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국민 돈 빼먹기...총선에 정신없어...한 달 째 수장 공백 상태"


[단독] 국민연금의 모럴해저드…수익률 부풀려 `성과급 잔치`


    적립금 724조원(지난해 11월 말 기준)에 달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해외 주식 부문 초과수익률을 과대 계산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해 11월까지 국민연금이 해외 주식에 투자한 돈은 164조원에 달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미국을 비롯한 해외 주식에 투자할 때 국가별 조세협약에 따라 배당세를 전액(또는 일부) 돌려받는다. 배당세로 환급받은 돈은 국민연금이 운용을 잘해서 받은 것이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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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초과수익률을 산정할 때 ‘거저’ 돌려받은 돈까지 계산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예를 들어보자. 미국 배당주 투자로 1000억원의 배당수익이 났다고 치자. 미국 정부로부터 배당세 30%를 돌려받았다면, 30%(300억원)를 뺀 700억원이 진짜 국민연금 실력으로 번 수익이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조세협약에 따라 미국 정부가 거저 돌려준 300억원까지 수익으로 계산했다.


이 같은 계산법은 국민연금 성과를 부풀렸다. 국민연금 성과는 단순 수익률이 아니라, 벤치마크(시장수익률) 대비 초과 성과를 얼마나 냈느냐로 따지기 때문이다. 앞의 사례로 보면, 국민연금은 돌려받은 배당세를 포함해 펀드 수익을 계산하고(1000억원 수익), 배당세 환급 효과를 쏙 뺀 벤치마크 수익률(700억원 수익)을 측정했다. 이렇게 하면 해외 정부가 돌려주는 배당세만큼의 초과수익(1000억원-700억원=300억원)을 거저 얻는데도, 국민연금은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지금까지 부풀려진 수익률로 국민 세금을 투입, 기금운용역의 ‘성과급 잔치’를 벌여온 것이어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수익률의 정교한 측정은 기금 고갈 시점 등 연금의 중장기 추계와도 맞물려 있어 파급력이 간단치 않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벤치마크 수익률 기준을 바로잡아 기금운용 계획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펀드는 비과세 vs 벤치마크는 과세


해외 주식 초과수익 착시 효과

매경이코노미 취재 결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해외 주식 투자를 늘리는 과정에서 초과수익 오류 가능성을 내포한 벤치마크 수익률을 활용, 펀드 운용 성과가 실제보다 훨씬 좋아 보이는 착시 효과를 사실상 방조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 초과수익 착시 효과는 기금과 벤치마크 수익률 간 과세 여부 차이에서 비롯됐다.


우선 국민연금은 해외 투자 시 상대 국가서 면세 혜택을 적용받는다. 이는 국민연금이 가진 독특한 법적 지위 덕분이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복지 증진을 목적으로 국가가 관리하는 기금이다. 보건복지부가 주무부처로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 사업을 주관한다. 기금운용 이익은 국고로 귀속되고 세금도 일절 내지 않는다.


국내에서의 이런 지위는 해외에서도 적용된다. 우리나라와 상대 국가 혹은 국가기관의 운용 이익에 관해 면세하기로 상호합의한 경우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투자시장인 미국이 대표적이다. 미국 연방세법인 ‘Section 892 조항’에 따르면, 미국 세법상 해외 국가기관은 국가의 일부(Integral Part)와 국가의 통제를 받는 기관(Controlled Entity)을 포함한다. 이 가운데 국가 일부로 보는 경우는 ‘Integral Part’로 규정해 금융자산에서 발생한 이익에 대해 면세한다. 국민연금은 국가 간 상호합의에 따라 미국에서 면세단체로서 지위를 누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금 수탁은행이 미국 과세당국에 외국 정부나 기관이라는 현지 법률 의견을 담은 양식(W-8EXP)을 제출하면 면세 지위를 인정받는다. 국민연금의 미국 투자 규모를 감안하면 상당한 면세 혜택을 받을 것”이라 귀띔했다.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 시 상대국으로부터 면세 혜택을 받는 것 자체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잘못된 벤치마크 수익률을 써 기금운용의 성과 측정에서 오류가 빚어졌다는 데 있다.


동일한 잣대 아래 금융자산 수익률을 비교하는 것은 재무학의 기본이다. 기금의 해외 주식 부문 수익률에 세금 환급 효과를 반영했다면 벤치마크 수익률도 같은 기준 아래 비교하는 것이 상식적인 절차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펀드 수익률은 배당세 환급 효과를 고려했으면서도 벤치마크 수익률은 배당세 부과를 전제로 한 수치를 활용했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국민연금이 어떤 벤치마크 수익률을 활용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국민연금이 해외 주식 부문 벤치마크로 삼는 지수는 미국의 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가 제공하는 ‘MSCI ACWI EX KOREA’다.


이 지수의 수익률은 세금 차감 전 기준인 그로스(gross), 세금 차감 후 기준인 넷(net), 오로지 가격 변동만을 고려한 프라이스(price) 등 3가지 기준으로 산출된다.




