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이래서는 안돼..."종교시설·병원 중심 전략 바꿔야"


[코로나 사태 한 달]종로·대구가 떨고 있다…"종교시설·병원 중심 전략 바꿔야"


    이달 16일부터 감염경로가 명확하지 않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감환자들이 잇따라 보고되면서 지역사회 감염이 우려되고 있다. 19일 대구와 경북 지역에서만 13명의 신규 환자가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대구 경북 지역에선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심지어 앞서 18일 확진 판정을 받은 31번 환자는 이날 확진 환자 가운데 11명 이상을 전염시킨 슈퍼전파자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국내에서도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됐다고 보고 지금까지 진행해왔던 방역 방법을 새롭게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19일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 긴급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역학적, 임상적 특징을 살펴보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논의했다. 대한병원협회 제공


대한병원협회와 대한감염학회,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대한예방의학회 주최로 19일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 긴급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역학적, 임상적 특징을 살펴보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20일 국내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지 한 달 만에 지역사회 감염으로 보이는 사례가 속속 발생하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검역 중심'에서 '의료기관 중심' 방역전략 바꿔야 

이왕준 대한병원협회 비상대응본부 실무단장(명지병원 이사장)은 "한국은 일본이나 싱가포르에 비해 지역사회 내 감염이 2~3주 정도 늦게 나타나 시간을 벌은 만큼 초기 대응을 훨씬 잘했다고 볼 수있다"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만큼 앞으로 할 일은 기존 방역전략을 현실에 맞게 바꿔 코로나19가 대규모로 확산되는 일을 늦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는 '검역 중심의 방역'이었지만 이제는 '의료기관 중심의 방역'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엄중식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정책이사(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중국을 방문한 사람, 공항 검역에서 확진된 사람, 그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 등을 중심으로 코로나19를 차단해 왔다"며 "하지만 29번 환자부터는 역학적 연결고리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제는 바이러스 확진 검사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을 조기 검사하고 진단, 격리해야 중증 환자율과 치사율을 낮추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염되는 일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 정책이사는 지역사회 내 감염을 막기 위한 새로운 대응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곳에서 빠르게 검체를 채취해 진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대형병원 중심으로 선별진료소를 운영해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가 중국 등 해외여행력이 없는 사람이라도 의료진의 판단하에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권고하면서 18일을 기점으로 검사를 받으려는 환자가 급증했다. 




엄 정책이사는 "결핵을 검사하기 위한 기존 췌담실을 이용하자"며 "이미 음압격리 상태로 자외선 소독을 하고 있기 때문에 환자의 검체를 채취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비인두점막에서 검체를 채취하려면 전문가가 환자 한 명을 볼 때마다 새로운 레벨D 보호구를 착용해야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효율이 떨어진다"며 "검체 채취 방법 뿐 아니라 전문가의 개인보호구 수준 등에 대해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환자가 병원으로 오는 동안 전파 위험이 있으므로 검체 채취를 위한 이동팀을 구성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며 "병원 입구에서부터 코로나19 의심환자는 따로 이동해 검사, 진료받을 수 있도록 발열 호흡기 클리닉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람에게 전염시켜 '수퍼전파자' 오명을 쓴 31번 환자는 교회에서만 10명에게 전염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전염병에 가장 취약한 곳은 '종교시설'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은 "싱가포르에서도 코로나19 환자 4명 중 1명꼴로 교회에서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렇게 사람들이 집단으로 모이는 장소는 전염병이 확산될 위험이 큰데 문제는 이런 전파 패턴에 대해 준비가 덜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 위원장은 "교회 등 종교시설은 영화관과 달리 다중이용시설로 분류가 돼 있지 않아, 대피로나 환기시설에 대한 시스템과 관리가 잘 돼 있지 않다"며 "이번 기회에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건물에 대해서 이런 시스템을 설치토록 하고 관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엄중식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정책이사(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그간 코로나19의 임상적인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그는 "지금까지는 감염자 수를 줄이기 위한 봉쇄전략을 써왔다면 이제는 지역사회에서 크게 전파되지 않도록 완화전략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봉쇄전략은 손 씻기와 기침 예절,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수칙과 감염자가 발생한 환경에 대한 소독 강화, 그리고 환자와 환자 주변 사람을 격리하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학교나 직장 등에서 환경위생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다. 완화전략은 개인위생수칙과 환경에 대한 소독 강화 방법은 비슷하다. 하지만 환자의 증상에 따라 달리 격리하고 학교나 직장 등에서의 방역 방법이 달라진다. 기침이나 발열 등 가벼운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는 자택에 격리하고, 폐렴 등 중증 환자는 병원에 격리한다. 또 지역사회에서 대규모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직장은 근무시간 유연제나 재택근무를 적용하고, 대규모 행사는 연기, 취소하거나 교통 이동을 통제할 수 있다. 


기 위원장은 "이미 지역사회 감염이 일어난 일본에서는 18일 가능하면 재택근무를 하라고 발표했다"며 "국내에서도 지역사회 전파를 조기 차단하기 위해서 완화전략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정아 기자 zzunga@donga.com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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