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복지 정책...세상에 도대체 무슨 일이...


[길] "돈부터 김치까지 나라에서 너무 많이 받아" 기초수급자가 놓고 간 봉지엔 500만원이…


80대 노인, 부평 한 복지센터에 "다른사람에게 도움되고 싶다"

신원 묻자 "알려지는것 싫어"


    지난 19일 오전 10시 30분쯤 인천시 부평구 산곡1동 행정복지센터에 감색 패딩 점퍼 차림의 할아버지 한 분이 들어섰다. 노인은 '맞춤형 복지팀'의 행정 도우미 A씨 앞으로 가서 신원 확인을 거친 뒤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에게 매달 한 번 지급되는 쓰레기봉투 묶음을 받았다. 그러고는 검은색 비닐로 둘둘 싼 무언가를 A씨에게 건네며 말했다.


지난 19일 인천시 부평구 산곡1동 행정복지센터에 80대 남성이 찾아와 기부한 5만원권 100장. /연합뉴스




"내가 나라에서 생계비를 받고 있어요. 산곡 1동에서 김치와 반찬, 쌀도 받고 있어요. 이런저런 지원을 많이 받고 있어서 정말 고맙게 생각해요. 너무 감사해서 우리 동네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싶어. 이거 기부할게요."


행정 도우미 A씨는 "잠시만 기다려 달라"며 복지팀 주무관을 찾았지만 복지팀 공무원들은 모두 회의 중이었다. A씨는 노인에게 "나는 이런 거 받을 수 없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하지만 복지팀 회의는 좀처럼 끝날 줄 몰랐고 30여분간 기다리던 노인은 A씨에게 검은 비닐봉지를 던지듯이 맡기고는 주민센터를 빠져나갔다.


얼마 후 회의를 마친 복지팀 담당 직원 B씨가 나와서 봉지를 건네 받아 열어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비닐봉지 안에는 5만원권 100장, 500만원이 들어 있었다. B씨는 "기부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별것 아닌 것으로 생각했다. 회의와 다른 업무 때문에 바로 열어보지 않았고, 나중에 확인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액수의 돈이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B씨는 곧바로 노인에게 전화를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몇 시간 뒤 가까스로 연결된 통화에서 노인은 "나는 이미 기부했으니 동에서 알아서 써달라. 이유도 묻지 말고, 내 신분이 알려지는 것도 싫다"고 했다.


부평구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사실을 언론에 알렸고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이 쏟아졌다. 하지만 노인은 다시 전화를 건 B씨에게 "더 이상 그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며 오히려 화를 냈다고 한다. B씨는 "연세가 80대라는 사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알렸지만 그분은 자신의 신분을 알 수 있는 단서는 모두 숨겨달라고 해서 정확한 나이도 알려 줄 수 없다.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행정 도우미 A씨는 "아주 인자하게 생긴 분이셨다. 왜 내 앞으로 갖고 오셨을까 조금 원망스럽다. 나보다도 처지가 어려운 분인데 나는 누굴 저렇게 돕겠다는 생각도 못 해봤다"며 "부끄러운 마음뿐"이라고 했다.


부평구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에게 지원되는 생계 급여는 각각의 형편에 따라 따르다. 부양가족의 수와 처지에 따라 가장 많은 지원을 받는 사람은 기초연금과 생계 급여 등을 합쳐 월 최대 66만원가량을 지원받기도 한다. 현금 외에 1년에 두 차례 쌀 10㎏과 김치 10㎏을 지원받은 사람도 있다. 이날 500만원을 던지고 나간 노인이 매월 얼마를 지원받는지 부평구 산곡1동 측은 "노인의 부탁을 어기면서 밝힐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 노인이 기초생활수급자로서 최대 액수를 지원받는다 하더라도 임대 주택 주거비 12만6000원을 부담해야 해서 실제 한 달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50만원 남짓이다. 부평구 관계자는 "전기요금, 수도요금 등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은데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500만원을 모으려면 얼마나 아끼고 살아야 했겠느냐"며 "1~2년 모은 돈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용엽 산곡1동장은 "그 기부자에게 깊은 감사와 존경을 전한다. 이런 마음이 모여 따뜻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후원금을 지정기탁 처리하고, 향후 기부자의 뜻에 따라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노인은 돈이 든 봉지를 두고 나가며 "나라에서 너무 많은 것을 받고 있다"며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최빈곤층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한 말이었다.

인천=고석태 기자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22/202002220022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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