야의 저명한 전문가들에게 평가를 맡긴다. 연구 결과가 과연 객관적인지, 신뢰할 만한지, 학술지에 게재할 만큼 의미가 있는 연구결과인지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비평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들을 엄격히 거쳐 통과한 논문만이 학술지에 실린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논문이 많이 올라오는 사전 논문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논문들은 이런 엄격한 동료 평가를 거친 게 아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에는 주로 연구자들이 자기 연구 결과를 올리고 이에 대한 여러 학자들의 반응을 살피는 데 쓰였다. 지금은 코로나19에 대한 연구 결과를 재빨리 공개하는 데 활용되면서 언론에서도 자주 과학적인 자료처럼 등장하고 있다. 


유진홍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대한감염학회장)는 "사전 논문 사이트는 논문을 학술지에 투고하기 앞서 게시판에 올리고 다른 사람들이 댓글로 다는 의견을 살피는 '연구자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 볼 수 있다"며 "이 의견들을 보고 향후 연구 방향을 보완할 수도 있기 때문에 논문 자체의 완성도보다는 다른 연구자들의 반응이나 의견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동료 평가를 거친 것이 아니므로 당연히 공신력이 떨어진다"며 "전문가들이 참고를 할 수는 있겠지만, 언론에서 대중에게 마치 어떤 학설이 나온 것처럼 다루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중국 학술지에 가장 많이 올라오지만 신뢰성은 떨어져


중국 충칭의 병원에서 의사가 중증 폐렴 병동에 입원한 신종 코로나 감염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제공


중국 충칭의 병원에서 의사가 중증 폐렴 병동에 입원한 신종 코로나 감염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가 첫 발생한 곳이고 그만큼 중국 내 감염자 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아 코로나19에 대한 연구 결과도 가장 많다. 신화/연합뉴스 제공


코로나19 관련 논문이 많이 올라오는 또 다른 곳은 중국의 학술지 사이트다. 주로 중국과학원이나 중화예방의학회, 중국흉부질환학회, 중국병리학회 등 공신력이 있어 보이는 중국 내 연구기관들이 운영하고 있다. 


중국 학술지에 특히 논문이 많이 올라오는 이유는 코로나19가 중국에서 발생했고 그만큼 중국 내 감염자 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기 때문이다. 이달 11일 오전 11시 현재 전 세계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11만9179명인데 이 중 8만954명이 중국인이다.


중국 학술지 사이트에 올라온 논문들은 대부분 임상 데이터나 감염 사례에 대한 연구 결과다. 문을 닫고 난방장치를 가동한 버스 안에서 4.5m 떨어진 사람끼리 코로나19가 전염됐다거나, 코로나19 유전체를 분석해봤더니 이미 돌연변이가 발생했다거나, 코로나19에 감염된 임산부들이 낳은 아기들을 검사해봤더니 수직감염이 없었다는 등 수많은 연구 결과가 중국 학술지에 게재됐다. 


전문가들은 "임상 데이터가 가장 많은 중국에서 보고한 연구 결과인 만큼 임상 전문의들이 참고할 만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국과 달리 중국은 감염자 수나 사망자 수가 명확하지 않다는 견해들이 학계에서 나오고 있다"며 "이들 연구 결과가 과연 얼마나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게다가 대부분의 연구 결과들이 10명 이내의 소수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것이라는 점도 우려하는 대목이다.  


장재연 아주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환자가 해당하는 보편 타당한 연구 결과가 필요한데, 극단적인 한 두 사례만을 가지고 얘기하면 오히려 헷갈린다"며 "이런 것들을 근거로 언론에서 극단적인 내용을 자꾸 보도하면 오히려 대중에게 공포를 불어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진행 서울대 의대 병리학교실 교수는 "코로나19 연구 결과들이 많이 올라오는 중국 학술지들의 임팩트 팩터를 살펴보면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연구자들은 학술지가 얼마나 공신력이 있고 신뢰할 만한지 평가하기 위해 보통 '임팩트 팩터(IF)'를 본다. 임팩트 팩터는 지난 한 해 동안 세계 연구자들이 이 학술지에 실린 논문을 얼마나 많이 인용했는지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논문이 저명한 학술지에 실릴수록 임팩트 팩터가 올라가며, 임팩트 팩터가 높은 논문을 많이 쓸수록 그 연구자도 인정받는 분위기다. 최근 코로나19 관련 논문이 많이 실린 중국 학술지들의 임팩트 팩터를 찾아보면 0.1이나 2.0 등으로 꽤 낮다. 아예 조회가 되지 않는 것들도 있다. 


김해도 한국연구재단 정책연구팀장은 "학술지를 임팩트 팩터만으로만 평가하기는 힘들지만, 대개 의학계 학술지는 과학계보다 임팩트 팩터가 높은 편"이라며 "의학계 논문은 임상 사례도 많고, 타 분야와 융합 연구하는 주제가 많아 다른 연구자들에게 인용이 많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관련은 랜싯, NEJM 등 저명한 학술지도 눈여겨 봐야 해


JKMS 온라인사이트 캡처


의학계가 공신력을 인정하는 국제학술지는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이나 '랜싯', 또는 '네이처 메디신' 같은 네이처 계열 등이다. 이들의 2019년 기준 임팩트 팩터는 각각 70.670, 59.102, 30.641~57.618에 이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관련해서는 이렇게 저명한 학술지에 실린 논문이라 할지라도 무조건 신뢰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가 최근 학계에서 가장 핫한 이슈이고, 또 연구 결과를 신속하게 공개하고 있는 만큼 기존에 실리는 논문들과 달리 객관성이나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해도 한국연구재단 정책연구팀장은 "의학계에서 임팩트 펙터가 최상위인 랜싯이나 NEJM 등은 편집인들도 경력이나 경험적으로 의학 논문을 잘 판단하는 눈을 가졌다"면서도 "하지만 다른 연구 결과들에 비해 코로나19는 연구 기간이나 검증 기간이 극히 짧기 때문에 내용의 깊이나 정확도가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코로나19 관련 논문들을 보면 이렇게 국제적으로 공신력 있는 학술지에 실린 것이라도 단신 형태로 빨리빨리 올라온 것들이 많다"며 "논문의 분량, 연구자가 논문을 투고한 날짜와 실제로 학술지에 게재된 날짜를 보면 이 논문이 얼마나 깊이 있게 분석한 연구 결과이고 꼼꼼한 검증과정을 거쳤는지 알 수 있다"는 팁도 알려줬다. 

  

유 교수는 "한국의 상황에서는 한국 연구자가 국내 상황에 맞게 연구한 결과들을 보고하는 대한의학회지(JKMS)가 신뢰할만 하다"며  "저명한 국제학술지에 실린 논문이라도 과연 이 연구 결과가 신뢰할 만한 것인지 의심을 갖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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