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나중에 후회 안하려면 이렇게 시작해야


구력 30년 골퍼의 한숨

[골프 오딧세이-43] "골프를 이렇게 오래 칠 것 같았으면 처음에 제대로 배워둘걸. 30년 가까이 해온 골프를 그만둘 수도 없고…."

 

    얼마 전 겨울 골프에 동반한 선배가 골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무심코 내뱉은 멘트다. 30·40대 바쁜 직장생활 때는 그렇다 치고 입문 당시 조금이라도 시간을 할애해 제대로 익혔다면 하는 아쉬움이 배었다.

퇴직하고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예전 스윙이 그대로 굳어 고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즐기는 골프를 하자고 맘먹고 필드에 나서지만 막상 원하는 샷이 안 나오고 동반자들과 비교될 때 스트레스를 감내하기 힘들다.

골프 입문 때 레슨과 연습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실감했다. 단 3개월간이라도 전문 교습가에게 레슨을 받아 민망한 스윙 자세를 면하고 실력을 쌓아야 했다고 그는 후회했다.

 


3월이 왔음에도 코로나19로 필드에 사람이 없다. 봄이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 곧 진정되고 화창한 골프시즌이 개막하길 기대한다.

골프 입문 시 중요한 세 가지로 레슨, 안전, 매너가 꼽힌다. 독학이나 아마추어를 통해 익힌 자세나 스윙은 평생 그대로 간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골퍼 스타일은 좋건 나쁘건 시작한 일주일 안에 굳는다"는 해리 바든의 말이 바로 이런 위험성에 대한 경고다. 필드 대신 닭장 같은 실내연습장에서 3개월간 진행하는 레슨과 연습을 무료하지만 견뎌내야 한다.



그중에서도 그립을 잡는 방법은 가장 중요하다. 손바닥을 펴서 소지(다섯째 손가락), 약지(넷째 손가락), 중지(셋째 손가락) 세개로 비스듬히 그립을 잡는다.

최경주는 아마추어 골퍼가 스코어를 줄이는 팁을 달라고 하면 항상 그립만 정확하게 잡아도 최소 3타는 줄 것이라고 조언한다. 스탠스와 셋업 방법도 이 시기에 형성된다.

양발 간격과 척추 각, 공 위치 등은 전문가에게 교습을 받아 제대로 익히는 게 좋다. 스탠스와 셋업을 바로 익히지 않으면 평생 이상한 자세를 안고 간다.

멋진 스윙 자세가 아니어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는 있지만 보기에 민망한 상황은 피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립, 스탠스, 셋업이 어느 정도 잡히면 7번 아이언으로 기본 스윙을 익힌다.

일명 똑딱이를 하면서 공을 맞히는 지루한 연습에 들어간다. 평소 안 쓰던 근육을 사용해 온몸이 아프다. 가슴이 너무 아파 침을 삼키기도 힘들었던 때가 생각난다. 손목 갈비뼈 허리 어깨 등으로 아픈 부위가 이동하고 손바닥에 물집까지 잡힌다.

 


공 맞히기가 어느 정도 되면 드라이버 연습에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웨지 다루는 법을 알면 골프 기본을 익힌 셈이다. 이후 실외연습장에서 샷을 가다듬고 중간중간 필드에 나가며 실전 감각을 익힌다.


입문을 위한 연습기간에는 보통 중고채를 구입한다. 상태, 인지도, 연도에 따라 A~C급이 있는데 A급도 정가의 50% 정도다. 골프 용품에 너무 욕심내지 말고 복장은 편하되 단정한 차림이면 무방하다.

교습가는 나에게 맞는 사람을 고르는 게 좋다. 내 몸 상태에 맞는 맞춤형 레슨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50대 이상에게 무리한 몸 비틀기와 다운블로를 강요하는 식이면 실력은커녕 몸만 상할 수 있다.

 


당구 30에게 두껍게 쳐서 내공을 느리게 회전시키면서 시간차로 키스를 빼는 것을 설명하면 아무도 못 알아듣는 식이다. 레슨 프로에게 척추 시술 등 과거 안 좋았던 병력 등을 알려야 한다.

지루하고 힘들어도 처음에 열심히 연습하면 평생 보상받는다. 연습을 하루 안 하면 내 몸이 알고, 이틀 쉬면 동반자가 알고, 사흘을 거르면 관중이 안다는 말이 있다.

스크린골프장은 어느 정도 샷이 안정된 뒤 이용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 많다. 처음부터 스크린골프에 익숙해지면 필드에서 실전 감각을 발휘하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하루에 몰아서 5시간 연습하기보다 20분씩 일주일간 꾸준히 연습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골프 실력을 위해서는 시간 돈 열정 재능 순으로 중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고수가 되길 작정하면 웨이트나 요가로 몸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골프를 해서 몸이 좋아지는 게 아니라 골프를 잘하기 위해 일부러 몸을 만들어야 하는 것도 골프의 아이러니다.

