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금 받았다면, 연말정산 의료비 혜택 못받는다


   정부가 올해 연말정산부터 실손의료보험에서 보전받은 금액은 의료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도록 소득세법을 바꿨지만 준비 미비와 홍보 부족으로 직장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실손의료보험은 병원·약국에서 지출한 의료비를 80~ 90% 보장해주는 민간 보험사 상품으로, 우리나라 국민 3800만명이 가입해 있는 인기 보험 상품이다.

그래픽=이철원



회사원 최모씨는 "실손보험금을 받은 내역이 연말정산 간소화 사이트에는 없고 국세청 홈택스 사이트에서 간신히 찾긴 했는데 (내 보험사) 자료가 전혀 뜨지 않았다"면서 "보험사에 일일이 연락해서 팩스로 자료를 받아서 계산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보험업계에 실손보험금 내역을 1월 말까지 제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일부 보험사는 끝내 제출하지 못해 차질이 생겼다"면서 "내년엔 보험사들이 1월 초에 자료를 모두 제출하고 간소화 사이트에서도 보험금 내역이 조회되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손보험금 받은 부분, 세액공제 제외

세법에 명시된 의료비 세액공제 대상은 '본인이 낸 의료비'다. 따라서 실손보험 가입자가 병원에 낸 의료비를 보험사에서 돌려받았다면 원칙적으로 세액공제 대상에서 빼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국세청 입장에선 가입자가 보험금을 받았는지 아닌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대다수 실손보험 가입자는 보험금으로 돌려받은 액수를 제외하지 않고 암묵적으로 의료비 공제를 받아왔다. 지난해 의료비 세액공제를 받은 근로소득자 395만명 중 대부분이 실손보험 가입자로 추정된다.

 


그런데 정부는 세금 누수를 막겠다며 지난 2018년 세법을 바꿔 2019년 귀속분 연말정산부터 실손보험금을 의료비 공제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실손보험에서 보험금을 받았다면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법에 명시하고, 보험사에 실손보험금 지급 자료 제출을 의무화한 것이다. 이렇게 바뀐 제도가 올해 연말정산에 처음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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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선 기존에 국세청에 지급하지 않았던 자료를 처리해야 하니 업무 부담이 추가됐다"면서 "그동안 보험금 지급 여부와 상관없이 의료비 세액공제를 받아온 가입자들 역시 혜택이 줄었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은 '사실상 증세(增稅)'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실손의료비 환급분, 연말정산 공제 대상 제외에 반대한다'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3일 현재 1만6000여명이 동의했다. 직장인 이모씨는 "보험금 받은 것을 반영했더니 의료비 세액 공제가 제로가 됐다"면서 "이럴 바에야 차라리 실비보험을 해지하는 게 낫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바뀐 내용 모르고 절차 복잡해

의료비 세액공제 규정이 바뀌는 바람에 번거로워진 연말정산 절차도 월급쟁이들의 화를 돋우고 있다.

원래 보험사로부터 실손보험금을 받은 내역은 국세청 연말정산 사이트에 자동으로 반영돼야 하지만, 시행 초기라서 일부 보험사의 경우 국세청 자료 제출이 늦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근로소득자가 일일이 보험회사에 문의해서 관련 자료를 받은 뒤 공제액을 바로잡아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워킹맘 정모씨는 "부모님과 자녀 등 가족의 실손보험금 자료가 나오지 않아 보험사에 연락해 따로 챙겨야 했다"고 말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보험사에 실손보험 자료를 1월까지 보내 달라고 여러차례 요청하는 등 노력했다"면서 "실손보험 내용은 홈텍스 화면에서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만약 의료비 세액공제를 신청해야 하는데 실비 보험금 관련 자료가 국세청에 반영되어 있지 않다면, 개별적으로 보험사에 연락해 보험금 수령 내역을 팩스나 이메일로 받아야 한다. 귀찮다거나 혹은 바쁘다는 핑계로 실손보험금 수령 내역을 반영하지 않은 채 의료비 세액공제를 받으면, 향후 국세청 전산 분석에 걸려서 최대 40%에 달하는 가산세를 물어야 할 수 있다. 다만 의료비 총액이 총급여의 3%를 넘지 않는다면 어차피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보험 서류는 챙길 필요가 없다.
이경은 기자, 윤주헌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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