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ISD 대우일렉 사건' 최종 패소...이란 기업 얕보더니


이란 기업 얕보다가… 국제소송 완패한 정부


[ISD 첫 재판인 '대우일렉 사건' 최종 패소… 730억 물어줘야]


2010년 대우일렉 매수 불발되자 이란 '다야니' 계약금 환불 요구

한국 정부가 제기한 3가지 쟁점, 영국 법원서 모두 거부 당해


    우리나라 정부가 작년 6월 이란 다야니 가문과의 '투자자·국가간소송(ISD)'에서 패소한 뒤 영국 고등법원에 이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고 금융위원회가 22일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작년 판결대로 지난 2010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채권단이 대우일렉트로닉스(대우일렉)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다야니 측으로부터 몰수한 계약금에 이자를 합쳐서 총 730억원을 물어줘야 할 처지에 놓였다. ISD는 투자국 정부의 잘못으로 피해를 본 기업이 제기하는 국제 소송이다. 이제껏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ISD 중 결과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론스타와 엘리엇 등 해외 사모펀드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수조원대의 소송이 진행되는 가운데, 정부의 국제 법률 분쟁 대응 능력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국내에서 통용되는 관행이나 정책이 국제 규범에 어긋날 수 있다는 점을 정부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너무 안이하게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와 이란 다야니가 분쟁 일지표




이란 업체와 소송에서 완패(完敗)당한 한국

이 소송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 이후 해체된 대우그룹의 계열사인 대우일렉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채권단은 지난 2010년 이란 최대 가전제품 업체인 엔텍합을 대우일렉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578억원의 계약금을 받았다. 다야니 가문은 엔텍합의 최대 주주다. 그런데 엔텍합이 채권단에 매각 가격을 당초 계약보다 1500억원가량 깎아달라고 요구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엔텍합이 가격 인하를 요구하며 계약을 이행하지 않자, 채권단은 계약을 파기하고 계약금을 몰수한 것이다. 다야니는 채권단의 계약 파기가 불법이라며 한국 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2015년 9월 유엔 산하 국제상거래법위원회 중재 판정부에 ISD 소송을 제기했다.


유엔 중재판정부의 판단은 한국 법원과 달랐다. 한국 정부가 엔텍합 계약을 파기하고 계약금을 몰수한 것은 "한국과 이란 양국 투자자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한국-이란 투자보장 협정(BIT)에 위배된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6월 유엔 판정부가 "한국이 다야니에 73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자, 이번엔 한국 정부가 이 판결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영국 고등법원에 냈다가 패소한 것이다.


영국 법원, 한국 주장 하나도 수용 안 해

본지가 영국 고등법원의 42쪽짜리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한국 정부의 문제 제기는 모두 거부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 유엔 중재 판정부 패소 후 영국의 유력 중재 전문지인 국제중재리뷰가 표현한 '한국의 뼈아픈 패배(bruising loss)'가 재확인된 셈이다.




한국 정부는 크게 세 가지 쟁점을 취소 소송의 이유로 제시했다. 먼저 계약 파기의 주체가 채권단이므로 다야니가 채권단이 아닌 한국 정부를 상대로 중재 신청을 한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 법원은 채권단 중 대우일렉 최대 주주가 정부 통제를 받는 공공기관인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였기 때문에 결국 한국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매일경제

edited by kcontents


둘째, 다야니는 싱가포르에 설립한 법인을 통해 한국에 간접 투자했기 때문에 한·이란 투자보장협정상의 투자자로 볼 수 없다고 한국 정부는 주장했다.


