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한다 [방석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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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한다

2020.03.09

코로나바이러스 공포가 우리 사회를 집어삼킬 기세입니다. 8일 현재 국내 코로나19 감염자(확진자)는 7,313명, 사망자는 50명입니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신천지교회를 중심으로 한 집단 감염과 전파 속도가 무섭습니다. 불과 보름 남짓한 기간 지역 확진자가 6,462명으로 치솟아 전체의 88%를 기록, 시민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해 있습니다. 가게 물건과 상품을 텐트로 묶어놓고 인적이 뚝 끊긴 상가의 처절한 모습을 보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게 됩니다.

순식간에 확대된 비상사태에 정부는 총리를 현지에 주재케 하여 직접 상황을 관리한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어찌된 셈인지 현장에서는 여전히 의료진, 의료시설. 마스크 부족 대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아우성입니다. 총리는 과연 무얼 어떻게 관리하는지, 무슨 문제로 이런 난리가 계속되는지,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어렵던 국내 경제가 코로나 사태로 얼마나 더 위축될지, 걱정스럽습니다. 일부 유통업체에서는 인원 감축의 비명이 들립니다. 사태가 악화되면 파장은 관광, 교통, 요식업은 물론 생산업체 등 경제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입니다. 코로나19 확산 정도에 상응하는 규모의 경제 위기가 우려됩니다.

가장 통탄스러운 점은 당국의 조기 대응 실패입니다. 정부는 의료 전문가들의 거듭된 건의에도 불구하고 발병 진원지 중국과의 인적 교류 차단을 거부했습니다. 결국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방기하고 중국의 눈치 보기에만 급급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중국과 실속도 없는 사대 외교를 벌여 어리석게도 오늘의 사태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비등합니다.

‘중국의 아픔이 우리의 아픔’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위로에 대해 중국이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취하는 자세나 태도를 보면서 국민들은 지금 억장이 무너지는 억울함과 통분함을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중국 사업체의 요청에 따라 마지못해 중국행 비행기를 탔던 우리 기업의 직원과 가족들이 강제로 격리되고 아파트에서 쫓겨나는 것이 오늘의 실태입니다. 중국은 아예 노골적으로 한국을 코로나19의 오염원으로 떠넘기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7일 기준 한국발 여행객의 입국을 금지하는 나라와 지역은 42개, 격리 15개, 검역강화 45개 등 총 102개 국가와 지역이 입국 제한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세계가 우리나라를 가장 위험한 오염원의 하나로 경계하고 있는 것입니다. 외교부 장관은 한국발 여행객의 입국을 제한하는 나라들에 항의했다 하고, 정부는 상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합니다. 깡인지 우매함인지. 이 정부는 아직도 코로나 사태를 방역이 아니라 정치 외교의 문제로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더욱 분개를 느끼는 것은 정부 관료들의 되풀이되는 거짓말과 망언입니다. 점증하는 위험에 적절히 대응 못 한 무능력은 물론 그동안 몇 차례나 거듭된 의료계의 권고를 들은 적도 없었다는 거짓말, 출입국 통계의 작위적인 오용, 병원체의 오염원이 우리 국민이라는 망발이 이어졌습니다. 그런 판에 대통령이 고작 국무회의에서 했다는 소리가 "마스크 공급에 불편을 끼쳐 송구스럽다“는 것이었습니다. 사태의 발단과 확산에 대한 책임을 모면하려는 얼버무림입니다.

오염원이 우리 국민이라는 듯이 망발은 내뱉었던 보건복지부 장관은 또 ‘우리의 코로나 대응이 모범 사례이자 세계적 표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후안무치, 온 나라 안에서 터져 나오는 분노와 개탄의 소리는 들리지도 않는 모양입니다. 대통령의 솔직하고 진정어린 사과 한마디 없으니 관료라는 자들이 국민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인지는 너무도 뻔한 일입니다.

며칠 전 어느 교수의 칼럼을 읽었습니다. 그는 2014년 세월호 사건 당시 구원파와 유병언에게 공격의 초점을 맞춰 당시 정부와 지도층이 책임을 벗으려 했던 일이 기억에 생생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코로나 사태에 대해 중국이나 종교, 현 정부, 지도자에게 온통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은 마녀사냥이라고 했습니다.

해난 사고의 책임자는 세월호 운영자가 아니라 당시 정부였는데, 코로나 사태의 책임자는 현 정부 지도자가 아니라니, 그럼 누구라는 말일까요? 책임을 따지는 국민, 언론, 혹은 특정 정파라는 말인가요? 이런 낮도깨비 같은 궤변을 들으면서 왜 현 정부나 친여 인사들이 그런 망발을 쏟아내고,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 한마디 않는지 짐작하게 됩니다. 혹시 이들은 '절대선(絕對善)'의 확고한 신념을 가진 일종의 빗나간 신앙 집단은 아닐까 하는.

물론 이런 논란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모두가 합심해서 질병 관리와 추가 확산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진정성이 담긴 사과 한마디 없이 화해와 합심은 어렵습니다. 질병 관리 업무 때문에 터진 입으로 망발 대신 사과할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천냥 빚도 말 한마디로 갚는다는 속담이 있지요. 지금 분통이 터지는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위로할 생각조차 없다면 무얼 믿고 마음을 합치고 도와 달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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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방석순

스포츠서울 편집국 부국장, 경영기획실장, 2002월드컵조직위원회 홍보실장 역임. 올림픽, 월드컵축구 등 국제경기 현장 취재. 스포츠와 미디어, 체육청소년 문제가 주관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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