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증하는 한국발 입국제한 국가 벌써 109개..."해외 비지니스 전면 중단 사태 시작"

“출장을 갈 수가…” 입국제한 피해 현실로


한국발 입국제한 국가 109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한국발 입국 제한 국가가 109곳(10일 기준)에 달하면서 국내 기업의 피해도 현실화하고 있다. 해외 공장 증설이나 장비 구매 등 핵심 사업을 수행할 인력 출장 통제에 따른 생산 차질과 해외 판매망 구축 지연이 잇따르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첨단 생산장비를 운용하는 제조사들은 해외 설비 개조나 관리 인력 파견에 애를 먹고 있다.



베트남 박닌성의 디스플레이 모듈(조립)공장 개조에 필요한 본사와 협력업체 임직원을 700명가량 파견하려다가 입국 제한 조치에 걸린 삼성디스플레이가 대표적인 사례다. 개조 일정이 지연될 경우 삼성전자, 화웨이, 애플 등 대형 스마트폰 제조사가 주문한 하반기 물량 납품 계획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당장 대규모 출장이 필요한 현안은 없지만 베트남 하이퐁에 모듈공장을 두고 있는 LG디스플레이 역시 설비 관리 등을 위한 인력 파견이 상시적으로 필요하지만 코로나19 정국에선 불안한 게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각 사들이 베트남과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 입국 제한 완화 등의 해법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표정도 어둡다. A사는 당장 일본의 입국 제한 조치로 현지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생산장비 구매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장비 구매는 현지법인 아닌 본사가 직접 관할하는 업무이다 보니 담당자 출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구매가 성사돼 장비를 한국에 들여오더라도, 장비 설치를 도울 일본 제조사 인력의 국내 입국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국 공장을 운영하는 B사는 공장 소재지 성(省) 정부의 한국인 격리 조치까지 감수하고 필수 인력을 파견하고 있다. B사 관계자는 “중국 출장자는 2주간 지정시설에 머무른 후에야 업무를 볼 수 있다”며 “다만 중국 정부도 경기 회복이 절실한 상황이라 비자 신청은 다행히 잘 받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 생산공장을 둔 섬유업체 C사는 이달 초 임기를 마친 주재원들을 귀국시키지 못하고 있다. 당초 지난달 말 후임자가 부임해 지난 6일까지 업무 인수인계를 끝낼 계획이었지만, 지난달 중순부터 베트남 비자 발급이 이뤄지지 않아 후임자 입국이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조선업계에선 삼성중공업이 중국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복수의 선주들에게 ‘불가항력에 대한 협의’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예측할 수 없던 사정으로 선박 인도 시기를 맞추지 못할 때 활용할 수 있는 면책조항이다. 삼성중공업은 중국에서 선체 일부를 제작하는 블록공장 2곳을 가동 중인데,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조업 중단 및 이동제한 조치 때문에 블록을 제때 들여오지 못하고 있다.


유통업계도 입국 제한 확산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편의점 업체인 CU는 올해 상반기 베트남에 1호점을 열기로 했던 계획을 잠정 연기했다. 본사 해외사업팀이 입지 선정 등을 논의하기 위해 현지로 건너가려던 와중에 코로나19 확산과 베트남 정부의 규제 조치가 잇따른 탓이다. 베트남에서 60개 편의점을 운영 중인 GS25 역시 연내 매장을 추가 확장하려던 계획을 보류했다. 면세점업계는 신종 코로나 사태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급감에 이어 한국인 입국 제한까지 겹치면서 국내외 공항 매장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연초 세웠던 사업 계획에 이미 차질을 빚었다”며 “코로나19 상황이 빨리 끝나기만 바랄 뿐이다”고 답답해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강은영 기자 kisss@hankookilbo.com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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