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인사로 부패 수사 못하게 하는 정부 이게 정상인가


반부패-공공수사부 반토막 유력… 정권수사 동력 떨어질듯


[검찰 인사 후폭풍]

법무부 ‘검찰 직제 개편안’ 추진


   법무부는 이르면 이번 주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를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검찰 직제 개편안’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검찰 직제 개편안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꺼내드는 세 번째 견제 카드다. 추 장관은 취임 닷새 만인 8일 윤 총장의 핵심 측근인 대검찰청 참모를 전원 좌천시키는 인사를 윤 총장의 의견을 듣지 않고 전격 단행했고, 10일에는 대검 직속의 비직제 수사조직인 특별수사본부를 신설할 때는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으라는 특별지시를 내렸다.



정부 부패 수사 중 좌천된 윤석열 측근 검사들./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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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와 특별지시에 이은 추미애의 3번째 카드

검찰 직제 개편은 대통령령인 ‘검찰청 사무 기구에 관한 규정’이 국무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 관보에 게재돼야 효력이 발생한다. 추 장관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 법안의 하나인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이 통과되는 대로 검찰 직제 개편안을 국무회의 안건에 상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2일 검찰개혁 방향과 관련해 “지금 검찰개혁은 절제된, 때로는 견제받는 검찰이 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 방향으로 가기 위해 몸부림치는 단계”라고 말했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부터 숙제였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이 국회를 통과해 20년 만에 결실을 봤고,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고비가 또 남아 있다”고 했다.


법무부가 국무회의에 상정할 예정인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에는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 축소와 형사부 강화라는 기조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의 반부패수사부, 공공수사부를 절반 정도로 줄이고, 총무부와 강력부 등을 폐지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비직제 부서인 서울남부지검의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등도 폐지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은 “대통령령을 개정하는 것이니 법무부와의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아직 대검에 개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한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 고위 간부 인사 때와 비슷하게 법무부가 대검의 의견을 듣는 요식 행위만 거친 뒤 개정안 통과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직후인 지난해 11월 당시 장관권한대행인 김오수 법무부 차관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수사 부서 41곳 폐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혁안을 보고했다.




“중간 간부 교체 불가피” vs “靑 향한 수사 방해”

검찰 직제 개편이 이뤄지면 지난해 8월 부임한 일선 지검의 차장검사와 부장검사 등을 상대로 조기 인사를 단행할 수 있게 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20, 21일경 인사가 가능하다는 예상이 나온다. ‘검사 인사 규정’은 중간 간부의 필수 보직 기간을 1년으로 보장하고 있는데, 검찰 직제 개편 등은 예외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수사는 대검의 수사지휘 라인과 일선 지검의 차장, 부장검사가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고위 간부에 이어 중간 간부까지 바뀌면 수사 동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 청와대 비서관이나 여권이 연루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수사팀이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의 2018년 6·13지방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이광철 민정비서관 등이 수사 대상이다. 조 전 장관 일가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도 검찰 출석 요구를 거부 중인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의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증권가에서 여권 인사 테마주로 불리던 ‘신라젠’을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


법무부에는 “조직 개편으로 중간 간부의 대폭 인사가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강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 고위 간부에 이어 중간 간부를 좌천시키면 법무부의 인사 목표가 청와대를 향한 수사 방해라는 것이 명백해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배석준 eulius@donga.com·김정훈·김지현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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