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쇼핑 풍속도] "이불 밖은 위험해" ㅣ 주문 폭증에 택배 알바비 2배


"이불 밖은 위험해" 식사부터 취미까지 모두 집에서... '홈코노미' 부상


극장 대신 손안의 OTT, 거실은 키즈카페처럼


   코로나19 확산 공포에 소비자들의 소비 방식이 바뀌고 있다. 마트나 백화점에 가는 대신 온라인 기반의 비대면 쇼핑을 선호하면서 온라인 장보기가 일상화됐고, 외모를 치장하기보다 건강과 위생에 더 신경 쓰는 분위기다. 음주는 물론 운동과 여가까지 모든 경제 활동을 집에서 하는 홈코노미(Homeconomy)가 자리 잡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매출 급증

(에스앤에스편집자주)



한산한 분위기의 신세계백화점 본점 식당가./조선DB




① 마트 대신 온라인 장보기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지난 19일 온라인 쇼핑몰 쿠팡에서는 신선식품 익일 배송 서비스인 ‘로켓프레시’ 주문량이 폭증하면서 조기 품절 사태가 벌어졌다. 주문량이 배송 가능 물량을 넘어서면서 로켓배송도 평소보다 지연되고 있다. 쿠팡은 코로나19이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달 28일 로켓배송 출고량이 역대 최고치인 330만 건을 넘어섰다.


이마트 SSG닷컴도 최근 한 달간 새벽배송을 포함한 ‘쓱배송’ 주문이 작년보다 20% 늘었다. 지난 19일에는 주문량이 폭증해 미리 주문할 수 있는 최대일자인 다음 주 월요일까지 쓱 배송이 모두 마감됐다. 식품 카테고리 매출이 전년 대비 98% 증가했고, 생수(96%), 채소류(75%), 홍삼·비타민 등 건강식품(70%)이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G마켓도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20일까지 김치, 반찬, 생수, 생선 등 장보기 관련 품목의 판매량이 20~150% 늘었다. 첫 사망자가 발생한 20일에는 라면과 통조림, 즉석밥의 매출이 각각 80%, 72%, 654% 급증했다.


온라인 쇼핑 수요 증가에 맞춰 배송 차량을 증대한 홈플러스./홈플러스




외식 대신 집에서 끼니를 때우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가정간편식(HMR)과 밀키트의 수요도 늘었다. HMR은 데우기만 하면 되는 즉석 음식을, 밀키트는 재료가 손질되어 있어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 음식을 말한다. SSG닷컴에선 최근 한 달간 밀키트 매출이 전년 대비 695% 증가했고, 티몬에서도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밀키트 매출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4.3배 늘었다.


반면, 오프라인 매장들은 고전 중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이들의 방문으로 인해 임시 휴업에 돌입한 유통점도 속출했다. 오프라인 유통사들은 온라인 체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쇼핑은 다음 달 통합 온라인몰 '롯데ON'을 출범할 예정이며, 홈플러스는 전년 대비 127% 증가한 온라인 쇼핑 수요를 맞추기 위해 배송 차량을 15% 늘렸다.


② 외모 대신 건강 챙기기

TV홈쇼핑에서 패션·미용 상품은 인기 순위 10위권을 장악할 만큼 강세를 보인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모 꾸미기 관련 소비가 급격히 줄었다. 이달 1~17일 롯데홈쇼핑에서는 파운데이션, 메이크업 베이스 등 화장품 주문액이 31.6% 감소했고, 가방, 시계, 목걸이 등 명품·주얼리 상품 주문액은 14% 줄었다. 직장인 이 모씨는 "회사 가는 것 외에 야외 활동을 하지 않으니 옷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니 화장할 필요도 없다"라고 했다.


오프라인 매장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주요 패션·뷰티 매장은 코로나 사태 이후 손님의 발길이 뜸해져 매출이 30%가량 떨어졌다. "써봐야 산다"며 체험 서비스를 늘렸던 화장품 매장은 제품 시연을 중단했다. 한 아웃도어 업체 관계자는 "봄에 진행하려던 외부 행사를 취소하는 등 판촉 활동을 중단했다. 사실상 상반기 장사는 끝났다고 본다"고 토로했다.


홈쇼핑 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간편식과 건강식품의 편성을 확대하는 추세다./롯데홈쇼핑




패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품목도 있다. 바로 홈패션이다. G마켓에선 최근 한 달간 집에서 편하게 입는 홈웨어 매출이 전년 대비 86% 급증했다.


