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돈 있어도 마스크 못사는데 정부는 사재기 하고 있나?


마스크 사려고 난리인데… 정부는 마구 뿌리고 있었다


국내서 하루 1200만장 생산… 정부·지자체가 가장 많이 가져가

의료진·복지관에 배포한다더니, 주민센터 등에 뭉텅이로 놔둬

중국에 하루 100만장 넘게 수출… 14일엔 236만장 빠져나가


     "손님 얼굴 정도면 유아용 쓰셔도 돼요. 지금 유아용밖에 없어요."


24일 오전 서울 고려대안암병원 인근 약국 약사의 말에 대학원생 김모(30)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유아용 마스크(3개입)를 6000원에 샀다. 김씨는 "인근 8군데를 돌았는데 마스크가 없다"고 했다. 약국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약사 A(52)씨는 "손님이 들어서며 마스크 매대를 쳐다본 뒤 '오늘도 없죠?'라며 빈정거리거나 '있는데 없다고 하는 것 아니냐'며 항의하기도 한다"고 했다.


대구·경북 주민들 마스크 사려 구불구불 4겹줄 - 24일 오전 경북 경산시 중산동에 있는 이마트 경산점 앞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겹겹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이마트가 이날부터 사흘간 대구·경북 매장 8곳에서 마스크 141만장을 특별 판매하기로 하자 매장 오픈 2시간 전인 오전 8시부터 대기 행렬이 수백m 이어졌다. 1인당 구매 장수가 30장으로 제한돼 상당수 시민들이 가족과 함께 기다렸다가 마스크를 사갔다. /대구는 지금 페이스북




우한 코로나의 지역 감염이 본격화되면서 일상생활에서 마스크 착용이 필수가 됐지만, 돈을 주고 사려고 해도 살 수가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본지가 이날 오후 수도권 주택가 주변 약국·편의점 33곳을 확인한 결과, 단 세 곳에서만 마스크가 팔리고 있었다.


KF80과 KF94 마스크의 경우 평소 약국과 편의점 소매가격이 2000~3000원이었으나, 최근 온라인 쇼핑몰 최저 가격이 5000원을 오가고 있다. 3인 가족이 한 달을 보내려면 45만원 선. 이날 오후엔 '50장 39만9000원'(장당 약 8000원)에 올라온 마스크도 순식간에 다 팔려나갔다. 문제는 간간이 올라오는 매물도 그야말로 '광클(빛의 속도로 클릭)'에도 사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이러다 보니 동네 병원과 약국의 의사·약사가 낄 마스크도 없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회 회장은 "의료 현장에 마스크를 우선 공급해달라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정부는 답이 없다"고 했다. 그는 파란색 수술용 마스크 1장으로 사흘을 버티며 환자를 본다고 했다.


정부에 따르면, 2월 국내 마스크 생산량은 하루 평균 1200만 개가량이다. 이 많은 마스크가 전부 어디로 갔길래 돈을 주고도 살 수 없을까. 서울 광진구 약사 김모(52)씨는 "도매상들 이야기로는 거래하는 제조업체들이 정부나 지자체에 우선 물량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자기들도 물량이 없다고 한다"고 했다. 정부가 마스크 물량을 우선적으로 대거 받아가기 때문에 기존 시중 유통망을 통해 정상 공급되는 물량이 크게 줄었다는 말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보건복지부·식약처 등 정부 주요 부처는 이달 중순부터 제각각 80만~100만장을 우한 코로나 취약 업종 종사자 등에게 배포하겠다고 했다. 서울시도 지난달 말부터 마스크를 하루 18만개씩 공공시설과 복지시설에 내려 보내고 있다.




문제는 정부를 통해 공급되는 이런 마스크의 상당수가 정말 마스크가 필요한 '수요자' 아닌 곳에 낭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1일 서울 성동구 한 주민센터에 공문서를 떼러 갔던 장모(42)씨는 공짜로 KF94 마스크를 받았다. 장씨는 "달라는 말도 안 했는데 공무원이 옆에 올려놓은 상자에서 마스크를 꺼내 가라고 하더라"고 했다. 일부 민원인은 3~4개씩 꺼내 가는 사람도 있었다. 서울 지하철역사도 마스크를 비치해놓고 있다. 초기엔 뭉텅이로 가져가는 사람이 많아 최근엔 역무원들이 하나씩 건네주는 식으로 바뀌었다.


배달원·택배기사에게 무상 지급한다는 마스크도 마찬가지다. '북창쉼터'와 '감정노동종사자 권리보호센터'등에서는 신분 확인 없이 마스크가 지급되고 있었다. 제대로 지켜보는 사람이 없어 마스크를 뭉텅이로 집어 가는 사람도 있었다. 기자가 북창쉼터 사무실로 들어가자 통화 중인 담당자는 손짓으로 '마스크를 가져가라'고 했다. 담당자는 "나가면서 기록부 적고 가라"고 했는데 기록부는 사무실 바깥에 있어 따로 검사를 하지 않았다.


마스크 대란 속 고용부·식약처 180만개는 어디서 났을까/마이민트



edited by kcontents


정작 배달업계 종사자들은 마스크 무상 지급 사실을 아는 사람이 드물었다. 센터 인근에 있던 택배 기사 용모(47)씨는 "그런 서비스가 있었는지 몰랐다"고 했다. 음식 배달 대행업체 배달부 정모(36)씨도 "들어본 적도 없고 일이 바빠서 그걸 받으러 그곳까지 갈 시간도 없다"고 했다.


중국으로 빠져나가는 물량도 여전히 많았다. 지난 21일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에는 농구장 크기만 한 창고 100여동에 각각 마스크를 담은 박스가 3~4층 높이로 수십 개씩 쌓여 있었다. 중국으로 수출되는 통관 검사 대기 물품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2~16일 5일간 중국으로 수출된 보건용 마스크는 총 527만장이었다. 특히 14일에는 하루에 236만장이 중국으로 수출됐다. 역대 최고치다.

조선일보 이해인 기자 안영 기자 유종헌 기자 나광현 인턴기자(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과·4년) 구아모 인턴기자(고려대 사회학과·수료)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25/2020022500259.html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