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시 이야기] "40만원 아니면 1000원?"


40만원 아니면 1000원···이게 아니면 일본 스시야 망한다


초밥 좋아하시나요?

 

日 초밥 수십만원 오마카세에서

100엔 회전초밥으로 양극화

소형 '스시야' 가격 경쟁 밀려 폐업

취업 쉬워 '장인' 수련 거부하는 젊은 층

식문화 개성 죽고있다는 비판도


     호불호를 차치하고 초밥이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을 겁니다. 그런데 최근 일본 도쿄에서 초밥 가게가 줄폐업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번 [알고 보면 쓸모 있는 신기한 세계뉴스-알쓸신세]에서 일본 외식산업의 빛과 그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미슐랭 '쓰리스타' 초밥 가게에 무슨 일이? 

미식의 도시라 불리는 도쿄 긴자의 한 지하상가에 분(分)당 최고가를 자랑하는 식당이 있습니다. 바로 '스키야바시 지로(이하 지로 초밥)'라는 이름의 초밥 가게인데요. 주방장이 그때그때 제철 재료를 이용해 만드는 '오마카세' 1인분 가격이 4만 엔(약 43만 원)에 달하는 최고급 식당입니다.


도쿄 긴자에 위치한 유명 초밥 가게 '스키야바시 지로'의 내부. 손님 10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작은 가게다. [사진 스키야바시지로]




이 가게는 초밥 코스가 나오는 속도가 빨라 15~20분이면 식사가 끝난다고 하는데요. 일반적인 고급 식당과는 달리 식사 시간이 매우 짧다는 점에서 '분당 최고가'라는 수식어가 붙었다고 합니다. 2014년 오바마 대통령이 방일 중 아베 총리와 함께 지로 초밥을 찾아 "(일본인이 많은)하와이에서 살아 많은 초밥을 먹어봤지만, 이 초밥이 최고였다"는 말을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죠.  


지난 2014년 4월 23일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스키야바시 지로에서 식사를 한 뒤 가게 문을 나서는 모습. [AFP=연합뉴스]

 

최근 외신들은 지로 초밥이 미슐랭 '스타'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얼마 전 2020 미슐랭 가이드 도쿄 편이 발간됐는데, 2007년 도쿄 편 첫 발행 이후 매년 별 세개를 받아 온 지로 초밥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미슐랭 측은 지로 초밥이 "대중에겐 접근 불가능한 식당"이라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습니다. 기존 고객의 소개나 호텔 컨시어지를 통하지 않고서는 예약이 불가능한 폐쇄적 영업 형태는 미슐랭 가이드 발행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실제 최근 지로 초밥은 홈페이지를 통해 "더 이상 예약을 받지 않는다"는 공지를 내걸었습니다. 이전에도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을 기다려야 하는 식당으로 명성을 떨쳤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불가능할 만큼 예약이 꽉 찼다는 겁니다. 


2007년 도쿄에서 스키야바시지로의 초밥 장인 오노 지로가 미슐랭 별점 3점을 획득하고 상을 수상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초호화거나, 초특가거나

하지만 모든 초밥 가게가 이처럼 성업하는 것은 아닙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10년 새 도쿄에서 가족이 경영하는 소규모 초밥 가게는 절반 넘게 줄어 750곳만이 남았다고 하는데요. 그 결과 도쿄에 있는 4000여곳의 초밥 가게 중 80% 이상이 '최저가'를 내세운 회전초밥 가게 차지가 됐습니다.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긴자의 최고급 초밥과 1000원짜리 회전초밥은 성업하지만, 가족 단위로 운영하는 중소형 가게는 폐업을 면치 못하고 있는 건데요. 결국 아주 비싸거나 아주 싼 초밥만이 살아남는다는 겁니다.


회전 초밥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으로 일본 외식업계가 침체했기 때문입니다. 일본 외식 업계 총 매출은 1997년 29조7000억엔으로 최고 전성기를 기록한 후 매년 감소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전성기에는 한참 못 미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로 손님을 뺏기 위해 '초특가' 경쟁을 벌이게 된 겁니다. 그 과정에서 대량 생산 방식으로 인건비를 줄인 회전 초밥이 인기를 끌게 됐습니다. 

 

"개성 죽었다" 비판…후계자 가뭄까지 

회전 초밥이 초밥의 대중화에 기여한 것은 맞지만 한편으론 일본 식문화의 개성을 죽이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일본 대형 초밥 체인 중 하나인 쿠라 스시 지점의 내부 모습. [사진 쿠라스시]


'쇼쿠닌(職人)'으로 불리는 초밥 장인이 손님을 마주 보고 초밥을 한 점씩 정성껏 대접하는 것이 초밥 문화인데,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고안된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돌아가는 초밥은 찍어낸 공산품 같다는 겁니다. 또 중소규모 초밥 가게들이 폐업하며 가족 단위로 전승돼 내려오는 레시피와 노하우가 사라질 것이란 우려도 있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본 취업 시장에 호황이 오자, 수년간의 고된 수련 기간을 거쳐 가업을 승계하려는 젊은이들이 줄어드는 '후계자 가뭄' 사태까지 더해졌습니다.



 

미슐랭 별점의 최고 등급인 '쓰리스타'는 "맛을 보기 위해 멀리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식당"에 주어지는 영예입니다. 실제로 포털에서도 외국인 투숙객을 위해 일본 유명 초밥 가게에 예약을 잡아주는 도쿄 특급 호텔 리스트를 어렵지 않게 검색할 수 있는데요. 이렇게 세계 각국의 미식가들을 도쿄로 끌어모으고 있는 일본의 초밥 가게들이 정작 일본에서는 "일반 손님의 예약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미슐랭 별점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합니다.


'스키야바시 지로'를 운영하는 초밥 장인 오노 지로에 대한 다큐멘터리. [자료 유튜브]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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