외모를 꾸미는 소비는 줄었지만, 건강에 대한 투자는 늘고 있다. 롯데홈쇼핑에서는 이달 1~17일까지 프로폴리스, 홍삼, 유산균, 비타민 등 건강식품 주문액이 137% 늘었고, 헬스앤뷰티(H&B)스토어 롭스 온라인몰에서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1일까지 건강기능식품 매출이 전년보다 57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롯데닷컴에서도 비타민C 판매량이 124% 늘었다.


③ 술집 대신 집술

음주문화도 바뀌었다. 술집 대신 집술(집에서 마시는 술)을 선호하면서 편의점 주류 판매량이 증가했다. 국내에서는 온라인 주류 거래가 금지돼 있어, 오프라인 매장 중에서도 사람이 덜 몰리는 편의점에서 구매하는 것이다. 편의점 GS25에서는 이달 7~13일 소주 판매량이 작년보다 29.2% 증가했고, 맥주 판매도 23.8% 늘었다.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안주류도 인기다. 냉동안주의 매출은 39.1%, 냉장안주는 34.5% 늘었고, 마른안주 매출도 26.5%가 증가했다.


CU의 ‘수고했魚(어) 오늘도’ 회 시리즈./CU


회를 판매하는 편의점도 등장했다. CU는 지난달 혼술(혼자 마시는 술)용 안주로 6000원대 숙성 홍어회를 선보였는데, 현재 냉장안주 매출 순위 4위에 올랐다. 인기에 힘입어 지난 13일 구룡표 과메기도 출시했다. 1인 가구 증가로 혼술·홈술족이 늘어난 가운데,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수산시장 방문이나 외식을 꺼리는 이들이 늘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④ 극장 대신 OTT… 재난 영화 인기

지난달 국내 영화 관객수는 201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영화 관객수는 작년 1월보다 7% 감소한 1684만명에 그쳤고, 매출액은 5% 줄어든 1437억원이었다. 공연장에도 냉기가 돌았다. 1월 넷째 주 예매는 44만 건이었지만, 2월 둘째 주에는 31만건으로 뚝 떨어졌다.


반면,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방송과 영화 등을 시청하는 OTT(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이용은 증가했다. KT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2일까지 OTT앱 시즌(Seezn)의 VOD 40% 혜택' 이용률이 20%가 증가했다. 왓챠플레이에서는 ‘컨테이전’, ‘감기’ 등의 재난 영화가 인기를 끌었다.


왓챠플레이에서 100위권 밖에 머물렀던 재난 영화 ‘감기’는 지난달 28일 순위가 7위로 급상승했다./다음영화


집에서 하는 운동과 취미 관련 소비도 늘었다. G마켓에서는 최근 한 달간 필라테스 링 매출이 전년 대비 132% 증가했고, 덤벨·바벨(37%), 스트레칭용품(31%), 아령(24%), 복근운동기구(15%) 등 홈트레이닝 관련 매출이 신장세를 보였다. 셋톱박스(101%), 퍼즐·액자(80%) 등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취미 용품의 매출도 증가했다. 반면, 전동 킥보드와 인라인스케이트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10%, 44% 감소했다.


옥션에서는 이달 3~9일 사이 유·아

동 완구 판매량이 전년 대비 12배 증가했다. 특히 미끄럼틀과 다기능 놀이터, 스프링 카 등 키즈카페에서나 볼 법한 대형 완구 판매량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공포로 모든 소비 활동을 집에서 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온라인 기반의 각종 여가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김은영 기자




쿠팡이 하루 330만건 배송할 수 있는 비결…10만 택배 알바 쿠팡플렉스의 힘


한경기자 새벽배송 체험기

주문 폭증에 알바비 2배 ↑


    지난 19일 새벽 3시. 서울 양재동 쿠팡서초물류센터에는 차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센터 안에 차를 주차하고 둘러보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대부분이었다. 벤츠, BMW와 같은 수입차도 눈에 띄었다. 모두 쿠팡플렉스에 지원한 사람들이 세워둔 차였다. 쿠팡플렉스는 자기 차로 쿠팡 물건을 배송하고 일당을 받는 단기 아르바이트다. 이날 새벽 모인 사람은 80여 명. 그들과 함께 10여 분간 주의사항을 들은 뒤 21개 박스를 배정받았다. 담당자는 “초보자는 약 30건, 숙련자는 80건 정도 받는다”고 했다. 현장을 담당하는 쿠팡 직원은 “오전 6시40분까지 무조건 고객이 원하는 곳으로 갖다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잘못된 주소로 배송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지난 19일 쿠팡플렉스 배송 체험에 나선 한국경제신문 오현우 기자가 서울 시내 한 쿠팡물류센터에서 상자를 차량에 싣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새벽 6시40분까지 배달 완료하라”


