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 팔아치우는 이유



[사설] ‘셀 코리아’ 행진…한국 주식 팔아치우는 이유가 있다

     한국으로부터의 엑소더스인가. 외국인 투자자 동향이 심상치 않다. 연일 한국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지난달 7일부터 어제까지 거의 한 달 동안 하루도 빼지 않고 한국 주식을 내다 팔았다. 누적 순매도액이 5조원을 넘는다. 그 여파로 주식시장은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난달 ‘셀(sell) 코리아(한국 주식 매각)’ 행진이 시작된 뒤 코스피지수는 4% 하락했다. 이달 들어서는 외국인들이 한국 국채 선물마저 팔기에 여념이 없다. 국채 값도 내려갈 것으로 본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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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한국 주식·채권을 팔아치운다는 것은 우리 경제가 그만큼 녹록지 않다는 방증이다. 올해는 2% 성장이 가물가물하다. 내년에도 잘해야 2% 초반대로 전망된다. 성장률 통계가 처음 나온 1954년 이후 유례없는 2년 연속 저성장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조차 “50여 년 사이 최악”이라고 보도했을 정도다.

한 달간 국내 주식 5조원 외국인 엑소더스그래도 정부는 “정책 성과냈다” 자화자찬

한국 경제가 허덕이는 데는 미·중 무역전쟁과 반도체 가격 약세 같은 외생 변수도 작용했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다. 정책 실패를 제쳐놓을 수 없다. “족보에 있다”는 소득주도 성장은 고용 참사를 불렀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 해에만 전국 편의점에서 풀타임 일자리가 무려 4만2400개 줄었다. 친노조·반기업 일변도 정책은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었다. 설비투자는 1년째 감소 일로다. 미래를 준비하려는 기업들의 몸부림은 촘촘하기 그지없는 올가미 규제 앞에 스러졌다.


 
그 결과 일자리는 줄었고 가계소득과 소비는 타격을 받았다. 수요 부진으로 물가는 오르지 않고 있다. 불길한 디플레이션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올해 2%가 될까 말까 한 성장률조차 정부가 세금을 쏟아부어 겨우 끌어올린 것이다. 한국 경제가 일본처럼 장기 침체에 빠지리라는 ‘J(재패니피케이션·Japanification)의 공포’마저 슬금슬금 번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J노믹스’가 부른 ‘J의 공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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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자화자찬에 여념이 없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는 그제 ‘소득주도 성장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부작용투성이인 소득주도 성장을 옹호하는 발표 위주였다고 한다. 같은 날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주재한 ‘혁신성장 전략회의’ 안건 자료 역시 성과에 대한 자랑 일색이었다. 규제에 막혀 혁신의 꿈을 접은 기업들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이 정부 생각처럼 혁신성장이 성과를 거뒀다면,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이렇게 심하게 팔아치울 리 없다.



정부의 자화자찬은 실패에 눈 질끈 감고 가던 길을 가겠다는 외고집의 발로다. 정책 기조를 바꿔야 경제가 살아날 텐데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외국인의 대규모 엑소더스조차 이 정부에는 아무런 자극이 되지 못하고 있다. 대체 어떤 상황에 맞닥뜨려야 경제 정책의 방향을 틀 것인가. 그저 암울할 따름이다.
중앙읿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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