당시 다야니는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 때문에 한국에 직접 투자를 할 수 없게 되자, 우회로를 찾은 것이다. 이에 대해 영국 법원은 대우일렉 매각 계약이 한국 법의 적용을 받았고, 금융 거래 또한 한국 계좌를 통해 이뤄졌으므로 한국에 투자한 것으로 간주했다. 셋째, 우리나라 정부는 다야니 싱가포르 법인이 계약금을 납부한 사실만으로는 투자보장협정상 투자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나 영국 법원은 계약금 납부 역시 투자로 볼 수 있다며 다야니의 손을 들어줬다. 금융위는 “영국 법원이 이란 측에 너무 관대하게 판결을 내리는 바람에 졌다”는 입장이지만, 투자자 분쟁 전문가들은 “국제 법률 분쟁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 능력 부족을 여실히 보여주는 완패”라고 평가했다.


줄줄이 남은 국제 소송들에도 우려

대응팀 구성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소송의 한국 측 대응 단장은 금융위 이성호 상임위원으로 확인됐다. 그는 비위 혐의로 구속된 유재수 전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이 김경수 경남지사,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천경득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텔레그램에서 논의해 임명된 인사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미국 사모(私募)펀드 론스타가 제기한 5조원대 ISD 판정을 앞두고 있고,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으로부터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1조원 가까운 ISD 제소를 당한 상황이다. 금융위는 별개 소송 건이라 영향이 없다고 말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선 안일한 자세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쉽게 이길 거라 봤던 다야니 가문과 소송에 패하면서 정부의 실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최형석 기자 조선일보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전경하 논설위원


     정부가 대우일렉트로닉스(대우일렉)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불거진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서 졌다. 대우일렉 채권단은 2010년 우선협상대상자였던 이란 다야니가(家)가 총필요자금 대비 1545억원이 부족한 투자확약서를 냈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고 계약금 578억원을 돌려주지 않았다. 다야니는 2015년 한·이란 투자보장협정(BIT)을 근거로 계약금과 이에 따른 이자 935억원을 반환하라며 ISD를 냈다. 유엔 산하 국제상거래법위원회 중재판정부(영국 법원)는 지난해 730억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이에 한국 정부가 영국 고등법원에 취소소송을 냈지만 영국 고등법원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소송 결과로 론스타의 ISD 결과가 더욱 궁금해졌다. 론스타는 2012년 한-벨기에·룩셈부르크 BIT를 근거로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46억 7950만 달러(약 5조 4300억원)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를 제기했다. 론스타는 “대한민국 정부가 론스타의 외환은행에 대한 투자금 회수와 관련해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조치를 했고 론스타에 대해 자의적이고 모순적인 과세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 최종변론은 2016년 6월에 끝났으나 3년이 지나도 아직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





론스타와 관련된 다른 재판은 끝났다. 국내의 법인세 소송은 정부가 졌다. 정부는 2008년 론스타에 법인세 등을 부과했다. 당시는 2006년 감사원의 외환은행 매각 조사와 변양호 전 금융정책국장 체포, 2008년 검찰의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 소환조사 등 론스타에 대한 정서가 매우 안 좋았던 시기다. 론스타는 2010년 “한국에는 고정사업장이 없었다”며 세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해 2017년 10월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다.


하나금융은 지난 5월 론스타 관련 재판에서 전부 승소했다. 론스타는 2016년 8월 국제상공회의소 산하 국제중재재판소에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 협상 과정에서 금융당국을 빙자하면서 매각가격을 낮췄다”며 14억 430만 달러(약 1조 6300억원)를 청구했었다. 론스타와 정부의 ISD 결과에 따라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매각 과정이 다시 조명되면서 관련 당사자들이 한바탕 홍역을 치를 거다.


법무부에 따르면 ISD 조항이 있는 BIT는 83건, 자유무역협정(FTA)은 14건이다. 지난 6월까지 한국 정부가 ISD 소송을 당한 사례는 7건, 우리나라 투자자가 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한 건 6건이다.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ISD가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는데 행여 국내 규정이 미비하지는 않은지 재점검해야 한다. 우리 기업의 ISD처럼 외국 기업의 ISD도 그들의 권리이다.

lark3@seoul.co.kr 서울신문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91223031011#csidx7f237c0ca88331cac0e1eb68b73206a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