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판지 소재 ‘공기청정기’


성능 탁월한 골판지 소재 ‘공기청정기’

인류를 지키는 적정기술
지세이버(G-Saver)


돈을 주고 깨끗한 물을 마시는 것이 어느덧 당연한 일이 돼 버렸다. 이제는 맑은 공기를 마시는 일에도 돈을 들여야 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미세먼지나 황사로 인해 공기청정기가 불티나게 팔리는 것은 물론, 산속 맑은 공기를 담은 캔까지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 세계 대기 환경의 오염도에 빨간 등이 켜진지 오래지만, 특히 저개발 국가의 대기 오염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영세한 산업 현장은 각종 오염 물질을 그대로 배출하고 있고, 먹고살기 바쁜 주민들은 대기 오염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사이에 건강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몽골 울란바토르는 최악의 대기 오염 지역으로 유명하다 ⓒ jargaldefacto.com


실제로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저개발 국가에 사는 어린이들이 오염된 공기로 인해 사망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의 경우 오염된 공기로 인해 아이들의 기대 수명이 선진국 어린이들에 비해 4~5년 정도가 짧은 것으로 드러난 것.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고자 전 세계 적정기술 전문가들이 저개발 국가의 대기질 개선에 도움을 주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 연구진에 의해 개발된 적정기술 제품들이 뛰어난 성능을 보이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몽골의 대기 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지세이버

몽골의 주민들은 대부분 ‘게르(GER)’라고 불리는 전통 주택에 거주한다, 주택이라고 해봤자 이동을 편하게 하기 위해 천막 형태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추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 1년 중 8개월 정도가 겨울인 몽고의 추위는 최고 영하 50℃까지 떨어질 정도로 가혹하다. 따라서 주민들은 조금이라도 추위를 피하기 위해 유연탄과 장작을 마구잡이로 태워 보온을 한다.

문제는 이처럼 유연탄과 장작을 그대로 태워 난방을 하다 보니, 태우면서 발생한 매연으로 인해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는 숨쉬기조차 힘든 지역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몽골의 대기 오염 상황을 조사한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 오염의 정도가 국제 허용 기준의 12배를 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호흡기 질환을 앓는 어린이의 숫자도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많아서 울란바토르는 최악의 대기오염 도시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곤란한 상황에 처한 몽골인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제품이 바로 ‘지세이버(G-Saver)’다. 매연저감장치이자 연료를 효율적으로 연소시키는 장치인 지세이버는 NGO 단체인 굿네이버스에서 적정기술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만갑 교수가 몽골의 오염 상황을 고려하여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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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rgal Defacto нь эдийн засагч, нийтлэлч Д.Жаргалсайханы санаачилсан бүх нийтийн, нээлттэй, хэлэлцүүлэг болон нийтлэлийн платформ ю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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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로 위에 지세이버를 설치하면 연료 효율을 높이고 매연을 줄일 수 있다 ⓒ 굿네이버스

굿네이버스의 관계자는 “난로에 지세이버를 부착하면 온기를 유지하는 시간을 5~6시간 늘릴 수 있고, 매연은 줄일 수 있다”라고 소개하며 “무엇보다 제작비를 낮췄기 때문에 저소득층에 보급하는 일이 수월하다”라고 밝혔다.

지세이버가 온기를 유지시키는 시간을 늘릴 수 있는 이유는 열을 저장하고 다시 역류시키는 원리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굿네이버스가 다른 연료들과의 효율을 비교 측정해 본 결과, 원료 소비량을 40%나 감소시켜 난방비를 절반 이상 줄여주고 내부 온도도 5℃나 상승시켜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굿네이버스의 관계자는 “지세이버의 또 다른 장점으로는 적정기술 제품답게 처음 본 사람들도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라고 강조하며 “이처럼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관계로 몽골뿐 만 아니라 여러 저개발 국가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골판지로 만든 공기청정기

굿네이버스가 매연저감장치로 몽골의 대기 오염을 줄이고 있다면, 우리나라의 연구개발기업인 주식회사 씨에이씨(CAC)는 골판지를 주요 재료로 하는 저렴한 공기청정기를 개발하여 저개발 국가 보급을 서두르고 있다.


아워플래닛에어(Our Planet Air)라는 이름의 이 공기청정기는 공기를 순환하는 ‘팬’과 먼지를 걸러주는 ‘필터’, 그리고 외관을 감싸는 ‘종이박스’로만 이루어져 있다. 그야말로 공기청정기 기능의 본질인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를 거르는’ 역할만 갖고 있는 제품이라 할 수 있다.

CAC의 설립자이자 아워플래닛에어를 개발한 김광일 대표는 “우리가 개발한 공기청정기의 가격은 3만~4만 원 대에 불과하다”라고 밝히며 “특히 전기 요금은 하루 8시간 가동 기준으로 한 달에 100원도 들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초간단이자 초저렴한 공기청정기를 개발한 배경에 대해 김 대표는 “원래는 고가의 공기청정기를 구매하기 위해 매장을 방문했는데, 내부 구조를 살펴보니 의외로 간단했다”라고 언급하며 “집에서 뒹구는 신발 상자와 컴퓨터에 달려있던 팬을 부품으로 먼지가 달라붙는지를 실험했고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저렴한 공기청정기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라고 밝혔다.


아워플래닛에어는 DIY 제품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 CAC

아워플래닛에어의 특징 중 하나는 직접 만들 수 있는 ‘DIY(Do It Yourself)’ 제품이라는 점이다. 만드는 데 있어서 별다른 지식이 필요하지 않고 매뉴얼대로만 따라 하면 누구라도 공기청정기를 만들 수 있다. 이런 특징 때문에 교육용으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김 대표는 “비싼 공기청정기를 살 수 없는 ‘환경 난민’이 미세먼지에 노출됨으로써 건강이 나빠져서 더 가난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라고 지적하며 “다양한 기능을 가진 고가의 제품도 필요하지만, 경제적 여건을 고려하여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소비자의 권리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현재 아워플래닛에어는 공공기관 및 기업 등이 교육이나 기부 용도로 구매하고 있다. 저렴하면서도 친환경적이며 교육적 효과가 높은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어 판매량이 매년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김준래 객원기자 동아사이언스
케이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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