앞의 사례를 다시 꺼내보자. 미국 투자로 1000억원 배당금을 받았다면, 그로스 기준으로는 세금을 고려하지 않고 1000억원이 수익이다. 넷 기준으로는 말 그대로 1000억원에서 30%의 세금(300억원)을 빼고 수익률을 계산한다. 국민연금은 넷 기준을 벤치마킹 삼아 300억원 성과를 냈다고 계산했다. 쉽게 말해 가만히 있더라도 돌려받는 배당세 만큼 초과수익을 거저 얻는 셈이다.


관건은 국민연금이 초과수익의 오류 가능성을 알고도 이를 방치했느냐 여부다.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국민연금은 해외 투자 초기에는 펀드와 벤치마크 간 불일치 가능성을 전혀 몰랐다가 최근에서야 뒤늦게 인지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국민연금은 지난해 성과평가보상전문위원회에서 처음으로 이 문제를 안건으로 올려 논의했다.


당시 문건을 보면 위원들은 ‘국민연금 기금 해외 주식 면세단체 규정에 따른 효과 분석’을 논의했다. 해외 주식 직접운용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국민연금은 배당세 감면 효과를 37bps(1bp=0.01%포인트)로 추정했다. 이는 연평균 초과 성과(55bps)의 67.3% 수준이다. 초과수익의 약 70%가 배당세 감면에서 비롯됐음을 국민연금 스스로도 인지했다는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내부적으로도 벤치마크 불일치 현상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해외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뒤늦게 알게 된 것 같다”며 “지난해 성과보상위원회에서 안건으로 대두됐지만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펀드와 벤치마크 간 불일치 현상은 국민연금만의 이슈는 아니었다. 해외 투자 시 면세단체로서 법적 지위를 갖는 한국투자공사(KIC)도 국민연금처럼 ‘MSCI ACWI EX KOREA’의 세금 차감 후 수익률을 활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공사는 성과 측정 왜곡 가능성을 뒤늦게 인지하고 최근에서야 차감 전 ‘그로스’ 기준으로 변경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 주식 덕 본 국민연금


부풀려진 수익률로 ‘성과급 잔치’

해외 주식 부문의 부풀려진 초과수익으로 당장 대두되는 논란거리는 기금운용역의 성과급 이슈다.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수익률을 공시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의 수익률 달성이 확실시된다. 일등 공신은 해외 주식 부문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민연금 기금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9.72%로 잠정 집계됐다. 자산별로는 해외 주식 부문 성과가 28.95%로 가장 뛰어났다. 이 기간 벤치마크인 ‘MSCI ACWI EX KOREA’(달러 기준)의 상승률은 22.63%다. 해외 주식 부문 초과수익률(달러 기준)은 0.48%포인트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역의 성과급은 초과수익률에 좌우된다. 성과급은 벤치마크 초과지수를 정량평가해 산정하는 목표성과급과 장기성과급, 정성지수로 평가하는 조직성과급 등으로 나뉜다. 정량평가 기준인 목표성과급과 장기성과급이 전체 성과급의 80%가량을 차지한다. 이들은 주로 초과수익률에 따라 결정된다.


취재 결과, 국민연금 기금운용역은 올해 ‘역대급’ 성과급을 거머쥘 것으로 보인다. 정량평가를 기반으로 잠정 분석한 결과, 2013년 이후 가장 높았던 2018년 성과급 지급률(기본급의 58.3%)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급은 개인별로 차등 지급되며 많게는 100%의 지급률도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운용역의 평균 기본급은 약 7000만원 중반대다. 산술적으로 운용역 1인당 세전 5000만원 안팎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정성평가 등이 남았지만 지급률 자체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은 낮다. 국민연금연구원과 외부 평가기관에서 산출한 지급률을 성과보상위원회에 보고하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와 기획재정부 보고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실제 성과급 지급은 오는 7월부터 이뤄질 전망이다.


이를 종합하면, 국민연금 기금운용역들은 부풀려진 초과수익을 근거로 국민 세금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자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성과급을 두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기금본부 팀장급의 기본급은 1억원대로 알려진다. 여기에 성과급을 더하면 팀장급 매니저들은 최소 1억원 중반 연봉을 받는다. 이는 민간 자산운용사와 비교해 결코 적지 않다. 2018년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 임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1억2600만원이었다.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위탁운용사에는 사실상 최저 수수료만 지불하면서 정작 기금운용역들은 부풀려진 성과를 근거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듯해 곱게 보이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기금 중장기 추계 영향


벤치마크 조정 서둘러야

문제는 국민연금의 적립금이 1000조원을 향하면서 해외 투자 비중을 갈수록 늘린다는 데 있다.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 부문 비중은 2019년 11월 말 기준 22.6%로 이 중 50% 이상이 미국 시장에 대한 투자다. ‘연못 속 고래’ 국민연금은 국내 시장 영향력을 줄이려 해외 투자를 빠른 속도로 늘리기로 했다. ‘2020~2024년 국민연금 기금운용 중기자산배분안’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오는 2024년까지 해외 주식을 포함한 해외 부문 투자 비중을 전체의 50%까지 끌어올린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국민 노후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벤치마크 조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초과수익률 측정은 국민연금의 중장기 운영 계획 수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벤치마크 조정으로 지금까지 기금이 밝힌 해외 주식 부문 초과수익률이 모두 달라진다면 중장기 추계 자체를 다시 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의 ‘제4차 국민연금 장기재정 추계결과’에 따르면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 경제성장률 둔화로 2057년에는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됐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정부 판단보다 더 빠른 2054년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분석했다.


