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계약했는데 "취소합시다"...어떻게 해야 하나


계약했는데 취소하자는 집주인… '배액 배상'


중도금·잔금 납부 전이면 계약 취소 가능

대신 계약금 2배 돌려줘야


'가계약'도 전체 거래금액과 목적물 특정시 정식 계약 인정 가능


계약했는데 취소하자는 집주인… '배액 배상' 


     부동산 기자가 되면 친구들에게 뜬금없이 카톡이 오곤 합니다. "청약 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돼?" "1순위가 뭐야?" 청약통장은 그저 부모님이 어릴 때 만들어준 통장으로만 알고 있는 2030 '부린이(부동산+어린이)'를 위해서 제가 가이드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 직장인 A씨는 최근 이사갈 원룸을 알아보다 1000만원으로 계약금을 내고 다음 주 중으로 전세 보증금 1억원 중 잔금 9000만원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 집주인은 갑작스레 조카가 서울로 올라오게 됐다며 계약금을 돌려줄테니 계약을 취소하자고 했습니다. 이미 살던 집에는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기로 한 상황이어서 A씨는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주택거래 계약은 쌍방간 합의로 이뤄지는 사적 계약입니다. 즉 한쪽의 일방적인 계약해지가 가능하기 때문에 A씨는 꼼짝없이 새로운 집을 알아봐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다만 현행 민법은 이럴 경우 '배액배상' 제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565조에서는 '매매의 당사자 일방이 계약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판례는 계약금을 교부한 이후 '이행 착수시점'을 중도금이나 잔금 등을 지급하는 시점으로 봅니다. 그 전에는 매도인 또는 임대인은 해당 금액의 2배를 배상하면 얼마든 자유로운 계약 해지가 가능합니다. 즉, A씨는 계약금 1000만원과 배상액 1000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시기에는 계약금의 2배를 상대방에게 돌려주더라도 이 금액이 오른 금액보다도 적어 매도인 또는 임대인 입장에서는 계약을 파기하는 게 더 금전적 이득이 큰 경우도 많습니다.


반대로 매수인이나 임차인도 계약의 파기가 가능합니다. 이 경우에는 계약금만 포기로 배액배상이 이뤄진 것으로 봅니다. 다만 계약과정에서 계약 해제 절차 등과 관련된 다른 특약을 넣었다면 특약에 따라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통상 계약금을 전체 대금의 15~20% 수준으로 올려 해약금을 높이거나 중도금 지급을 빨리 이행하면 일방적 계약 해약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통상 10% 수준인 계약금을 이보다 올리면 보상액이 더 늘어나게 되고, 중도금을 지급하고 나면 권리 주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손쉽게 계약을 취소할 수 없기 떄문입니다.




여기서 또 중요한 다른 점이 계약 성립 시점인데요. 최근 처음부터 계약을 맺고 계약금을 납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소정의 금액을 '가계약금'으로 걸고 이후에 정식 계약을 맺는 가계약 방식의 거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계약의 구체적 내용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가계약금을 주었다고 해서 '계약 성립'을 주장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매매계약이 성립됐다고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전체 대금액과 목적물 등이 특정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만약 급한 마음에 매물을 잡아둘 목적으로 전체 집값을 협상하지도 않은 상황이라면 계약이 성립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때는 배액배상을 받기도 어려워져 매도인 또는 임대인은 가계약금만 돌려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집을 매매하면서 대금을 10억원으로 설정하고 1주일 후에 계약금 1억원을 주는 조건으로 우선 1000만원을 '가계약금'으로 송금한 경우에는 또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때 이미 거래된 돈은 1000만원이지만, 배액배상액은 1000만원의 2배가 아닌 1억원의 2배인 2억원이 됩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계약금의 일부만 지급된 경우라 하더라도 계약이 성립된 경우라면 해약금의 기준은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1000만원)이 아닌 '약정 계약금'(1억원)이기 때문입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아시아경제]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