쿠팡이 급증하는 택배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도입한 플렉스를 체험하기 위해 물건을 차에 싣고 서둘러 배송에 나섰다. 배정받은 서울 방배동 지역을 부지런히 돌았다. 21개 상자를 아홉 곳의 배송지에 가져다놓는 데 걸린 시간은 2시간30분 정도. 일은 오전 6시가 안 돼 끝났다. 이렇게 해서 번 돈은 4만6700원. 돈은 2주 뒤에 계좌로 보내준다고 했다. 여기서 소득세(3.3%), 기름값 등을 빼면 4만2000원 정도를 번 셈이다.


이날 물류센터에서 만난 김모씨(31)는 “오전 2시부터 7시까지 많을 땐 75개 정도 배송해서 하루 15만원, 시간당 3만원씩 벌기도 한다”며 “익숙해지면 벌이가 훨씬 나아진다”고 말했다.


하루 주문 100만 건 이상 폭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쇼핑이 늘어나 쿠팡플렉스의 역할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쿠팡 측은 밝혔다.


지난달 28일 쿠팡은 역대 최다인 330만 박스를 배송했다. 올 들어 하루 평균 200만 건에서 약 70~80% 늘었다. 쿠팡이 급증한 주문을 큰 무리 없이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은 쿠팡플렉스 같은 단기 배송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쿠팡은 2014년 자체 배송 시스템 ‘로켓배송’을 구축하고 쿠팡맨을 직접 고용했다. 쿠팡맨은 현재 6000여 명이 있다. 2018년 말 새벽배송을 시작하면서 인력이 더 필요했지만 쿠팡맨을 충분히 늘릴 수는 없었다.


쿠팡의 ‘묘수’는 쿠팡플렉스였다. 전문 배송 인력이 아닌, 단기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만들었다. 이 일자리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다. 쿠팡플렉스에는 현재까지 10만 명 넘는 사람이 등록했다. 이 가운데 하루 평균 5000명 안팎이 꾸준히 일한다.




쿠팡플렉스에는 최근 지원자가 크게 늘고 있다. 배송량이 폭증하자 쿠팡이 건당 배송비를 크게 올린 영향이다. 새벽배송 기준 한 건당 배송비는 작년 말 1000원에서 최근엔 2300원대로 두 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이에 따라 쿠팡플렉스들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새벽배송(오전 2~7시)이 낮 시간대 배송(오전 11시~오후 8시)에 비해 배송 단가가 높아 특히 인기다.



쿠팡플렉스 배송인 천태만상

높아진 단가 덕에 ‘꿀 알바’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주간에는 본업을, 새벽에는 쿠팡플렉스를 하는 투잡족도 늘고 있다고 쿠팡은 분석했다. 쿠팡플렉스는 배송 지역과 시간 등을 직접 고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날 서초물류센터에서 만난 한 커플은 11인승 카니발을 끌고 2인 1조로 새벽배송을 했다. 이들은 분업을 통해 시간을 절약했다. 한 명은 차에 물건을 옮기고, 한 명은 이동 동선을 짜는 식이다. 이들은 “개인 역량에 따라 퇴근시간을 앞당길 수 있어 2시간에 5만원 정도를 벌 수 있다”며 “배송할 때 운전자와 물건 나르는 사람을 나눠서 효율을 높였다”고 말했다.


무료 렌터카인 ‘뿅카’를 끌고 온 중년 여성도 눈에 띄었다. 뿅카는 광고가 붙은 차량을 무료로 빌려주는 서비스다. 박모씨(47)는 “집안일만 해서 심심하기도 하고 밤에 잠도 잘 안 와 소일거리 삼아 할 겸 나왔다”고 말했다.


근무 유형 갈수록 다양해져

쿠팡플렉스가 입소문을 타고 대중화되면서 근무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쿠팡은 작년 3월 ‘플렉스플러스’란 근무 유형을 새로 마련했다. 쿠팡플렉스와 일하는 방식은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하루 단위가 아니라 월 단위로 물류센터와 계약을 맺는다는 것이다. 배송을 주된 업무로 삼는 사람이 주로 한다. ‘싱귤레이션’(낱개 포장품)을 별도로 배송하는 일자리도 있다. 주로 물류센터에 뒤늦게 도착한 나머지 상품을 처리한다. 포장 하나에 제품이 딱 하나만 들어 있어 부피가 작고 가볍다. 대신 배송 단가는 일반 상자의 60% 수준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한국경제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