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자 30% 하향 취업...양질 일자리 부족

 

대졸자 10명 중 3명은 ‘하향취업’...학력과잉 영향

 

4년제 대졸자 30% 눈낮춰 취업, 학력과잉으로 ‘하향취업’ 심화

 

    4년제 대학졸업자의 약 30%는 학력이 필요없는 직업으로 ‘하향취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향취업은 취업자의 학력이 일자리가 요구하는 학력보다 높은 경우를 의미한다. 전체 취업자 중 하향취업자의 비율인 하향취업률은 고학력 일자리보다 대졸자 증가폭이 더 큰 노동시장 수급불균형에 따라 2000년대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대학진학률이 70%로 OECD 1위인 한국의 ‘학력과잉’ 문제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취업박람회/조선DB

 


하향취업자가 1년 후 학력에 적합한 적정직업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4.6%에 불과했다. 첫 직장에서의 경험이 더 나은 일자리로의 발판이 되지 못하는 셈이다. 하향취업자와 적정취업자와의 임금 차이는 36%로, 이는 눈을 낮춰 취업을 하는 경우 서비스 및 판매종사자(57%)가 되는 비중이 높았기 때문이다.

학력·일자리 미스매치 30%…대졸자 넘쳐나는 ‘학력과잉’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하향취업의 현황과 특징’을 보면, 대졸자의 하향취업률은 2000년 약 22%에서 꾸준히 증가해 올해 3월 30%를 돌파했다. 하향취업 증가 추세는 대졸자가 찾는 소위 고학력 일자리가 대졸자 수의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노동시장의 수급불균형을 반영한다.

2000년부터 2018년까지 대졸자는 연평균 4.3% 증가한 반면, 적정 일자리는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보고서는 4년제 대졸 취업자를 대상으로 관리자, 전문가 및 사무종사자인 경우 ‘적정취업’, 그 외의 직업(서비스, 농림어업, 기능 등)은 ‘하향취업’으로 분류했다.

 


보고서는 일자리·학력 미스매치의 구조적 원인으로 한국의 ‘학력과잉’ 문제를 짚었다.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70%로, OECD 국가 청년층(25~34세) 중 가장 고학력이다. 그러나 고학력 직업의 수는 한정됐기 때문에 하향취업을 선택하거나 취업을 아예 포기해 ‘고학력 백수’가 되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문·이공·예체능 하향취업률 30%로 높아
경기순환 측면에서는 실업률이 상승할 때 하향취업률도 높아졌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던 2008년과 실업률이 상승했던 2014~2015년에 하향취업률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최근 움직임을 보면 2018년 하반기부터 하향취업률이 상승했지만, 올해 3분기부터 고용상황이 개선되면서 다소 줄었다.


 


성별로는 남성, 연령층으로 따지면 청·장년층에서 하향취업률이 높게 나타났다. 장년층은 은퇴 이후 새로운 일자리에 종사하는 비중이 높은 데 따른 것이다. 고령화도 하향취업률 증가에 일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대학 전공별로는 직업 연계성이 높은 의약, 사범계열이 10% 이내의 낮은 하향취업률을 보였지만, 인문·사회, 예체능 및 이공계는 30% 내외의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한은 관계자는 "통념상 인문계가 이공계보다 취업이 어렵다고 하지만 하향취업 데이터에서는 별 차이가 나지 않았다"며 "인문계는 여성이 많은 특성상 하향취업을 선택하기보다 아예 취업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로 집계될 확률이 높다는 점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향취업자 85.6%는 적정직업 못찾고 고착…임금 36% 낮아
하향취업자의 85.6%는 1년 후에도 더 나은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4.6%만 1년 후 적정취업에 성공했다. 2년과 3년 후 적정취업 전환율도 각각 8.0%, 11%에 불과했다. 한 번 하향취업을 하면, 대다수가 그 이후에는 더 좋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하향취업에 머무르는 셈이다. 하향취업이 더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향취업자의 평균임금(177만원)은 적정취업자 평균 임금(284만원)보다 약 38% 낮았다. 과거 적정취업을 한 경험이 있는 대졸취업자가 다시 하향취업을 했을 경우를 놓고봐도 36%정도 차이가 났다. 하향취업 시 학력에 따른 ‘임금 프리미엄’도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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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일자리 사다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임금 격차도 큰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가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을 더 신중하게 만드는 유인으로 작용한다고 봤다. 한은 관계자는 "처음 노동시장에 진입할 때 좋은 직업을 갖지 못하면 재진입이 어렵기에 개인은 취직을 미루고 스펙을 높여서 처음부터 취직을 잘하려는 합리적 선택을 하고, 결국 학력과잉 현상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된다"고 했다.

보고서는 "하향취업 증가는 인적자본 활용의 비활용성, 생산성 둔화를 초래하므로 노동공급 측면에서 직업교육을 강화하고 필요 이상의 고학력화 현상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또 낙인효과를 줄이기 위해 노동시장 제도개선을 통해 직업간 원활한 노동이동을 유도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최효정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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