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자찬] 도대체 이 사람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50명 숨졌는데… 정부 "지구최고 방역" 자랑

박능후 장관 "한국의 코로나 대응, 세계적 표준이 될 것"
"마스크 대란 사과는커녕 환자·유족 마음에 대못" 비판


   우한 코로나 국내 확진자의 하루 증가세가 200명대로 떨어지는 등 확산세가 주춤하자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국내 방역 시스템에 대해 자화자찬하는 말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 중순에도 나흘 동안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자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했던 정부가 또다시 섣부른 낙관론을 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박능후 장관, 김강립 차관, 강경화 장관.

감염자 숫자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고 사망자 수는 50명까지 늘었지만, 장차관들은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 신속한 조치' '환자 수가 많은 것은 방역 역량의 우수성을 증명한다' 등 스스로 미담(美談)을 만들어 내고 있다.

 


장관들 "한국 방역 역량 우수성 증명"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차장을 맡고 있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8일 오후 브리핑에서 "상황이 호전됐다고 말씀드릴 시기가 아니다"라면서도 "역설적이지만 한국에 환자 수가 많은 것은 월등한 진단 검사 역량과 철저한 역학조사 등 방역 역량의 우수성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한국은 기존 방역 관리 체계의 한계를 넘어 개방성과 참여에 입각한 새로운 방역 관리 모델을 만들고 있다"며 "힘든 시기를 잘 극복한다면 우리나라의 대응이 다른 나라의 모범 사례이자 세계적인 표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장차관들의 자화자찬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지난 6일 중대본 브리핑에서 "우리의 방역 노력이나 그동안의 조치들을 국제적으로 비교해보면 지구상에 있는 어느 나라보다도 신속하고,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인구 대비 많은 수의 의심 사례를 선제적으로 검사했다"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같은 날 일본의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에 항의하기 위해 주한 일본 대사를 초치한 자리에서 "이번 조치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앞서 있는 우수한 검진 능력, 그리고 투명하고 강력한 방역 시스템을 통해서 우리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차단 성과를 일구어가는 시점에서 이뤄졌다"고 했다.

 


전문가들 "환자·유가족 마음 보듬어야"

이런 모습은 지난달 12~15일 나흘 연속으로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자 낙관적 전망을 쏟아냈던 때와 비슷한 양상이다. 당시 김강립 차관은 12일 "집단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할 필요 없다"고 했고, 다음 날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계 인사들과 만나 "코로나19가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대구 신천지 신도 첫 확진 사례(31번 환자)가 나오고, 이어 확진자가 하루에도 수백 명씩 늘면서 '종식'이란 단어는 무색해졌다.


이번에도 의료계 전문가들은 "방심하다가 또 어디서 대규모 집단 감염이 생길지 모른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근 분당제생병원, 봉화 푸른요양원 등 신규 집단 감염 사례가 나오고 있다. 누적 진단 검사 횟수 18만건 등은 사실이라 해도 이를 자랑하는 건 현시점에서 부적절하다는 것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아직도 환자, 사망자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정부가 잘잘못을 얘기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사태가 수습된 뒤 이런 사태를 유발한 제도적 허점, 정책적 실패에 대한 책임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정작 정부가 자화자찬식 발언을 현 시점에서 늘어놓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마상혁 소아감염병과 전문의는 "마스크 수급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가 잘못된 대응에 사과는커녕 자화자찬하는 건 환자와 유족, 국민 마음에 대못을 박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배준용 기자] [허상우 기자 raindrop@chosun.com]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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