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콘트롤타워] 3번이나 바뀐 마스크 착용 기준


"KF94 써라"→"3일 써도 돼"→"안 써도 된다"···마스크가 기가막혀

   전쟁과 전염병 같은 위기 상황에서 국민이 믿고 따를 곳은 정부뿐이다. 감염 자체는 병리(病理) 현상이지만, 확산을 차단하고 사회 혼란을 방지하는 것은 정부의 역량에 달렸다. 지금 같은 ‘마스크 대란’이 빚어진 원인도 ‘오락가락’한 정부 탓이 크다.

전쟁이라도 나면 어떻게 할지...
(에스앤에스편집자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마스크를 쓰고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보건 당국은 처음부터 보건용 마스크 사용을 권고했다. 국내 4번째 확진자가 발표된 1월28일 문재인 대통령은 첫 현장 방문지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의료진의 도움으로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29·31일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보건용 마스크 사용을 권고하며 재사용은 금한다”고 밝혔다.

 


오락가락 ‘마스크 지침’ 논란2월 초 “천·면 마스크는 제약 있어”31번 환자 발생 후 대란 본격화정세균 “저부터 면 마스크 사용” “국민은 정부 지침 따랐을 뿐인데…”

문재인 대통령이 6일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경기도 평택의 한 마스크 제조공장을 시찰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월 4일에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천이나 면으로 된 마스크는 제약이 있다, 수술·보건용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다음 날 성동구보건소로 두 번째 현장 방문에 나선 문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 등 관계자들도 보건용 마스크를 낀 모습이 미디어에 노출됐다. 이후 공식 행사에 참석한 고위 관료나 정치인 등은 대부분 보건용 마스크를 썼다.

그러나 시중에선 이미 보건용 마스크의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국내 생산량의 상당 부분이 중국으로 넘어간 탓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60만 달러였던 대중국 마스크 수출액이 2월엔 1억2000만 달러로 200배 늘었다.

 


특히 첫 신천지 환자(31번째 확진자)가 나온 지난달 18일을 기점으로 감염자가 급격히 늘면서 ‘마스크 대란’이 본격화됐다. 새벽시간부터 마트 앞에 수백m의 줄이 이어졌고, 일부에선 확진자가 무리에 끼어 감염 위험성을 높이는 일도 생겨났다. 감염내과 전문의인 신상엽 한국의학연구소 학술위원장은 “비말은 최대 2m까지 날아갈 수 있어 대규모 줄 서기는 상당히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입장도 “새로 교체할 마스크가 없으면 재사용할 수 있다”(26일 이의경 식약처장)는 식으로 바뀌었다. 심지어 교육부는 학교에 비축된 마스크를 수거해 일반인에게 공급하는 계획을 세웠다 철회했다. “학생의 건강을 담보로 한다”(한국교총)는 비판이 일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정부는 ‘공적 판매’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마스크 수급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자 국내 업체들에 마스크 생산량의 80%를 정부에 의무 납품토록 했지만 오히려 부당 계약을 이유로 생산 중단을 선언한 곳이 나왔다. “생산원가의 50% 정도만 인정한다는 통보와 10배에 달하는 생산 계약을 요구한다”(이덴트)는 이유였다.

 


결국 정부는 연령에 따라 구매 날짜가 정해진 ‘마스크 5부제’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마스크 한 개로 3일씩 쓰는 데 큰 지장 없다”(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거나 “저부터 면 마스크를 사용하겠다, 의료진 등이 우선 사용하도록 시민의식을 발휘해 달라”(정세균 국무총리)며 일반 마스크 착용 및 재사용을 요청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정부 대응을 놓고 여당 안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5일 국회 코로나19 대책 특별위원회에서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며 “엄청난 수요를 창출하고 공급할 능력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손 놓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민은 정부 지침을 따랐을 뿐인데, 오락가락 마스크 정책이 혼란을 키웠다”고 말했다.
윤석만 사회에디터 sam@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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