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커지는 지자체, "취약층 물량까지 정부가 싹쓸이...돈 있어도 못 구해"


커지는 마스크 갈등…지자체 "취약층 물량까지 정부가 싹쓸이"

부산시 "마스크 기부금 9억
물량 확보못해 쌓아만 둬"

지하철·은행 등도 확보비상
"대량구매 사실상 불가능"

온라인 KF94마스크 사라져
中·美 인증제품 속속 등장
가격 비싸고 수입 오래걸려


코로나 공포 / 마스크 5부제 부작용

    9일부터 시작되는 '마스크 5부제'를 앞두고 정부가 '공적 마스크'로 물량을 '싹쓸이'하면서 곳곳에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매일 고객들을 상대해야 하는 은행원과 역무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종전에는 회사 차원에서 마스크를 대량 구입해 창구 직원들에게 하루 1장씩 마스크를 지급했으나 회사가 마스크를 조달할 길이 막히자 은행원, 역무원들이 직접 줄을 서서 마스크를 사야 할 처지가 됐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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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7일 행원들을 대상으로 "정부의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 시행에 따라 마스크 대량 구매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회사 차원에서 마스크 공급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지난 6일 부산교통공사 역시 역무원들을 대상으로 기존 공사 측에서 제공하던 마스크를 공급할 수 없게 됐다는 공지를 했다.

국민은행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뒤 마스크 제작 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고 6일까지 전국 행원들에게 마스크를 하루에 1장씩 공급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공적 마스크 구매 방법을 안내하며 행원들에게 직접 마스크를 구해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불만이 폭발하기 직전이다. 일부 지자체들이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한 달여 전부터 계약한 마스크 물량까지 중앙정부가 쓸어 가면서 지방 취약계층 마스크 지원이 더욱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울산의 A기초단체는 마스크 구매 담당 부서를 따로 마련하고 국내 마스크 제조 업체에 전화를 걸어 저소득층,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마스크를 확보해왔다. 이 지자체는 최근 B업체에서 마스크 2만개를 납품받을 예정이었는데 정부가 공적 마스크로 물량을 쓸어 가면서 마스크 확보가 불투명해졌다.

울산 울주군도 지난 5일 손 세정제와 함께 마스크 10만장을 거동이 불편한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직접 나눠줄 계획이었지만 마스크를 확보하지 못해 손 세정제만 나눠 줬다.

울주군은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해 한 달여 전인 지난 1월 25일 전북의 C마스크 업체와 마스크 60만개 납품 계약을 체결했는데 무산됐다. 부산시는 코로나19와 관련해 9억원이 넘는 기부금을 받았지만 이 돈으로도 마스크를 구할 수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당초 마스크를 구매해 시민들에게 나눠줄 예정이었지만 구매할 수 있는 물량이 없어 기부금을 수령한 지 열흘이 넘도록 사용처를 정하지 못한 상태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KF(Korea Filter)' 마스크가 아예 사라졌다. 8일 오후 3시 기준 온라인 쇼핑몰 쿠팡에 KF94 마스크를 검색하면 이달 안에 받을 수 있는 상품은 없다. 가장 빠른 날짜인 4월 8일에 받을 수 있는 마스크는 20개에 8만5000원으로, 장당 4250원이라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KF 마스크 대신 해외기관들이 인정한 대체재들이 온라인 쇼핑몰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인증한 'N마스크', 중국 식약청이 인증한 'KN마크스' 등이 대표적이다.

'N95' 'KN95' 마스크를 검색하면 열흘 뒤 장당 3600원에 받을 수 있는 상품이 나온다.

 


온라인 쇼핑몰에 올라와 있는 N95와 KN95 마스크를 구매해봤다. 그나마 저렴한 가격이라고 생각해 구매 버튼을 누르지만 중국 칭다오에서 건너오는 물건인 탓에 절차가 까다롭다. 해외 구매가 처음이라면 관세청을 통해 '개인통관고유부호'를 발급받아야 한다. 관세청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아 개인정보를 입력한 뒤 P와 숫자 12개로 구성된 부호를 받기까지 3분가량 걸렸다. 다시 쿠팡 앱으로 돌아가 부호를 입력하니 결제가 완료됐다.
[울산 = 서대현 기자 / 서울 = 강인선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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