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주도 성장의 `민낯`] 몰아친 SOC 투자…"세금 재정으로 경제성장 억지로 끌어올려"

 

4분기에 몰아친 SOC 투자…성장의 4분의 3, 재정으로 끌어올려


재정주도 성장의 `민낯`

정부 성장기여도, 민간의 3배
경기부양 실패…빚만 눈덩이

민간 소비·투자 일제히 부진
수출 작년 1.5% 느는데 그쳐

잠재성장률에 못미치는 성장
1인당 국민소득도 `뒷걸음질`

경제성장률 2% 쇼크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1%를 기록해 가까스로 정부 마지노선인 2%에 턱걸이했다. 이 가운데 정부 기여도가 1.5%포인트다. 민간 기여도는 고작 0.5%포인트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1998년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면 최근 30년 동안 가장 저조한 성적표다. 게다가 정부 기여도 1.5%포인트 중 직접적인 정부 소비가 1.1%포인트에 달한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2017년부터 정부가 경제활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결국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낸 세금 주도, 정부만 나선 재정 주도 성장률이란 얘기다.

지난해 실질 경제성장률이 2%대를 유지한 것은 정맥주사처럼 직접 정부가 재정을 쏟아 넣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작년에 일자리와 사회간접자본(SOC) 등 예산으로 퍼부은 중앙재정만 292조원에 달한다. 이 규모는 올해 305조원으로 불어났다.


민간 소비와 투자는 장기 불황인데 정부 소비만 폭증하면서 성장률 방어에도 불구하고 경기 부양에는 실패한 채 국가채무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올해까지 3년 연속 2%대 성장에 그치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 뼈아픈 건 정부 재정 주도 성장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 악화와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값 폭락이란 대외 환경이 극도로 악화된 탓이기도 하지만 정부 주도 성장의 가속화는 결국 성장의 양대 축이 돼야 할 민간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민간소비 성장률은 2017년과 2018년 각각 전년 대비 2.8%를 기록했다가 지난해 1.9%로 뚝 떨어졌다. 반면 정부소비는 2017년 3.9%에서 2018년 5.6%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6.5%까지 폭증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정부소비가 급증한(6.7%) 이후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정부 부문의 성장 기여도가 높아진 것은 생활밀착형 SOC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작년 4분기 정부가 성장률을 사수하기 위해 중앙·지방 불용예산을 밀어내면서 SOC 투자가 급격히 늘었다. 작년 3분기에 전 분기 대비 6.0% 감소했던 건설투자가 4분기에는 6.3% 폭증한 것이다. 2001년 3분기 이후 18년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정부의 예산 투입에 따른 작년 4분기 반짝 반등으로 성장률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연간 건설투자는 여전히 -3.3%를 기록했다. 설비투자도 여전히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지난해 감소폭만 전년 대비 8.1%에 달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박 국장은 "2016년과 2017년 호황기를 보낸 건설투자와 설비투자가 조정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지난해 온갖 수출 활력 대책을 내놓고 막대한 무역금융을 퍼부었지만 수출도 부진했다. 지난해 연간 수출은 1.5%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15년 0.2% 성장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이다.

이에 따라 GDP 성장에 대한 수출 기여도 역시 0.9% 증가에 그쳐 2018년(1.1%) 이후 불과 1년 만에 다시 상승세가 꺾였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소비가 늘어나면 민간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지금의 노동·기업 정책에서 과감히 전환해 민간 부문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2일 서울 한국은행에서 2019년 연간 실질 GDP 성장률 속보치를 발표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그나마 지난해 거둔 2.0% 성장률은 여전히 2019~2020년 잠재성장률(2.5~2.6%)에 미달하는 수준이다. 잠재성장률은 한 국가가 가진 자원을 최대한으로 활용했을 때 거둘 수 있는 성장 정도를 나타낸다.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미달한다는 것은 여전히 경기가 부진하다는 의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30년대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9%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연간 GDP 성장률이 2%에 그치면서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뒷걸음질할 것으로 전망된다.

 


1인당 GNI는 2017년 처음 3만달러를 넘어섰고 2018년 3만3433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GDP디플레이터의 1% 이상 감소가 확실시되고 인구 증가와 달러 대비 원화값 하락으로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2000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2015년 이후 4년 만의 첫 감소세다.
[송민근 기자 / 김형주 기자] 매일경제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