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감사, 국회법 어기면서 2차례나 연기


   감사원은 19일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 원전 1호기의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감사 시한을 또다시 연기하면서 '대상 기관의 자료 제출이 충분치 않아서'라고 했다. 한수원의 비협조를 이유로 두 번이나 연거푸 감사를 늦추는 것은 감사원 관례상 이례적인 일이다. 더구나 국회가 요구한 감사를 5개월 안에 마치지 못하면 현행법 위반이 된다. 감사원이 위법 논란까지 빚으면서 감사 발표를 하지 못하는 배경을 두고 의문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감사는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로 요구함에 따라 지난해 10월 1일 시작됐다. 국회법 제127조의 2(감사원에 대한 감사 요구 등)에 따르면, 감사원은 감사 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감사 결과를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이 기간을 지키지 못할 경우 감사 기간을 2개월 연장할 수 있다. 총 5개월 내에 감사 결과를 국회에 보고해야 하는 것이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 마련된 간담회장에 입장하고 있다. 최 원장은 이날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대한 타당성 감사 시한을 다시 한 번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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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감사원은 착수 3개월인 지난해 12월 2개월 연장한 데 이어 최종 기한인 이달 말을 앞두고 "기한을 못 지키게 됐다"고 했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사건 초기 단계에서 (한수원 등) 감사 대상 기관의 자료 제출이 충분하지 않았다"며 "컴퓨터를 받아와 포렌식을 실시해 자료를 수집하고 지난 1월 22일 실지 감사 후 다른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또 "감사 내용이 복잡하다"면서 "송구하다"고 했다. 법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사과한 것이다. 국회법엔 감사 기한 불이행에 대한 처벌 조항은 없다. 하지만 감사원이 스스로 위법 상황을 초래한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관가에선 최 원장이 언급한 감사 시한 연장 이유에 대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왔다. 최 원장은 "사건 초기에 (한수원 등 감사 대상 기관의) 자료 제출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조기 폐쇄 결정의 근거가 됐던 회계법인의 경제성 평가 보고서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도 이달 초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피감 기관은 대체로 자료 제출에 소극적이기 때문에 미흡한 자료 때문에 시한 내 감사를 못 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전직 감사관은 "감사원은 해당 기관에 업무용 컴퓨터를 통째로 달라고 한 뒤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자료 수집을 한다"며 "자료 수집을 못 해 감사 기한을 못 맞추는 일은 드물다"고 했다.

이날 한수원은 아무 반응을 내지 않았다. 감사 협조 여부에 대해서도 "입장을 낸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내부 관계자는 "감사원이 올 1월까지 포렌식과 실지 감사를 마쳤다는데, 결국 필요한 자료를 다 수집했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작년 12월 한 언론 매체와 만나 "(감사원 감사에) 협조하고 있으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야권에선 "감사원이 정권 눈치를 보느라 감사 결과를 4월 총선 이후에 내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이채익 의원은 "여야 합의로 착수된 감사를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시한 내 발표하지 못하는 것은 4월 총선을 앞두고 감사원이 정치적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총선을 의식하는 순간 정치 기관이 되기 때문에 고려하지 않는다"며 "선거 전에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정치적 개입이 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하겠다는 말밖에 드릴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최 원장은 이날 오는 7월 설치 예정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해 "국가기관이기 때문에 당연히 감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코로나19(우한 폐렴) 대응과 관련해서는 "시기적으로 진정된 다음에 가급적이면 점검해 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책안준호 기자, 노석조 기자, 주희연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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