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낮은 시공 편중 '한국 해외건설'....변하고 있는가?


건설 해외수주 97%가 '시공'…설계·운영 등 영역확장 시급

 

건정연, 지속 가능 발전 위한 '4대 과제' 제시

산업 혁신 차원 밸류체인 확대 필요성 등 주장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에서 시공이 차지하는 비중이 97%에 달할 정도로 편중 현상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이 지속해서 발전하기 위해서는 설계와 운영 등 다양한 영역으로 밸류체인(가치사슬)을 확대하고, 적극적인 혁신에 착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하 건정연, 원장 유병권)은 18일 건설환경 변화 및 이슈를 다루는 'RICON FOCUS' 창간호를 통해 '혁신적 포용성장을 위한 건설산업 과제'를 제시했다.


건정연은 혁신적 포용성장이 혁신성과 포용성의 상호 보완을 통한 국민의 삶의 질 개선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도 새로운 성장 모델로 혁신적 포용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개념에서 건정연이 제시한 건설 분야 추진 과제는 '스마트 건설혁신 선도'를 비롯해 △공정한 건설문화 정착 △사람 중심 건설환경 조성 △지속 가능한 지역 균형 발전 등 네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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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건정연은 스마트 건설혁신과 관련해 고부가가치 건설 밸류체인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을 제안했다. 건설사업이 기획과 설계, 시공, 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 수주의 97%가 시공일 정도로 편중 현상이 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PM(project management) 및 CM(construction management) 역량이 취약하고, 주력 분야인 시공에서도 선진국 대비 노동생산성이 절반에 그친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건정연은 건설 밸류체인 설계와 PM, CM 역량 강화를 위해 시공책임형 CM이나 턴키발주 등에 맞춰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혁신 지향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 필요성도 제시했다. 우리 건설산업은 로봇이나 정보통신기술 기반 건설 자동화,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활용이 미흡한데, 이로 인한 비효율적 생산구조를 노동집약적 생산 및 가격 경쟁력을 통해 극복하는 방식을 고수하면서 기술혁신 패러다임에서 도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중소건설기업의 기술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산·학·연 건설기술 융합 클러스터를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건정연은 스마트 건설혁신과 관련해 건설 맞춤형 규제샌드박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대비 산업혁신을 위한 규제샌드박스 제도 시행 이후 건설업의 활용도가 매우 저조하다고 봤다. 실제 올해 1월 제도 시행 이후 이달까지 규제샌드박스를 활용한 사례는 총 95건인데, 이 중 건설업에 해당하는 것은 건설기계 교육을 위한 가상현실 시뮬레이터 1건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건정연은 건설 분야 규제샌드박스를 스마트시티와 제로에너지 빌딩, 융·복합 분야에 우선 적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건정연은 공정한 건설문화를 위해 △제값 받는 공정거래 문화 확립 △프로젝트·건설공사 참여자별 상생협력 모델 개발·확대 △불공정 피해 구제수단의 실효성 확보를 추진하고, 사람 중심 건설환경을 위해 △안전한 건설환경 여건 조성 △국민 안전을 위한 인프라 유지관리 정책 추진 △일자리 질 제고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성진 건정연 책임연구원은 "혁신과 포용은 상충이 아닌 상호 보완의 관계로 봐야한다"며 "혁신적 포용성장과 건설산업 역시 국가와 국민 그리고 산업을 위한 새로운 성장모델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천동환 기자 cdh4508@shinailbo.co.kr [신아일보]




"직접 사업 발굴하는 디벨로퍼, 해외 육성 정책 벤치마킹 필요"


"디벨로퍼가 부동산 시장 주도하며 국가 경제 기여"

