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망 부검 교수의 증언하는 충격적인 사망자의 폐 상태


코로나 사망 부검 교수 충격 고백 “폐가 더는 폐가 아니었다”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망자가 3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3일 발표에서 2일 하루 31명이 숨졌다고 밝혀 이제까지 사망자는 2943명에 달한다.

 

지난달 16일 코로나 사망자 첫 부검 실시

"폐 단면에서 점액성 분비물 관찰돼”

“끈적끈적 풀같은 액체가 폐 상면에”

기도와 허파꽈리의 염증이 사망 야기


중국 화중과기대 퉁지의학원 법의학과 교수 류량은 지난달 16일 신종 코로나 사망자를 최초로 부검했다. 부검을 통해 사망자의 폐에 풀처럼 끈끈한 분비물이 많다는 걸 발견했다. [중국 CCTV 캡처]




2003년 중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 사망자 349명의 8배를 넘어섰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있는 걸까.

 

세계보건기구(WHO)와 중국의 전문가 25명이 공동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당뇨나 고혈압 등 기저 질환이 있는 60세 이상 노년층에서 사망자가 많이 나왔다. 한데 사망에 이르게 한 직접적인 원인은 폐 손상이라고 한다.

 

신종 코로나로 사망한 환자를 처음으로 부검한 중국 의료진이 우선 밝힌 견해다. 중국은 지난달 16일부터 부검을 시작했다. 이제까지 11구의 시신을 부검했으며 그 첫 보고서는 2월 28일 중국 학술지에 실리기도 했다.

 

중국 호흡기 질병의 권위자로 올해 84세인 중난산 원사가 2일 광저우 의과대학에서 다른 동료와 함께 입당 선서를 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하루빨리 부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 이는 중국 후베이(湖北)성 사법감정협회 회장이자 화중(華中)과기대 퉁지(同濟)의학원 법의학과 교수 류량(劉良)이다. 그는 사망자가 17명에 불과했던 지난 1월 22일부터 신종 코로나 사망자에 대한 부검을 주장했다.

 

그리고 거의 한 달 만인 지난달 16일 류 교수는 우한(武漢)의 진인탄(金銀潭) 병원에서 실시된 첫 부검에 참여했다. 지난 1일 중국 중앙텔레비전(CCTV) 기자가 류 교수를 만났다. 류 교수의 말을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한다.


왜 일찌감치 부검의 필요성을 역설했나.

임상 치료와 진단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의사와 바이러스가 싸우는 중인데 정찰병 역할을 맡은 건가.

그렇다. 우리는 적의 보초를 잡아 와 적군의 상황을 파악해야 했다.

 

포로를 잡으러 갔다는 건가.

맞다. 저지선을 뚫고 지뢰밭을 넘어 적군을 잡아 와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도대체 우리 앞에 적군이 얼마나 많고 어떤 무기를 숨기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누군가 모험을 해야 했다. 부검은 적의 보초를 잡는 것과 같다.

 

지난달 28일 나온 보고서는 신종 코로나가 사스와 같이 사람의 폐에 심한 손상을 끼쳤다고 밝혔다. 특히 신종 코로나는 기도부 아래와 허파꽈리(폐포)에 많은 염증을 일으켰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를 사스와 비교하면.

병변(病變)이 사스와 유사했다. 그러나 자신만의 특징도 갖고 있었다.

 

어떻게 달랐나.

검시 결과 신종 코로나의 폐섬유화와 폐경화는 사스보다 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염증으로 피의 성분이 맥관(脈管) 밖으로 스며 나오는 삼출성(渗出性) 반응은 사스보다 더 분명했다.


중국 의료진은 신종 코로나 사망자에 대한 부검을 통해 신종 코로나가 폐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하며 끈적끈적한 점액성 분비물이 폐 상단에 부착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중국 CCTV 캡처]




부검한 환자의 폐 특징은.

폐가 더는 폐가 아니었다. 정상인의 폐는 마치 안에 공기를 머금은 스펀지 같다. 그러나 부검 환자의 폐를 만졌을 때 이 폐는 더는 폐가 아니었다. 마치 그 안이 무언가 다른 물건으로 대체된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구체적으로 어떻다는 건가.

일부 사자(死者)의 폐 단면에서 점액성의 분비물을 볼 수 있었다. 이는 임상 치료에 매우 중요하다. 매우 끈끈하고 마치 풀 같은 액체가 폐의 상면에 붙어 있었다. 이 분비물은 끈적끈적해 일반 감기와 독감에 걸렸을 때 맑은 콧물을 흘리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 같은 사실은 부검 전에는 모르는 것이었나.

그렇다. 부검을 통해 우리는 기도의 깊은 안쪽에 점액 성분이 출현한 걸 알아냈다. 만일 이를 모르고 치료에 임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이 부분은 임상 치료를 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하는 부분이다.

 

부검을 통해 알아낸 정보가 일선 현장의 의사에 알려주는 건 뭔가.

최소한 어디에 적의 저격수가 있다는 걸 알려준다. 맞춤 치료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만일 저격수가 하나둘이 아니고 밀집해 있다면 대포를 쏴야 한다. 또 병변을 일으킨 곳에 물을 두려워하는 적이 있다면 물을 퍼붓고, 불을 무서워하는 적군이라면 불을 질러야 한다는 이야기다. 단순히 숨을 통하게 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길이 막혔는데 자동차를 보내면 무얼 하나. 막힌 길부터 뚫어야 하지 않나.



 

왜 첫 번째 부검을 자원했나.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세계적인 재앙인데 우리가 먼저 하지 않으면 부끄러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중국의 어린 학생들이 신종 코로나로 학교 내 교실 수업이 연기되자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감염 위험도 있었는데 두렵지 않았나.

무섭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이전에 사스와 에이즈 환자의 시신도 부검해 봤다. 그러나 내가 처음은 아니었다. 신종 코로나로 숨진 환자를 부검하는 건 세계에서 첫 번째라, 에어로졸(공기 중에 떠 있는 작은 입자)에 의한 감염 등 당연히 위험이 따랐다.

 

류량 교수는 경력 30년의 베테랑이다. 첫 부검 당시 젊은 의료진과 나이 든 의료진이 함께 들어가되 젊은 의료진이 주요 역할을 맡기로 했다고 한다. 이번 신종 코로나가 노인 사망자를 많이 내는 등 나이 든 사람을 만만히 보는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막상 부검할 때는 나이 든 의료진이 나섰다고 한다. 아무래도 경험이 많은 의사가 낫겠다는 생각과 함께 혹시 감염 등 불상사가 생겨도 자신들이 책임을 지겠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류 교수는 말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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