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영화 같은 휴일에도 텅텅 빈...서울은 유령의 도시?


우한폐렴 공포에 ‘유령도시’ 된 서울… 휴일에도 쇼핑몰·영화관 텅텅 비어


    9일 일요일 점심시간을 앞둔 오전 11시 30분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지하 1층 식당가. 마스크를 쓴 손님이 음식을 주문하고 있었다. 평소 점심시간에 줄을 서지 않으면 음식을 먹지 못할 정도로 인기가 많던 곳이지만, 이날은 손님이 거의 없어 바로 주문이 가능했다. 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서 손님이 급감했다는 것이 음식점들의 설명이었다.


'외국인 발길 뚝' 한산한 명동 거리…식당가도 울상 

(SBS)

 

9일 11시30분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지하 1층 식당가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음식점들은 평소보다 손님이 70~80% 줄었다고 전했다. /박용선 기자




식당가 한 분식집 직원은 "일요일은 보통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사람이 꽉 차 줄을 서는 게 보통인데, 오늘은 고객이 70~80% 줄었다"고 말했다. 베이커리 매장 직원은 "고객이 평소보다 절반가량 감소했다"고 말했다.


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백화점 1층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화장품 매장 직원은 "우한 폐렴 사태로 손님이 3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백화점 입구 앞 출입문에는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한 신세계를 위해 2월 10일 휴점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우한 폐렴으로 인한 방역을 위해 10일 휴업을 결정했다. 인근 롯데백화점 본점은 우한 폐렴 확진자가 다녀간 사실이 확인돼 지난 7일부터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10일 휴업을 하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에 나선다. /박용선 기자




우한 폐렴 사태로 백화점·아웃렛 손님 70~80% 줄어

우한 폐렴 공포가 확산되면서 백화점·아웃렛·영화관 등 다중 이용 시설을 찾는 고객이 크게 줄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외출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역 롯데아울렛은 봄을 앞두고 신상품 판매와 함께 작년 겨울 상품 할인 행사에 나섰지만 손님보다 직원들이 더 많을 정도로 개점 휴업 상태였다. 남성복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은 "고객이 평소보다 절반가량 줄었다"며 "할인 행사를 하고 있지만 효과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다른 의류 매장 역시 손님이 평소 일요일보다 80%가량 줄었다고 했다.


9일 오후 1시 무렵 서울 용산역 아이파크몰에 마스크를 쓴 손님이 지나가고 있다. 이 매장에도 손님이 거의 없었다. /박용선 기자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도 평소보다 한산했다. 의류·스포츠 등 매장 대부분이 우한 폐렴 사태 발생 전보다 고객이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스포츠 의류 매장 직원은 "봄을 앞두고 고객이 늘어야 하는데 우한 폐렴 사태로 오히려 줄었다"고 말했다. 다른 의류 매장 직원은 "손님이 없다"며 "우한 폐렴 사태가 빨리 끝나길 바라는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의 영화관 진입로 입구. 관람객이 손으로 꼽을 정도로 적었다. 패스트푸드 점포에는 점심 시간이었지만 빈 자리가 많았다./진상훈 기자


강남 대형 쇼핑몰도 발길 뚝…영화관은 한산, 식당도 울상

우한 폐렴에 대한 두려움에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긴 것은 서울 강남의 대형 쇼핑몰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은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한 모습이었다. 점심식사가 한창일 오후 12시 30분이었지만, 지하 상가에 위치한 식당들은 대부분 빈 자리가 많았다. 식당가 주변 옷가게와 화장품숍, 서점, 완구점 등도 평소에 비해 사람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영화관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코엑스몰에는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위치해 있다. 평소 주말에는 관람객들과 이 곳에서 약속을 잡는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지만, 이날은 사람 수를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발길이 크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9일 코엑스몰 메가박스 영화관. 평소 주말에는 관람객들과 약속을 잡는 시민들로 영화관 입구 계단이 붐볐지만, 이날은 한산한 분위기였다./진상훈 기자


메가박스에 위치한 기념품 가게의 한 직원은 "중국 우한 폐렴의 확산 소식이 알려지면서 설 연휴 이후 이 곳을 찾는 소비자들이 대폭 줄었다"며 "특히 영화관 실내와 주변지역은 좁은 장소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바이러스 전염 가능성이 더 크다는 얘기가 많아 더욱 출입을 꺼리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쇼핑몰 중 하나인 잠실 롯데월드몰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코엑스몰에 비해 사람들은 더 많은 편이었지만, 실제로 각 매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9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진상훈 기자




롯데월드몰 3층에는 홍대의 젊은 감성을 살린 식당 밀집구역인 ‘홍그라운드’가 있고 5층과 6층에도 독특한 콘셉트의 테마식당가가 자리잡고 있다. 평소 주말에는 많은 식당이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식탁은 빈 자리가 거의 없지만, 이날은 대부분의 점포가 텅 비어 있었다.


9일 잠실 롯데월드몰의 식당가. 사람들의 발길이 크게 줄었고 식당에도 빈 자리가 많았다./진상훈 기자


롯데월드몰은 주변에 롯데월드타워와 테마파크인 롯데월드 등이 위치해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게다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명품매장을 모아놓은 롯데백화점 에비뉴엘도 있어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그러나 이번 우한 폐렴 사태의 여파로 면세점과 명품매장 주변에는 사람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9일 잠실 롯데월드몰 지하/진상훈 기자




롯데백화점 에비뉴엘의 한 화장품숍 직원은 "3년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중국 관광객들이 줄었을 때보다 지금 상황이 더 심각한 것 같다"며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인식 때문인지 국내 소비자들의 발길도 덩달아 끊겼다"고 말했다.

박용선 기자 진상훈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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