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에 좋은 사골국물? 오히려 안 좋을 수 있다

[이태원 박사의 콩팥 이야기]


    따끈따끈한 설렁탕이나 우거지탕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어느 곰탕집에서는 ‘48시간 푹 고아낸 곰탕’이라는 문구와 함께 창에는 가마솥에 사골이 펄펄 끓고 있는 모습이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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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사골을 푹 고아낸 국물이 단백질, 콜라겐, 콘드로이드 황산, 칼슘, 그리고 마그네슘 등이 많아서 성장기 어린이와 노약자에게 좋은 영양 공급원이고 뼈 건강에도 좋다고 쓰인 글들이 많다. 그러나 사실 영양학적인 측면에서 사골 국물의 영양성분을 제대로 분석한 연구 보고는 대단히 드물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사골국물에 단백질이나 칼슘이 많은 것도 아니다. 더구나 단백질이나 칼슘 공급을 위해서는 사골국물보다 더 좋은 식품들이 많다. 또 한 가지, 사골은 오랜 시간 푹 우려내고, 국물이 너무 연해지지만 않는다면 재탕, 삼탕, 사탕을 해서라도 여러 번 고아 먹는 것이 좋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것도 잘못된 상식 중 하나이다. 사골을 오래 자주 끓이면 뼈에서 인이 많이 빠져나온다.

 

인이 많이 들어 있는 사골 국물은 오히려 뼈에 나쁠 수 있다. 인을 섭취하면 음식물에 함유된 칼슘과 결합하여 불용성 화합물을 만들어서 변으로 배설시킨다. 결국 인은 칼슘의 흡수를 방해하는데,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뼈에 있는 칼슘까지 빼낸다. 인과 칼슘의 관계는 견우나 직녀의 관계라 고 비유할 수 있다. 서로 만나기만 하면 즉각 결합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사골은 한번에 6시간 정도 고아내되 3번까지만 우려내도록 권유한다. 그러나 필자가 찾아본 바에 의하면 여러 조건을 달리하여 사골을 끓인 경우 칼슘이나 인의 함량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정확히 조사한 논문은 없었다. 이런 실험 데이터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의 섭취가 가장 문제가 되는 환자는 만성콩팥병 환자다. 만성콩팥병 환자는 콩팥기능이 저하되면서 인의 배설도 감소하는데 이로 인해 고인산혈증이 발생한다. 이것이 시발점이다. 고인산혈증이 생기면 인산이 칼슘을 데리고 골 내로 끌고 들어가므로 혈청 칼슘이 떨어진다. 또한 활성형 비타민 D의 합성이 감소하며 종국에는 부갑상선기능항진증이 생겨서 뼈가 약해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만성콩팥병 환자 식이요법에서 가장 강조되는 것이 인의 섭취 제한이다. 단 인의 섭취 제한만으로는 혈청 인치 조절에 한계가 있으므로 탄산칼슘이나 초산칼슘을 식후에 복용하도록 처방한다. 이때 칼슘 성분은 음식물에 함유된 인과 결합하여 불용성 화합물을 만들어서 인을 변으로 배설한다. 필자는 병원에서 회진할 때 인이 높은 환자에게는 인이 높은 음식물 리스트를 제공하는데, 여기에는 사골국물이 포함되어 있다.

요컨대 사골국물을 뼈에 좋다고 뼈 건강을 위한 목적으로 먹는 것은 과학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단 사골국물을 먹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만성콩팥병 환자에서는 높은 인 함량으로 인하여 오히려 뼈에 많이 해로울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한 가지 첨언하면 끓이는 중 녹아 나오는 기름은 냉장고에 넣어두면 허옇게 굳으므로 걷어 내면 된다. 사골국물로 인한 고지혈증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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