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 병원·의사는 이미 전투중


좋은 의사·나쁜의사· 이상한의사..환자가 평가한 3종 의사광고


    포털에 훌륭한 의사를 검색해봤다. 9년전 어느 평가기관이 2000여명을 설문조사한 결과가 눈에 띄었다. 유명한 의사가 1위였다 .2등은 실력있는 의사, 3등은 인자한 의사였다. 1,2등이 절반을 훨씬 넘겼고 3등은 10%정도만 차지했다. 10년쯤 지난 내년에 설문조사하면 어떤 의사가 1등이 될까. 역발상으로 어떤의사가 최악인가를 조사해보면 아마 조사결과가 확 뒤집힐것으로 보인다. 명의는 미디어가 만든 환상아닐까. 명의는 환자와 공감하는 ‘의사 요한’과 같은 의사가 진짜 명의다. 이젠 환자는 ‘장사치 명의’와 ‘진짜 명의’를 구분할 능력이 있다. 10년전과 다르게 포털에 검색만하면 웬만한 증상과 처방이 다 나오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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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A씨는 최근 동네병원과 대학병원의 경험기를 쏟아냈다. 그의 울분에 공감이 갔다. 좀 유명한 동네 의원(병원)에 갔다. 마치 공장에서 제품찍어내듯이 호명하면 의사실 앞에 가있다가 또 호명하면 들어간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들어가면 또 대기 의자가있다. 이곳에서 직전 환자 치료과정을 무심코 지켜본다. 이 환자가 끝나야 비로서 차례가 돌아온다. 병원입장에선 1분1초라도 아깝다는 의미다. 종전 접수→의사 가 아닌 접수 1,2,3 뒤에 의사를 비로서 만날 수 있다. 바쁘게 돌아가는 의사의 얼굴을 보면서 증상을 제대로 얘기하기가 쉽지않고, 바쁜 의사도 환자와 공감시간이 무척 빠르다. 엄청난 환자수가 밖에서 대기하는데 한 환자만 집중 상담은 어렵다는것은 공감이 간다. 하지만 그래서 오진이나 환자가 심적 고통을 받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상한 일이 생겼다. 입안쪽 하얀띠가 양쪽에 물집처럼 난 것을 본 이 이비인후과 의사는 대학병원에서 급히 조직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심장이 쿵했다. 써준 진료의뢰서를 손에 들고 인근 대학병원으로 갔다. 그곳 의사는 ‘평편태선’이라고 진단했다. 통증이 없으면 치료할 필요가 없다고 그냥 가라고 했다. 헷갈렸다. 다른 의원에 또 가봤더니 “치아때문에 생기는 자연스런 증상이고 평편태선은 아니다”라고 했다. A씨는 지금도 자기의 병명을 알지 못한다. 알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지인 B씨는 최근 유명 대학병원 류마티스 내과에서 혈액을 통한 유전자검사를 했다. 검사결과가 나오면 전화를 주기로 한 날에 연락이 오지않았다. 연락을 해보니 의사가 3일 뒤에 나온다고 그때 연락준다고 했다. 3일 뒤에야 연락이 온 의사는 면역글로불린 이상이 의심되니 혈액종양내과로 예약을 해놓겠다고 했다. 한달 보름정도를 기다린뒤 혈액종양내과를 가보니 ‘희귀한 질병’이라고 했다. 치료약은 없다고 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영상기록 등 진료기록을 받아 또다른 대학병원을 찾아갔다. 이 병원 의사는 다른 결론을 내렸다. 면역 글로불린 수치가 다른사람보다 조금더 떨어진 것 뿐이라고 대수롭지않게 말했다. 황당했다. B씨는 대학병원에 재 검사를 요청하고 기다리는 중이다.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얼마전 의학드라마 ‘의사요한’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감동을 받았다.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끈 이유는 국민들이 꿈꾸었던 의사였기 때문이다. 현실속은 어떨까. 요즘 큰 병원에서는 환자와 지역주민들을 위해 정오시간에 맞춰 음악을 연주하고 공연도 한다. 물론 사회공헌도 좋다. 하지만 그 보다 인술에 집중하면 어떨까 싶다. 단 1초라도 더 환자와 증상을 공유하고 아픔을 함께하는 의사가 더 낫지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B씨는 북적대는 환자들로 가득찬 대학병원이나 소규모 의원 역시 ‘장사(?)’에만 열중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기계로 상품찍듯히 차례로 엉덩이 좌석을 옆으로 움직이면서 ‘아이로봇’처럼 단 1초라도 아끼려는 의사와 병원을 보면 안타깝다.


진짜의사 부산복음병원 원장 장리려 박사처럼 아름다운 의술을 가진 의사가 1명이라도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인(故人)이 된 장 박사는 가난한 환자에게 치료비 전액을 자신의 월급으로 대신 처리하기도했다. 돌아가실때 집 한칸도 없었다. 이젠 전국민 의료보험시대다. 환자들 수준도 높아졌다. ‘고압적인 태도’ , ‘증상을 얘기하려면 말을 끊거나 대꾸조차 안하는 의사”, “환자눈도 안 마주치는 의사’ 등 의사진료에 대한 불만이 폭발직전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취임후 수술실 CCTV를 설치했다. 물론 공적인 병원에서 시작됐다. 내년 1월부터는 신생아실에도 CCTV를 설치한다. 설문조사결과 이 지사 수술실 CCTV는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는 옳은 일을 했다. 낙상사고나 감염 등으로 부터 절대약자인 신생아를 보호하기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사실은 의료진에게 경각심을 주기위해서다. 이젠 의료계는 ‘성역’이 아니다.


이 지사는 이러한 CCTV설치를 모든 민간 국내 병의원에 도입하고 싶어한다. 한 대학병원에 심삼치않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대학병원 의사실 바로 앞에 붙힌 ‘녹취금지’라는 푯말은 많은 것을 연상케한다. 환자와 병원·의사는 이미 전투중이다.

[헤럴드경제(수원)=박정규 기자]fob14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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