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송금 서비스 '토스', 창업 5년만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유니콘이 이끄는 인터넷은행 탄생…토스, 챌린저뱅크로 승부


      국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이 이끄는 인터넷전문은행이 탄생한다. 2015년 2월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시작한 비바리퍼블리카가 창업 5년만에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하게 됐다.

앞서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인 카카오(035720)(카카오뱅크)와 KT(030200)(케이뱅크)도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했지만, 이들은 모두 업력이 긴 대기업이다. 핀테크업체가 5년만에 유니콘으로 성장해 은행업까지 진출한 사례는 선진국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토스는 중신용 개인 고객과 소상공인(SOHO) 고객에 집중하는 '챌린저 뱅크' 모델을 제시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자본안전성 숙제 푼 토스… 두번째 도전만에 성공
토스뱅크컨소시엄이 두번의 도전 끝에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사업자로 선정된 것은 자본안전성 확보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토스는 지난 5월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심사에서 한 차례 고배를 마셨다. 당시 심사에서 ‘혁신성’은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자본 안정성에서 문제점이 제기됐다.

토스 자본금 134억원 중 약 75%가 상환전환우선주(RCPS)라는 점이 걸림돌이 됐다. RCPS는 일정 조건 하에서 투자자가 상환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을 말한다. 투자자가 언제든 자금을 회수해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국제회계기준(IFRS) 상 자본이 아닌 부채로 분류된다.

RCPS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은 스타트업 기업에 가장 보편적인 투자 방식이다. 그러나 자본안전성이 중요한 금융업에서는 이런 자본 구조가 맞지 않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었다.



토스는 주주들을 설득해 자본안전성을 확보했다. 지난달 13일 이사회를 열고 RCPS 전량을 전환우선주(CPS)로 전환한 것이다. CPS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주식이고, IFRS 상으로도 자본으로 인식된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토스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위해 상환권을 포기한 덕분이었다.

컨소시엄 구성도 보강했다. 지난 5월 심사에서 토스뱅크컨소시엄은 알토스벤처스와 굿워터캐피탈, 리빗캐피탈 등 글로벌 벤처캐피탈(VC)을 주주로 유치했다. 당초 금융주력자로 참여하기로 했던 신한지주(055550)가 중도에 이탈했고, 토스는 빈 자리를 글로벌 VC로 채웠다. 당시 당국에서는 금융주력자가 없는 토스컨소시엄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토스뱅크는 재도전하면서 KEB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 등 주요 은행을 주주로 끌어들였다. 컨소시엄 구성 과정에서 토스와 은행들의 손발도 잘 맞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KEB하나은행 고위 관계자는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재무 분야까지 토스에게 일임했다"며 "그러자 토스가 오히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하나은행에서 맡아달라고 했다"고 했다.

 


새로운 신용평가 모델로 씬파일러 공략하는 ‘챌린저 뱅크’
토스는 ‘글로벌 챌린저 뱅크’를 모델로 내세웠다. 챌린저뱅크는 특정 분야에만 집중하는 소규모 특화은행을 말한다. 토스는 금융 소외계층인 중신용 개인·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특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소비자평가
edited by kcontents

이런 사업 모델은 주주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중기중앙회와 이랜드월드의 지분률은 10%다. 이들은 하나은행, 한화투자증권과 함께 2대 주주가 된다. 중기중앙회 참여로 토스뱅크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랜드월드 역시 패션, 외식, 호텔 등 계열사를 이용하는 고객 정보와 다양한 협력업체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 5%를 출자하는 웰컴저축은행 역시 중금리 대출 경험이 풍부하다.

 


토스 고객 1000만명의 정보와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들의 데이터 및 노하우를 활용해 금융 소외계층이 이용할 수 있는 중금리대출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 토스뱅크의 전략이다. 이런 빅데이터를 토대로 차별화된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특히 금융 이력이 부족해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없었던 ‘씬파일러(Thin Filer)’가 집중 공략 대상이다. 국내에는 이런 씬파일러가 1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송기영 기자 조선일보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