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개정세법 불구 다주택자, 집 안판다



종부세 고지에 개정세법 적용도 코앞인데 안 파는 다주택자…“매물 찾기 어렵다”

    서울 양천구 주상복합오피스텔에 거주하는 고모(59)씨는 이사갈 집을 알아보려고 서초구 부동산을 찾았다가 헛걸음했다. 23일 확인매물로 온라인 부동산 거래정보에 등록된 집이 이틀 사이에 매매됐다는 것. 고씨가 알아본 19억4000만원짜리 전용면적 59㎡ ‘반포자이’는 비슷한 가격대 물건조차 없었다.

지난 11월 12일 한 행인이 강남구 대치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에 붙은 시세를 살펴보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2년차 신혼부부인 이모(34)씨는 올해 5월 봐둔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아파트 3단지를 다시 알아보다 결국 포기했다. 부동산 정보에 매물로 올라온 전용면적 59㎡짜리 매물은 이미 팔렸고, 당초 생각한 금액보다 8000만원 비싼 물건이나 다른 단지만 1채씩 남아있다는 부동산중개업소의 설명을 들어서다.



종합부동산세 고지서가 발송되고 정부가 다주택자를 겨냥해 내놓은 개정 세법의 적용 시기가 속속 다가오는 가운데서도 주택시장에 매물이 돌지 않는 상황이 심화하고 있다. 크게 증가한 보유세가 부담이기는 하지만, 집값이 많이 오른 상태여서 당장은 양도소득세 부담이 더 크기 때문이다.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발송했다. 공시가격이 많이 오르다보니 일부 다주택자는 전년의 두 배에 달하는 보유세를 부담하게 된 상황이다.

여기에 오는 2020년 1월 1일부터는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감면 기준도 달라진다. 지난 2017년 발표한 8·2대책에 따라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를 받기 위한 조건이 한층 더 까다로워지기 때문이다. 집을 판 가격이 정부가 ‘고가주택’으로 판단하는 9억원을 초과하고, 실제로 해당 주택에 거주한 기간이 2년 미만이면 공제율이 큰 폭으로 떨어진다.



올해 말까지는 3년 이상 보유한 집을 팔 때는 보유기간당 연 8%씩, 양도세가 최대 80%까지 감면된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매매가격이 9억원을 넘는 집은 보유기간 중 2년 이상 실거주하지 않으면, 장기보유에 따른 특별공제율이 연 2%로 낮아진다. 15년 동안 보유한 집을 팔더라도 양도세가 최대 30%밖에 공제되지 않는 것. 단순 계산으로도 양도세 부담이 2~3배가 되는 셈이다.

지난해 발표한 9·13 대책의 후속으로 올해 2월 발표된 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다주택자가 집을 팔 때 보유기간으로 인정받는 기준도 엄격해진다. 그동안은 2주택자가 한 채를 판 다음날 나머지 한 채를 팔아도 보유기간을 그대로 인정해 장특공을 받았지만, 2021년부터는 ‘마지막 집을 판 날부터 2년 이상 보유’하도록 강화된다.

지난 2017년 8·2대책 이후 조정대상지역에서 집을 산 경우라면,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기준이 강화될 예정이다. 2021년부터는 주택 가격이 9억원 이하이고 보유기간 중 2년 이상 거주해야만 양도세 비과세 대상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시장에서 매물은 구경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달 말 찾은 서초구 잠원동 ㅂ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내년 2월까지는 학군 때문에 이사 수요가 있어 매수 문의가 이어지는 시기"라면서 "하지만 집주인들이 가격을 자꾸 올리려고 하고 물건을 내놓지 않아 거래가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남권에서만 매물이 귀해진 것은 아니다. 젊은층과 신혼부부들이 찾는 중간 가격대 아파트도 매물을 찾기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노원구 ㄴ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전용면적 58㎡ 기준 구축 아파트 매매가가 올 초보다 5000만원쯤 올랐는데, 집값이 계속 오르다보니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라며 "팔려고 내놓는 물건 자체가 상반기보다 크게 줄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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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주택 수요자들이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이전보다 매물 수가 줄어든 것을 체감하고 있다"면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과 양도세 부담이 맞물려, 다주택자들도 굳이 집을 팔지 않고 버티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집값이 오른 1주택자들까지 운신의 폭이 줄어들어 ‘매물 잠김’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앞으로 집값이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이 남은 상황에서는 다주택자들뿐 아니라 1주택자들도 양도세를 부담하느니 집을 팔지 않고 실거주기간을 채우려고 할 것"이라며 "안 그래도 부동산 매물이 드문 상황에서 팔 수 있는 물건도 팔지 못하는 ‘매물 잠김 현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유한빛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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