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佛 정상들 폴란드 수주 뛰는데 한국은 어디에도 안보여

폴란드 원전수주전, 美·日·佛 정상 뛰는데… 한국 어디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3일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안보·경제 등 현안 외에 특히 원전(原電) 문제에 공을 들였다. 회담 후 성명에서 "프랑스와 폴란드는 저탄소 산업과 에너지 분야, 특히 원전에 대한 협력을 증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도쿄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를 초청해 정상회담을 갖고 "우리가 원전 분야에서 폴란드에 새로운 투자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산 원전의 폴란드 수출을 위해 노골적 구애를 한 것이다.

트럼프의 원전 세일즈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미 백악관에서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폴란드와 '에너지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원전 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발벗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6월 백악관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원전을 포함한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양국은 '민간 목적의 원자력 에너지 사용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핵무기 확산을 막기 위해 원자력 분야 기술 통제에 철두철미한 미국이 민간분야 원자력협정을 맺는 건 대개 원전 수출을 염두에 둔 것이다. 양국은 작년 11월과 지난달에도 장관급 회담을 갖고 원전 개발 논의를 구체화했다. 폴란드 내에선 미국의 원전 수주 가능성을 높게 보기 시작했다. WNP 등 폴란드 언론은 최근 "미국이 폴란드 원전 사업자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미국, 일본, 프랑스 정상들이 직접 수주전에 나서면서 한때 유력한 후보였던 한국은 점점 존재감이 약해지고 있다. 작년에 문재인 대통령도 폴란드와 정상회담을 했지만, 원전 수주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원전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원전산업계가 고사 위기를 맞는 상황에서 폴란드 원전은 우리가 국가적 총력전을 벌여서라도 반드시 따내야 할 프로젝트"라며 "정상급에서 지금이라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폴란드 원전건설계획)
Poland may have first nuclear power plant by 2029/SightlineU3O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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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정부는 전체 전력의 80% 이상을 석탄 발전으로 생산하면서 온실가스 배출과 대기오염 문제가 사회 문제로 대두하자, 2018년 11월 '2043년까지 원전 6기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투입 예산만 156억 유로(약 21조원)에 이른다. 원전 사업자 선정은 이르면 올해 말 결정된다.

2009년 UAE 바라카 원전(4기)을 수주한 이후, 원전 수출 실적이 없는 한국으로선 폴란드 원전 수주에 사활을 걸어야 할 입장이다.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원전 건설이 끊기고 해외 원전 수출마저 없으면 국내 원전산업은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한국은 적극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9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가진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도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산업으로 양국 협력이 확대되고 있으며 양국 경제협력이 과학기술·에너지로 다변화하고 있다"고 말했을 뿐, 원전에 대한 언급은 발표 자료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폴란드 원전 수주를 위해 방문한 우리 정부 고위관료는 차관급이었다. 정승일 산업부 차관은 작년 12월 폴란드를 방문, 개발부 장관을 만나 방산·원전 분야 등에 대해 논의했다.


피오트르 뮐러 폴란드 정부 대변인은 지난달 18일 폴란드 매체 '라디오 원' 인터뷰에서 '미국과 프랑스 중 신규 원전 건설 가능성이 더 큰 나라는 어디냐'는 질문에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했다. 뮐러 대변인은 앞선 지난달 4일에도 한 TV프로그램에 나와 신규 원전 사업자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프랑스는 70%가 넘는 자국 전력을 원전으로 생산하는 원전계 '거물'"이라며 "일본은 소형 원자로 기술력을 갖췄고, 미국과도 여전히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한국은 이 수주전에서 잊혀 가고 있는 것이다.

주한규 서울대 교수는 "원전산업은 기술 경쟁력만큼이나 외교적 역량이 중요한데 우리 정부가 미국, 일본만큼 적극적으로 나서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순흥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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