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제친 서울 집값

 

뉴욕 제친 서울 집값


김홍수 논설위원

1930년대 서울의 최신 주택은 북촌의 개량 한옥이었다. 당시 북촌 한옥 매도 신문 광고를 보면 집값이 200원 정도 했다. 쌀 15가마 값이었다. 당시 최고 선진국 미국의 집값은 평균 2900달러 수준이었다. 조선은행권 1원이 1엔으로 등가 교환됐고, 달러·엔 환율이 '1달러=2엔'이었으니 미국 집값은 우리 돈으로 5800원 정도였다. 미국 사람이 집 1채를 팔면 서울 한옥 29채를 살 수 있었던 셈이다.

90년 만에 상황이 역전됐다. 서울 집값이 미국 뉴욕 집값을 추월했다. 국가·도시 통계 비교사이트 넘베오 최신 자료에 따르면, 서울 도심 집값이 3.3㎡(평)당 5만268달러로 홍콩·싱가포르·런던에 이어 세계 4위를 차지했다. 뉴욕보다 1800달러 더 비싸다. 최근 3년간 서울 집값 상승률이 44%에 달해 압도적 1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도심'이란 기준이 모호해 도시 간 집값 비교가 100% 정확하다고 보긴 어렵다. 서울 강남 아파트 값이 평당 1억원을 넘어섰지만, 도쿄 요지의 고급 아파트는 평당 2억원대이고. 홍콩·뉴욕·런던에선 평당 7억원대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 비교 잣대가 된 서울 집값 상승률 수치는 국내 부동산 통계와 일치하고 국민 체감에도 부합한다.

역사상 '최장수 한성 판윤'이라는 박원순 시장은 여의도·용산 통개발 계획 발표 등으로 '미친 집값' 사태에 일조했다. 그런데 요즘 박 시장은 되레 큰소리친다. 임대료 규제에 나선 독일 사례를 거론하며 부동산 정책 권한을 시장한테 달라고 한다. 독일에선 2차 세계대전 여파로 주택난이 심화되자, 정부가 임대주택을 대량 공급하면서 임대료를 통제했다. 민간임대주택 거주자에겐 임대료를 보조해 주는 정책을 수십년간 펼쳐왔다. 정부가 임대료를 통제할 만한 역사적 배경과 자격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서울 집값 총액이 435조원이나 불어났는데도, 국토부는 "이번 정부 출범 후 서울 집값이 뚜렷하게 둔화돼 왔다"고 우겨왔다. 문 대통령은 정부 발표만 믿고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가격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단체 폭로로 청와대 근무 공직자들의 집값이 현 정부 출범 후 40% 올랐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분양가 상한제 실시 지역 확대 등을 담은 12·16 대책을 허겁지겁 발표했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겠다"고 또 다짐했다. '대책→폭등→다짐'의 악순환을 언제까지 반복하려 하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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