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철도 연결' 기술적 과제


대통령 신년사에 언급한 '남북철도 연결' 기술적 과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신년사에서 남북철도 연결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신년사를 계기로 지난해 남북관계가 경색하며 중단된 남북철도 연결 논의가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북한 철도의 노후화가 심해 인프라 구축에만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학계에서는 인프라를 먼저 개선해 열차 속도를 끌어올리고 이후 철도를 고도화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인 안으로 보고 집중 검토하고 있다. 



경의선 철도 연결구간을 남북이 공동조사하는 모습이다. 통일부 제공 


문 대통령은 이달 7일 신년사에서 “남북 간 철도와 도로 연결 사업을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남북이 함께 찾아낸다면 국제적인 협력으로 이어질 뿐 아니라 남북 간 관광 재개와 북한 관광 활성화에도 큰 뒷받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철도를 연결해도 열차가 바로 달리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북한의 철도가 노후화했을뿐더러 남북의 열차 기술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프라만 우선 개선해 복구해 열차를 어느 정도의 속도로 다닐 수 있게 만들고 이후 고도화를 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지난달 4월 전담 연구조직인 ‘북방철도연구센터’를 설립하고  남북한 및 유라시아 대륙철도 연결을 위한 기술과 정책을 개발하고 있다.


북한 철도 고도화에 필요한 대표적인 기술로 위성기반 철도신호통신기술을 꼽는다. 한국은 열차가 지나갈 때 철로 곳곳에 구축된 신호 시스템이 관제 시스템에 열차의 위치를 전달해 충돌하지 않는다. 반면 북한은 주로 기계식 방식의 신호체계만 운용하고 있다. 한국과 같은 철도신호통신 설비를 새로 설치하면 비용이 많이 들어갈뿐 아니라 운영과 유지 보수에도 추가 자원이 필요하다.


위성기반 철도신호통신기술은 글로벌위성항법시스템(GNSS)으로 열차 위치를 확인하고 위성통신으로 열차 위치와 열차운행 가능 거리를 교환한다. 지상 신호통신설비 구축을 최소화하면서 열차를 운용할 수 있다. 센터는 지난해 6월 충북선 130㎞ 구간에서 위성설비를 탑재한 시험열차를 운행하는 위성 송수신 성능 시험을 진행했다. 박정준 철도연 북방철도연구센터장은 “신호가 상당히 잘 잡히는 것을 확인했다”며 “터널 안으로 들어가면 위성신호가 끊기는 문제가 있어 보완책을 마련하는 등 연구를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지난해 처음 실험해 올해는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위성기반 철도신호통신기술의 개념도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제공




북한 열차의 속도를 늘리기 위해 인프라를 개선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북한의 열차 속도는상황이 좋은 경의선에서도 시속 40~60㎞ 수준에 머문다. 시속 300㎞ 고속철이 달리는 한국과 인프라 측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교량의 노후화는 심각하다. 북한은 일제 강점기 시절 깔린 철교나 골조만 있는 다리가 대부분이다. 이 다리들은 최소 50년에서 길게는 100년까지 오래돼 속도를 못내게 하는 주범이다. 특히 이들은 교량 위에 추가로 땅을 다지는 ‘도상’ 없이 대신 바로 침목을 설치하는 ‘무도상’ 교량이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선 도상 교량이 필요한데 신형 교량을 설치하는 데는 비용과 시간이 들 수밖에 없다.


센터는 북한에서 달리는 열차의 속도를 최대 시속 10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철로 인프라를 개선하고 보강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체결 장치나 침목 같은 철로 궤도 구성 품목을 개보수하고 노반과 교량을 우선 개선하는 방식이다. 박 센터장은 “도상을 복구하는 것으로도 속도를 높일 수 있다”며 “인프라를 급속 보수하고 보강하는 연구를 지난해부터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술은 국내 오래된 노선이나 동남아시아, 아프리카와 같은 식민지 통치시절 철로가 깔려 노후화가 심각한  지역에서도 유용한 기술로 평가를 받고 있다. 박 센터장은 “영동선과 중앙선처럼 국내 노후 선로에 적용할 수 있다”며 “북한에 적용하기 위한 기술이라고 하지만 현대화 수요가 많으나 예산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개발 도상국에도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전력 호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은 철도에 교류 25㎸ 전력 체계를 쓰고 있다. 반면 북한은 직류 3㎸ 체계를 쓰고 있다. 센터는 교류 25㎸용 부품을 활용해 직류 3㎸에도 활용하는 겸용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표준과 용어를 맞추기 위한 준비도 진행 중이다.


북한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는 엄청난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정양석 자유한국당 의원실은 2018년 북한철도와 도로의 현대화 비용이 인건비를 제외하고도 적어도 43조 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박 센터장은 “초기에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면서 열차가 필요할 때 빠른 시일에 도입할 기술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2018년에 비해 관심은 조금 낮아진 상황이지만 상황은 언제나 급변할 수 있어 실제 움직임이 있다면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기술을 준비하는 것이 목표”라며 “2021년까지는 한국의 열차를 북한에서도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연구중”이라고 말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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