입문 과정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또 다른 부분은 '골프는 위험한 스포츠'란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축구 테니스 농구 등 어느 스포츠보다 위험한 게 골프다.



일단 차로 이동하면서부터 위험은 시작된다. 새벽이나 밤, 그리고 눈비가 오는 날 자칫 방심하면 사고로 이어진다. 아는 골프 초보 여성 두명이 '머리 올리러(첫 라운드)' 가다 포천 부근 사거리에서 다른 차와 부딪치는 사고를 최근 당했다.


다행히 인명사고는 없었지만 구급차까지 출동할 정도로 아찔한 사고였다. 맘이 설레고 빨리 가야 한다는 생각에 상황 판단을 못한 것이다.

라운드 후 귀가할 때 긴장이 풀려 발생하는 추돌사고도 잦다. 특히 운전자는 조금이라도 음주를 하면 위험하다.

필드에선 연습 스윙에 따른 안전사고를 특히 조심해야 한다. 반드시 앞뒤 좌우를 살핀 뒤 연습 스윙을 하고 정면에 사람이 약간 떨어져 있더라도 클럽을 휘두르면 곤란하다. 간혹 헤드가 빠져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동반자가 공을 칠 때는 항상 좌우 라인 뒤쪽에 있어야 한다. 초보 때는 진행에만 정신이 팔려 개념 없이 자기 공이 있는 앞쪽으로 서둘러 나가는 일이 흔하다.

바위나 나무 앞에서는 반드시 한 타를 먹든지 양해를 구하고 옮겨서 쳐야 한다. 최근 수원에서 한 골퍼가 바위를 넘기려고 친 공이 바위에 맞고 튕겨 나와 실명한 사례가 있었다.

캐디가 빼내서 치라고 권유했지만 적극 말리지 않았다며 일정 부분 골프장과 캐디에게도 책임을 문 판결이 나왔다. 초보 때는 동반자들이 적극 말려야 한다.

클럽과 공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동반자 간, 동반자와 캐디, 동반자와 골프장 간 소송으로 이어진다. 필드에선 모든 사람이 모든 사람에게 가해자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카트 사고도 흔하다. 커브길 카트 안에서 돈을 세다가 떨어진다든지, 캐디 대신 본인이 카트를 몰다 계곡으로 추락하는 사고다. 카트 이동 시 발을 밖으로 내밀지 말고 손잡이를 잡아야 한다. 노캐디 골프장이 많은데 카트 사고에 더욱 유념한다.


마지막으로 매너다. 골프를 즐기려면 마음에 맞는 동반자를 만나고, 동반자를 많이 만들려면 골프를 잘 치거나 매너가 좋아야 한다는 명언이 있다. 그만큼 매너가 중요하다.

남이 공을 치려는데 소리 내어 빈 스윙을 하거나 어드레스 하는데 왔다 갔다 하면 실례다. 그린에서 퍼팅 라인을 마구 밟고 벙커샷 하는데 정면에 있다든지, 셀프 멀리건을 쓰거나 셀프 기브를 하면 곤란하다.

지연 플레이는 처음부터 몸에 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습관은 평생 갈 수도 있어 초장에 습관을 잘 들여야 한다. 플레이가 맘에 안 든다고 캐디에게 화를 내거나 과도하게 한숨을 쉬며 자기감정을 밑바닥까지 드러내는 것도 주위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골프는 100m 이하 숏게임만 어느 정도 연습하면 민폐에서 탈출할 수 있다. 100타 안팎이어도 이동만 빠르면 싱글 고수와도 라운드할 수 있다.


폼이야 어떻든 스윙만 안정되면 별도 연습 없이도 80대 중반에서 90대 초반은 가능하다. 이 정도면 골프를 즐기기에 충분하고 사실 이 수준에 도달할 때 가장 재미나고 의욕이 넘친다.

80대 초반을 꾸준히 치려면 노력이 꽤 필요하고 70대 싱글은 숏게임 등에서 수준급에 도달해야 하는 경지다. 정말 어려운 과정이다. 꾸준한 연습이 없으면 가뭄에 콩 나듯 싱글 언저리에서 머물다가 결국 80대 중반에서 90대 초반으로 내려온다.

골프는 반드시 성적만 추구할 일도 아니다. 연습할 여건이 안되거나 필드에 자주 나가지 못할 형편이면 즐기는 골프로 나가면 된다. 수준 높은 골프를 할 것인지, 즐기는 골프를 할 것인지를 선택하면 된다.

"스코어가 잘 나오거나 좋은 스윙을 가진 골퍼보다 라운딩을 같이 하자는 주위 사람이 많은 사람이 진정 성공한 골퍼다."

입문 때 교습가가 들려준 골프 격언이다. 스코어보단 남을 배려하는 매너가 골프 인생을 풍요롭게 만든다.

이타자리(利他自利). 남을 이롭게 해야 비로소 자기가 이로워진다.
[정현권 골프 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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