기금 고갈 시점 추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 것이 바로 기금운용 수익률이다. 예산정책처는 캐나다연금처럼 국민연금 기금 수익률이 평균 5.9%를 보일 경우 고갈 시점을 2065년으로 11년 늦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때 전체적인 기금운용의 목표치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목표초과수익률이다. 목표초과수익률이란 기금운용본부가 시장수익률을 초과 달성할 수익률 목표치를 의미한다.


 국민연금 기금위는 기금운용본부의 목표초과수익률을 최근 2년(2019~2020년) 연속 0.22%포인트로 의결했다. 가령 올해 시장수익률을 1%라고 가정했을 때, 이번에 설정한 목표치 기준으로는 기금운용 수익률이 1.22%를 넘어서면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펀드·벤치마크 간 불일치에 대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측은 “자산별 벤치마크는 기금운용위원회가 부여하고 있으며 기금운용본부는 피평가자의 위치에 있다”며 “불일치에 대해 국민연금연구원이 성과평가보상위원회에 보고했으며 성과평가의 주요 절차로서 면세단체 효과가 전체 초과수익에 기여하는 정도 등을 포함, 성과 요인 분석을 좀 더 진행해나갈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연기금 자문역을 지낸 서울 소재 경영대학원 교수는 “보통 국민연금 같은 글로벌 연기금에서 벤치마크를 사용할 때는 지수 산출기관에 의뢰해 맞춤형 지수(custom index)를 제공받는 것으로 아는데 국민연금이 어떤 과정을 거쳐 잘못된 벤치마크를 써왔는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며 “투자공사가 늦게라도 오류를 바로잡은 마당에 국민연금도 기금위를 열고 벤치마크 조정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준희 기자] 매일경제



[이사장 대행 체제 한 달] 국민연금, 경영공백 언제 메워지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경영 공백이 발생한 지 한 달째에 접어들었다. 김성주 전 이사장이 사표를 내고 떠난 뒤, 국민연금은 기획이사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각종 경영 현안을 마주하고 있는 만큼 발 빠른 인선 진행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까진 인선 절차와 관련된 구체적인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어 경영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진 모습이다.  


김성주 전 이사장은 총선 출마를 위해 지난달 7일자로 퇴진했다. 이에 따라 현재 박정배 국민연금 기획이사가 이사장직 대행을 수행하고 있다.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이 되고 있지만 리더십 공백을 메우긴 어려운 실정이다. 주요 의사 결정에 있어 직무대행 체제로는 한계가 있어서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인선 절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뉴시스




국민연금 이사장은 국민 노후자금 700조원을 책임지는 자리다. 이에 하루빨리 공백이 메워져야 하지만 아직까진 인선과 관련된 본격적인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신임 이사장 공모 절차는 국민연금이 임시이사회를 열어 임원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를 구성하고, 공모를 진행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임추위는 5~15인 이내로 구성되고 외부위원이 3분의 1 이상 포함돼야 한다. 


이후 임추위가 서류와 면접심사를 통해 3∼5배수의 후보자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추천하면 복지부 장관이 이 중 한 명을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한다.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선임을 결정하면 모든 인선 절차가 종료된다. 여러 절차를 거치는 만큼, 빠르게 진행이 된다고 하더라도 공모부터 선임까지 두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총선 출마 선언한 전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그런데 일각에선 인선이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총선을 앞두고 정부 주요 공직자와 공공기관 기관장들은 줄줄이 사의를 표명했다. 비어있는 공백을 채워하는 자리가 상당한 만큼, 인선 절차가 발 빠르게 진행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앞서 김성주 전 이사장이 선임되기까지 10개월 이상의 경영 공백을 겪었던 전례가 있다. 당시 리더십 공백으로 국민연금은 주요 정책 추진에 있어서 상당한 난항을 겪었다. 이번에도 이사장 공백이 장기화된다면 정책 추진에 있어 상당한 업무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인선 작업이 안개 속에 휩싸인 가운데 차기 이사장 후보로는 여러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중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 등 정부 인사들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인 김 사회수석은 연금 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인사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도 문재인 캠프의 싱크탱크인 ‘정책 공간 국민성장’에서 복지팀장으로 복지 공약 마련을 주도한 바 있다. 이외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차기 이사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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