해외 사업 체질 개선도 필요


     국내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면서 업계에선 건설사들이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크다. 국내 주택 시장에서 도급 사업에 집중하는 건설사들이 직접 땅을 매입하고 부동산 개발에 나서는 디벨로퍼로 변모해야 한다는 게 대표적이다. 더불어 해외에서는 시공 위주의 수주를 벗어나 수익성 높은 기본설계(FEED)나 시장 규모가 커지는 민관협력투자개발사업(PPP)에 진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업계는 산업 불황을 타개하려면 디벨로퍼로 체질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민간 시장의 발주 물량을 기다리지 말고 직접 사업을 발굴해 먹거리 확충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부동산 규제로 도시정비사업 물량은 갈수록 줄어들 전망이다. 수익성도 도급보다 자체 개발사업이 더 높다. 원가 절감에 유리하고 사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난관은 부동산 규제다. 국내 디벨로퍼 사업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 공급에 치우쳐 있는데,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을 투기과열지구 외에도 적용한다며 추가 규제에 나설 경우 자체 주택 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디벨로퍼가 비주거 부문에서 수익을 낼 수 있을 거라 장담하기도 어렵다. 비주거 부문에는 상가, 지식산업센터, 오피스, 호텔, 리조트 등이 있는데 국내 경기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경제나 연관 산업의 성장이 따라주지 않으면 비주거 부문의 사업도 키우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에 업계는 국내 부동산 규제 완화가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택 사업으로 얻은 수익을 기반으로 디벨로퍼 역량을 향상시키도록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디벨로퍼를 육성할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데 여러 의견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디벨로퍼에 관한 지원책이 미흡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6월 부동산서비스산업진흥법이 시행되면서 정부가 부동산 서비스 사업자에 금융·행정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근거는 마련됐다. 그러나 아직 업계가 실감할만한 지원방안은 부족하다는 게 주된 반응이다.

 

반면 외국은 정부가 디벨로퍼 기업을 밀어주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국내·외 부동산개발업 운영현황 및 개발방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 개발의 역사를 60~70년 가량 축적한 미국은 1960~1970년대에 주택 대량생산에 기업 진출을 장려하면서 부동산 개발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다. 또 경제 불황기나 부동산시장 침체기에는 소득세 등 세제 완화 정책으로 부동산 개발업 부양에 나섰다. 

 

싱가포르는 도심중심지역 등 부지에서 도시 계획 규제를 완화해 주거, 상업, 오피스 시설을 혼용한 복합시설을 늘리고 폭넓은 대규모 개발을 유도하고 있다. 또 인허가 제도 간소화 등 부동산 개발 과정 전반에 걸쳐 정부가 디벨로퍼의 편의를 봐준다. 



 

이 같은 차이는 GDP 중 건설, 부동산업 등의 비중으로 나타난다. 지난 2016년 기준 싱가포르의 GDP에서 부동산 개발 관련 산업 비중은 19.48%, 미국은 16.35%인 반면 한국은 12.39%에 그쳤다. 

 

디벨로퍼 단체인 한국부동산개발협회 관계자는 “외국에선 디벨로퍼가 부동산 시장을 주도하며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데 국내는 규제 위주”라며 “우리나라도 각종 세제 혜택이나 금융 지원, 인재 육성 등 디벨로퍼의 성장 환경을 조성해줄 필요가 있다”라고 언급했다.

 

해외 수주의 지형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내 건설경기가 좋지 않을 경우 해외 판로를 확장해 먹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데 수익성이 높은 기본설계(FEED)나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인프라 민관협력사업(PPP) 부문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초 국토부가 고시한 ‘5차 건설산업진흥기본계획’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가 수주한 해외 사업의 97%가 시공에 편중돼 있다. 시공은 수익성이 낮은 분야다. 반면 기본설계는 부가가치가 높지만 선진 외국계 건설사들이 꽉 잡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 설계 역량 향상의 필요성을 절감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흥국의 PPP 시장 규모도 커지면서 PPP 분야 진출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PPP시장은 지난 2005년 403억달러(약 49조원)에서 2015년 1199억달러(약 145조67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확장했는데 국내 업체의 수주 실적은 초라하다. 2017년 기준 3건으로 총 16억달러(약 2조원)에 그쳤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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